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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아이를 똑같은 조건에서, 뒤처지는 아이를 한 명도 방치하지 않는, 그래서 모두가 즐겁게 학교생활을 하는, 완벽한 교육 복지를 체험하고 왔다. 단순하게 돈만이 문제가 아니었다. 핀란드는 교사가 개혁의 대상이 아닌 개혁의 주체로 참여하고 있었다. 교사를 배제한 교육 정책은 성공할 수 없다는 상식을 다시 확인할 수 있는 자리였다."

박종훈 (사)경남교육포럼 대표가 핀란드와 스웨덴의 교육기관·학교를 탐방한 뒤 한 말이다. 그는 지난 9월 25일부터 10월 4일까지 '제3차 핀란드 교육 탐방단'으로 참여했다. 이번 탐방에는 일부 교육청 장학관(사) 도 참여했다.

핀란드 어느 학교의 학생들 모습. 아이들의 표정에서 그늘을 찾을 수 없었다.
 핀란드 어느 학교의 학생들 모습. 아이들의 표정에서 그늘을 찾을 수 없었다.
ⓒ 박종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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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대표는 "핀란드에서는 유치원에서부터 대학원 박사과정까지 완벽한 무상교육이 이루어지고 있었다"면서 "우리나라에서 무상급식만 가지고도 이렇게 떠들고 있는 것이 한편으로 부끄럽다는 생각도 들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핀란드는 교사가 가장 큰 자산이며, 그들은 모두 강한 주인 의식을 지니고 있었다"면서 "70년대 교육 개혁 당시 핀란드도 교사들의 반발이 심했다고 들었는데, 정부는 이들을 배제하지 않고 끊임없는 대화와 토론을 통해 그들을 설득했다. 정부와 교원노조의 합의는 교육 개혁 성공의 보증 수표가 되었던 것 같다"고 설명했다.

박종훈 대표는 경남도 교육위원을 지냈으며, 지난 6·2 교육자치선거 때 진보후보로 경남도교육감 선거에 나섰다가 근소한 차이로 낙선했다. 15일 오후 경남교육포럼 사무실에서 박 대표를 만나 핀란드 탐방과 관련해 이야기를 나누었다.

"핀란드는 완벽한 무상교육의 나라, 인상적이었다"

- 핀란드와 스웨덴 방문에서 누구를 만나고 오셨습니까? 
"지난 9월 25일부터 10월 4일까지 열흘간 스웨덴과 핀란드 교육 기관을 둘러보고 왔습니다. 두 나라의 초·중·고등학교, 학교 운영 주체로서의 지방 자치 단체 협의회, 그리고 청소년 의회 지도자를 만나고 왔습니다."

- 어떻게 해서 탐방단이 구성됐는지 궁금합니다.
"몇 년 전에 경남 교육위원회 차원에서 핀란드를 방문한 적이 있었습니다. 이미 핀란드는 세계 교육 1등 국가로서 알려졌고, 꼭 한 번 가보고 싶은 나라였습니다. 그러나 그 때는 그야말로 수박 겉핥기였습니다. 이번에는 핀란드 교육 전문가가 탐방단 구성을 제안해서 저도 참여하게 되었습니다.

좀 더 구체적으로 말씀드리자면, 지난 4대(2002-2006년) 교육위원을 역임하신 서울의 안승문 선생께서 2006년부터 2년간 스웨덴의 웁살라대학교에서 핀란드 교육을 연구하고 돌아오셨습니다. 안 선생은 그 후 '21세기교육연구소'를 만들어 핀란드 교육을 소개해왔고, 백문이불여일견이라고 핀란드 교육 탐방단도 조직했습니다. 이번이 제3차 탐방입니다.  제1차 탐방단에는 우리에게 잘 알려진 아름다운가게 박원순 변호사와 도종환 시인이 참여하셨답니다."

핀란드의 고등학교 자동차 정비 실습장을 찾은 박종훈 전 경남도 교육위원.
 핀란드의 고등학교 자동차 정비 실습장을 찾은 박종훈 전 경남도 교육위원.
ⓒ 박종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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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떤 분들이 이번 탐방에 참여했나요?

"서울·강원·광주·전남교육청은 담당 장학관과 장학사, 해당 학교 교장 선생님들이 직접 참여시켰습니다. 광주교육청은 교육감 당선자도 함께 했습니다. 이 분들이 각각의 시·도에서 '희망학교', '무지개 학교' 등의 이름으로 혁신 학교를 앞으로 만들 계획인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 이번 탐방단은 사전 준비도 철저히 하셨다고 들었습니다.
"교육청에서 오신 분들은 출장이었지만, 자비로 참석한 사람들도 있었습니다. 적지 않은 돈을 냈기 때문에 본전(?) 생각을 많이 했습니다. 열흘 동안에 두 나라 교육을 다 들여다보기는 어렵겠지만, 이 어려움을 철저한 사전 준비로 상당 부분 보완할 수는 있었습니다. 읽어야 할 책들을 같이 읽었고, 탐방 기간 중에도 관심 영역을 나누어 집중적으로 이야기를 나누기도 했습니다.  나중에 결과물이 책이 나오면 준비가 치밀했다는 것을 확인하실 수 있을 겁니다."

