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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까지 저혼자 서다가 오늘 깜짝 놀랐습니다.
20여명의 노동자가 모였습니다.
아무튼 기분 좋고 로또 당첨 된것보다 더 
기쁜 일입니다.
▲ 정규직과 비정규직이 함께 한 촛불문화제 어제까지 저혼자 서다가 오늘 깜짝 놀랐습니다. 20여명의 노동자가 모였습니다. 아무튼 기분 좋고 로또 당첨 된것보다 더 기쁜 일입니다.
ⓒ 변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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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주 전부터 저는 현대자동차 구정문 앞에서 촛불을 들고 서 있습니다. 제가 촛불을 들고 서 있게 된 이유는 지난 7월 22일 대법원에서 불법파견 판결이 나고부터 입니다. 대법원 판결 이후로도 현대차 사측이 아무런 반응이 없자 '불법파견 정규직화와 비정규직 철폐를 위한 울산지역 대책위'가 소집 되었고 '비정규직없는 공장만들기 현대자동차 원하청노동자 현장투쟁단'도 만들어 졌습니다. 처음엔 현장투쟁단 활동으로 월·수·금 오전 7시 아침 출근투쟁에 함께해 왔습니다.

저는 지난 2000년 현대자동차 내 하청업체를 통해 비정규직으로 들어와 일하다가 올 3월 중순경 정리해고를 당했습니다. 정규직은 모두 1년간 유급휴직 들어 갔는데 반해 우리 비정규직은 아무 소리도 못해보고 그냥 희망퇴직이란 명분을 앞세운 정리해고에 서명을 하고야 말았던 것입니다. 그럼에도 여전히 억울했습니다. 그러나 암울한 현실은 이미 2004년에 노동부에서 불법파견 판정이 내려졌는 데도 불법파견 정규직화 투쟁은 흐지부지 되다시피 했습니다.

비정규직 노조는 더이상 불법파견 투쟁을 진행하지 못하고 그냥 일상적인 임금수준을 향상 시키는 노사협상만 진행했습니다. 그러다 희망없이 저는 정리해고 당해 버리고 만 것입니다. 그러다 다시 7월 22일 비정규직 노조 최병승 해고자가 제기한 부당해고 구제신청에서 대법원은 현대자동차를 "불법파견으로 비정규직 노동자를 고용해 왔다"고 판결문 취지를 내린 것입니다. 그 판결 취지문엔 최병승 조합원을 "정규직으로 보아야 한다"고 명시하고 원청 사용자성을 인정하여 부당해고에 해당한다고 밝혔습니다.

모두 모여 즐거운 촛불을 둘었습니다.
촛불이 모이면 즐거워 지나 봅니다.
불법파견 정규직화 염원이 이루어 지기를...
▲ 울산 노동자 배움터 회원도 함께 모두 모여 즐거운 촛불을 둘었습니다. 촛불이 모이면 즐거워 지나 봅니다. 불법파견 정규직화 염원이 이루어 지기를...
ⓒ 변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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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소식은 순식간에 저에게도 전해졌고 알아보니 저 또한 같은 입장이어서 해당사항 있다고 했습니다. 그래서 저도 곧 다시 금속노조 현대자동차 비정규직 지회에 조합원 복원 신청을 하고 힘차게 투쟁에 합류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저는 지난 9월 말일부로 그나마 타먹던 고용보험마저 끊기면서 생활고를 겪고 있습니다.

당장 가족 생계를 책임져야 할 가장으로서 더이상 함께 하는 것은 무리가 따랐습니다. 그래서 낮엔 이것저것 생계를 위한 일당을 벌면서 저녁에 일 마치고 할 수 있는 1인 시위를 모색 하던 중 누군가 저녁에 촛불을 들고 서 있어 보라고 했습니다. 어차피 저는 아침 출근투쟁엔 합류 못하니까 밤에 촛불을 들고 서 있는 것도 괜찮겠다고 생각했습니다.

몇 주 전부터 오후 8시부터 9시까지 야간조 출근시간에 맞춰 촛불을 들고 현대자동차 구정문 앞에 서 있었습니다. 처음엔 좀 많이 어색했는데 차츰 서 있다 보니 서 있을만 했습니다. 촛불을 들고 서 있을 때마다 사측은 예민한 반응을 보였습니다.

중노동을 마치고 저녁에 1시간 남짓 촛불을 들고 서 있는 것이지만 몸이 힘들어 했습니다. 매일 서 있는 것이 몸에 무리가 가는 게 느껴졌습니다. 그래서 매일 서다가 월·수·금으로 조정했습니다. 어제(14일) 목요일은 몸이 좀 괜찮아서 저녁에 가서 촛불을 들고 서 있었습니다. 구정문에 서 있는 것은 많은 원하청 노동자들이 구정문으로 출근하기 때문입니다.

