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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른바 'MB물가' 관리가 실패로 나타나고 있는 가운데 이명박 대통령이 다시 수급조절을 통한 강력한 물가관리를 지시했지만, 그동안의 'MB물가' 변동상황을 보면 이마저도 공염불에 그칠 가능성이 크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전병헌 민주당 의원은 지난 4일 보도자료를 통해 'MB물가' 지수 상승폭이 일반 소비자물가지수 상승폭의 2배가 넘는다고 주장했다. 'MB물가' 관리품목 52개 중 48개가 상승했고, 하락한 품목은 밀가루, 쌀, 이동전화통화료, 라면 등 4개에 불과하다는 것.

 

전 의원에 따르면 'MB물가'는 관리가 시작된 2008년 3월에 비해 2010년 9월 평균 19.1% 상승했다. 같은 기간 동안 489개 상품 및 서비스 품목 가격을 조사한 소비자물가지수는 8.7% 상승했으므로 '정부가 집중 관리하겠다던 MB물가가 오히려 더 올랐다'고 비판한 것이다.

 

그러나 물가지수 비교는 계절별 수요·공급 변화 요소 때문에 전년 동기 대비가 원칙이다. 따라서 전 의원의 주장을 그대로 받아들이기엔 다소 무리가 있지만, 실제로 집중 관리 대상 52개 품목의 물가지수를 그래프로 그려보면 'MB물가'의 전반적인 상승세를 확인할 수 있다.

 

 

쌀·밀가루·전기·상수도·전철·버스 등만 가격 안정

 

조배숙 민주당 의원이 통계청으로부터 제출받은 2008년 3월부터 2010년 7월까지의 '관리대상 52개 품목 물가지수' 자료에 따르면, 2005년 물가지수를 100포인트로 놓았을 때 2008년 3월 물가지수 98.9포인트였던 쌀은 점진적인 상승세를 유지하다가 2009년 3월부터 하락세가 지속됐고 2010년 7월에는 91.4포인트로 떨어졌다. 콩나물은 미세한 상승과 하락은 있지만 2008년 3월부터 2010년 7월까지 일정한 가격대를 유지해왔다.

 

밀가루 가격은 2008년 3월 175.8포인트에서 출발해 2008년 6월 대폭 상승했다가 두 달 만에 지속적인 하락세로 돌아서 2010년 7월에는 139포인트에 머물렀다. 2008년 3월 100포인트였던 이동전화통화료는 2010년 3월 1.5포인트 하락한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 

 

그 외 물가지수에서 변동이 미미한 것은 전기료, 상수도료, 쓰레기봉투, 전철료, 시내버스, 가정학습지 등으로 대부분 정부와 지자체 정책에 따라 가격이 좌우되는 품목들이었다. 

 

가격관리와 거리가 멀었던 채소류... '밀가루↓- 빵↑' 모순 상황 관리 못해

 

미국산 쇠고기 수입 개방으로 인해 가격이 크게 하락할 것으로 예상됐던 쇠고기의 경우, 2008년 3월부터 100포인트 초반대를 유지했던 가격이 2009년 7월부터 올라 120포인트 초반대로 오른 채로 유지되고 있다.

 

무와 마늘의 경우 2009년 말까지는 안정세를 보였지만 이후 완만한 상승세를 보이다가 2010년 1분기를 지나면서 가격이 폭등했다. 'MB물가' 관리 이후 가격이 대폭 하락했던 파는 2009년 5월 가격이 크게 오른 뒤 하락할 조짐이 보이지 않고 있다. 

 

원유시장과 국제정세의 영향을 많이 받는 등유·경유·휘발유는 2008년 6~8월 최고점을 찍은 뒤 2009년 1월까지 하락세를 보였지만 이후 다시 상승세로 돌아섰다. 식용유는 물가 관리 뒤 일시적인 다소 큰 폭의 가격 하락이 2번 있었지만 2008년 말 대폭 상승한 후엔 그 선에서 가격이 유지되고 있다.

 

이런 물가지수 등락 상황을 종합하면, 정부와 지자체가 가격에 정책적인 영향을 끼치는 공공요금과 남아도는 쌀 등의 가격은 하락하거나 안정세를 유지했지만 여타 품목들에서는 전반적으로 상승세를 유지한 품목들이 압도적으로 많았고, 날씨와 작황의 영향을 많이 받는 채소류의 가격은 관리가 거의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특히 밀가루 가격은 2008년 6월부터 두 달 동안 고공행진을 했다가 다시 안정세로 돌아서 물가 관리 이전보다 낮게 형성됐지만, 밀가루를 주원료로 하는 빵은 지속적인 상승세를 보였다. 라면은 미미한 수준이긴 하지만 가격이 떨어졌다. 정부의 가격 관리가 '없었거나 무효하다'는 것을 여실히 보여준 단적인 사례라고 할 수 있다.  

 

 

이명박 대통령 이번엔 "국제 시세보다 비싼 물품 수급 조정하라"

 

이명박 대통령은 12일 "서민들이 생활하는 데 필수적인 품목들을 국제 시세보다 비싸게 살 이유가 없다"며 생필품 가격 인하를 지시했다. "품목을 하나하나 조사해서 국제 시세보다 비싸다면 대책을 세워 수급을 조정해 가격을 떨어뜨려야 한다"며 'MB물가' 관리를 재강조한 것이다.

 

이 대통령의 지시는 최근의 배추 공급 부족으로 인한 가격폭등을 의식한 말이지만, '정부의 수급조절을 통한 물가 관리'가 얼마나 효과를 거둘지는 알 수 없다. 많은 전문가들은 최근 물가 상승의 근본 원인으로 ▲ 저환율 정책으로 인한 수입품 가격 상승 ▲ 저금리 정책으로 인한 통화량 확대 등을 지목한 바 있다.

 


태그:#MB물가, #소비자물가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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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상근기자. 평화를 만들어 갑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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