- 핀란드의 교육환경은 우리와 어떻게 다르던가요?
"핀란드는 완벽한 무상 교육이 이루어지고 있었습니다. 유치원에서부터 대학원 박사과정까지 무상이었습니다. 우리나라가 무상급식만 가지고도 이렇게 떠들고 있는 것이 한편으로 부끄럽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모든 아이는 똑같은 조건에서, 뒤처지는 아이는 한 명도 방치하지 않는, 그래서 모두가 즐겁게 학교생활을 하는, 완벽한 교육 복지를 체험하고 왔습니다. 문제는 돈 문제가 아니었습니다. 핀란드는 교사가 개혁의 대상이 아닌 개혁의 주체로 참여하고 있었습니다. 교사를 배제한 교육 정책은 어떤 것도 성공할 수 없다는 상식을 다시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 핀란드 교육의 성공 비결이 교사에 있다는 뜻인가요?
"교사 요인만은 아닐 겁니다. 한마디로 정리할 수는 없겠지요. 제도적 요인, 국민 정서적 요인, 그리고 교사 요인 등 여러 가지 요소가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대체로 우리 탐방단은 1970년대 교육 개혁이 지금의 핀란드 교육의 성공의 출발이라는 점에서는 이견이 없었습니다. 그리고 저는 개인적으로 교사 요인에, 그리고 정부와 교원 노동조합과의 관계에 대해서 더 큰 관심을 가지고 있습니다."

핀란드 어느 학교의 건물 내부. 원형 건물의 일층 내부는 식당과 공연장을 겸하고 있었고, 4층 건물로 모든 공간은 개방형으로 구성되어 있었다. 10월에 이미 겨울이 시작되는 추운 곳으로 채광에 신경을 많이 썼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핀란드 어느 학교의 건물 내부. 원형 건물의 일층 내부는 식당과 공연장을 겸하고 있었고, 4층 건물로 모든 공간은 개방형으로 구성되어 있었다. 10월에 이미 겨울이 시작되는 추운 곳으로 채광에 신경을 많이 썼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 박종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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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 대표는 교사를 역임했고 전교조 출신이기 때문에 핀란드 정부와 교육노조의 관계가 특별하게 보였겠네요?

"개인적으로는 그랬습니다. 핀란드는 교사가 가장 큰 자산이었습니다. 그들에게서 물리적으로 표현하기 어려운 어떤 강한 힘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그들은 모두가 강한 주인 의식을 지니고 있었습니다. 70년대 교육 개혁 당시 핀란드도 교사들의 반발이 심했다고 들었습니다. 하지만 정부는 이들을 배제하지 않고 끊임없는 대화와 토론을 통해 그들을 설득했습니다. 정부와 교원노조의 합의는 교육 개혁 성공의 보증 수표가 되었던 것입니다. 이것이 북유럽 국가의 사회적 합의라는 전통의 소산이기도 했고요.

일제고사 반대로 해임되었다가 복직 판결을 받은 교사들의 기자회견 장면을 신문으로 보면서 우리 정부의 옹졸함을 다시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교사의 자존심 회복이 교육의 질을 높이기 위한 필수 요소라는 점을 확인할 수 있었고, 이를 위해서는 정부와 교원 노조의 사회적 합의가 필요함을 절감하고 왔습니다."

- 핀란드 교육은 국제 성취도 비교 평가(PISA)에서 세계 1위로 알려지면서 전세계의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한국 방문객들을 반겨주던가요?
"마침 헬싱키에서 우리나라 마이스터고 교장단을 만나기도 했습니다. 핀란드 사람들도 우리나라가 PISA 세계 2위라는 것을 잘 알고 있었습니다. 그래서인지 그들도 우리들에게서 뭔가를 얻으려고 하는 것 같았습니다. 서로의 다른 점과 우리의 경쟁력에 대한 관심이 없을 수가 없었겠죠?"

- 핀란드·스웨덴  교육에 대한 좀 더 깊이 있는 연구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지는 않던가요?
"단순한 외유성 방문으로는 안됩니다. 저는 정부 차원의 연구팀의 파견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것이 안 되면 우리 경남지역에서라도 핀란드 교육의 성공 비결, 스웨덴과 핀란드의 비교 연구가 필요하다고 봅니다. 사회 민주주의 체제의 두 나라 스웨덴과 핀란드는 교육에서 유사점이 많습니다. 그러나 스웨덴은 최근에 와서 교육에 시장 경제적 요소를 추가하고 있습니다. 이런 변화가 어떤 차이를 낳을지 연구해야 합니다. 그것이 우리 교육의 미래를 위해서 꼭 필요한 일이라고 봅니다."

- 스웨덴과 핀란드가 지금은 조금 다르지만 앞으로 어떻게 크게 달라질지가 궁금하다는 말씀이신데.
"출발할 때만 해도 그 두 나라는 비슷한 교육 개혁의 과정을 거친 것으로 알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직접 두 나라의 학교와 공립학교 설립 운영자로서의 지자체협의회 등을 돌아보니, 조금씩 다른 점을 분명히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이제 스웨덴은 교육에까지 시장 경제의 요소가 제법 깊게 들어와 있었습니다. 스웨덴의 자율 학교 도입은 기존 공립학교 체제에 경쟁 시스템을 들여놓은 것으로서, 여전히 협동과 통합 교육의 원리를 지키고 있는 핀란드와는 달랐습니다. 세계 1등 핀란드 교육을 따라잡겠다는 스웨덴의 새로운 시도가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가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이민자 3명 교육하던 교사 모습, 인상적이었다"

핀란드 어느 학교의 음악수업시간 모습. 거의 모든 교육 과정은 실기와 실습 중심으로 구성되어 있었다.
 핀란드 어느 학교의 음악수업시간 모습. 거의 모든 교육 과정은 실기와 실습 중심으로 구성되어 있었다.
ⓒ 박종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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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얼마 전 서울에서 교육과정평가원 주관으로 핀란드 교육에 대한 세미나가 있었던 것으로 압니다. 이제 정부 차원에서 핀란드 교육에 관심을 두고 있는 것으로 해석해도 될 것 같습니다. 앞으로 경남에서 새로운 대안으로서의 핀란드 교육에 대한 관심도 높아질 것으로 기대됩니다. 어떤 계획을 세우고 계신 것은 없나요?

"많은 일을 하고 싶습니다. 우선 오는 11월 25일, 핀란드 교육 전문가를 모시고 제12차 경남교육포럼을 열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이것이 우리 교육의 미래와 희망을 위한 공론화의 시작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경남의 선생님들과 관심있는 학부모들을 모시고 핀란드와 스웨덴을 다녀오는 탐방단을 조직하고 싶습니다. 관심있는 분들을 직접 모시고 다녀오고 싶습니다. 마음을 내면 길은 있을 것입니다. 핀란드와는 직항로가 개설되어있어 크게 힘들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그리고 12차 포럼을 마치고 나서 교육청에 연구팀 파견에 대해 구체적으로 제안을 하고 싶습니다. 지금 저는 탐방단이 찍어온 동영상을 한 시간짜리와 20분짜리 두 가지로 편집을 하고 있습니다. 이 영상이 완성 되는대로 이를 도민들과 공유하면서 공감대를 형성해갈 계획입니다."

- 특별히 이색적인 장면은 없었나요?
"헬싱키 한 학교의 조그만 교실 한 군데서 학생 세 명을 데리고 진지하게 수업하는 모습을 보고 안내자에게 물었습니다. 설명인 즉, 러시아계 이민 학생으로 수학 기초가 모자라 러시아어를 구사하는 수학 선생이 특별 지도를 하는 것이라 했습니다. 한 아이도 버리지 않는다는 그들의 철학을 두 눈으로 본 셈입니다. 또 다른 한 학교의 교장 선생님은 우리들과 여러 가지 이야기를 나누는 과정에서 또렷하게 이런 표현을 썼습니다. 'Children are All, we have.' 선생들이 아이들을 위해 혼신의 힘을 다한다는 또 하나의 표현이었습니다."

-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씀은 없는지요?
"세계에서 학교에 남아있는 시간이 가장 짧고 사교육이란 개념이 아예 없는 한 나라와, 가장 오랜 시간을 학교에 붙들어 놓고 있고 사교육 때문에 부모들의 등골이 휘고 있는 또 한나라가 있습니다. 이 두 나라는 세계 교육에서 1등과 2등을 나누어 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아이들을 쥐어짜고 있습니다. 세계 2등이지만 우리 교육의 미래가 크게 희망적이지 않은 이유도 여기에 있다고 생각됩니다. 핀란드 교육이 그런 점에서 우리에게 큰 시사점을 준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우리 경남에서도 우리 교육의 미래에 대한 고민을 이런 각도에서 머리를 맞대고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태그:#핀란드, #경남교육포럼, #박종훈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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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부산경남 취재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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