오세일님은 노래를 잘합니다. 
방송차와 키타로 노래와 이야기를 했습니다.
덕분에 멋진 촛불문화제가 되었습니다.
▲ 봉고차로 방송시설을 싣고와 오세일님은 노래를 잘합니다. 방송차와 키타로 노래와 이야기를 했습니다. 덕분에 멋진 촛불문화제가 되었습니다.
ⓒ 변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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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위간판을 들고 초 한 자루 들고 200미터를 걸어야 하는데 모두 식당가입니다. 매일 느끼는 증상이지만 어제는 더욱 그런 기분이 들었습니다. 식당마다 정규직 노동자가 가득했습니다. 그들은 저녁에 작업 마치고 퇴근하면서 모여 저녁을 먹거나 한 잔 하고 있는 듯 보였습니다.

'저사람들은 무슨 복을 타고나서 저렇게 정규직이 되어 기분 좋게 일하고 퇴근하고 모여 즐겁게 저녁을 먹고 있는데 나는 무슨 돼 먹잖은 복을 타고 나서 이렇게 외롭게 어두운 문앞에 서서 촛불을 들고 서 있나?' 하는 생각이 절로 들었습니다.

"오늘은 외롭지 않을 겁니다. 변 동지 힘내세요."

누군가 저에게 그렇게 말합니다. 현장투쟁단이 올린 비정규직 게시판 소식지를 보니 매주 금요일 촛불문화제를 함께 열 것이라고 하는 글이 올라와 있었습니다. 저는 누가 오든말든 촛불을 들고 서 있기로 마음먹고 있는 상태입니다. 불법파견 해당자로서 이번에 당한 부당해고가 너무도 억울하다는 생각에서지요.

오늘 밤 어제에 이어 추웠습니다.
그럼에도 많은 분들이 촛불문화제에
함께 했습니다. 경찰차 2대나 오고 현대차 노무팀이
비상 걸릴 정도면 촛불문화제 대박입니다.
▲ 추운 날씨에 오늘 밤 어제에 이어 추웠습니다. 그럼에도 많은 분들이 촛불문화제에 함께 했습니다. 경찰차 2대나 오고 현대차 노무팀이 비상 걸릴 정도면 촛불문화제 대박입니다.
ⓒ 변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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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을 간단히 먹고 추울 거 같아서 옷 두둑히 입고서 집을 나섰습니다. 저의 촛불시위 전용 시위용품을 들고서 구정문 앞으로 가서 서 있었습니다. 10여 분이 지난후 정규직, 비정규직, 지역 노동자가 모여들기 시작했습니다. 혼자 가서 서 있을 때 기분이 이상했습니다. 경찰차가 2대나 와 있고 낯이 익은 울산동부경찰서 정보과 형사들이 어두운 건물 안에 여럿이 서 있는 게 보였습니다. 그리고 현대자동차 출입문 사무실 안에는 노무과 직원들이 퇴근도 안 하고 모여 있었습니다.

'오늘 무슨 일이 있어 저렇게 비상이 걸렸지?' 하는 생각을 했는데, 사람들이 저와 함께 촛불을 들려고 모여든 것입니다. 모두 20여 명 모였습니다.

"오늘 우리도 함께 모여 촛불문화제를 열려고 왔습니다. 몇 주 전 변창기 동지가 불법파견 정규직 전환을 요구하며 촛불을 들기 시작했고 혼자 외로운 부당해고 싸움에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고자 금요일마다 촛불문화제를 하기로 지역 동지들과 의견을 모았습니다."

노래를 잘 부르는 오세일님이 기타를 치며 노래를 불렀습니다. 노래 한 곡 끝나고 저에게 왜 저녁마다 촛불을 들고 서 있는지 말해 달라고 했습니다. 저는 마이크를 잡고 말했습니다.

"저는 2000년 7월 3일 현대자동차 사내 하청에 입사해서 10여 년 다녔습니다. 그러다 올 3월 중순에 정리해고 당했습니다. 7월 22일 대법원에서 현대차가 불법파견 저질렀다고 했고 비정규직 조합원에 대해 부당해고 판결을 내렸습니다. 저 또한 알아 보았고 부당해고라고 법률전문가가 이야기 해주어서 이렇게나마 싸우고 있는 중입니다. 가족을 먹여 살려야 하는데 어렵습니다. 먹고 살기 힘듭니다. 지난 추석 땐 라면을 먹었습니다. 불법파견은 나쁜 것이니까 비정규직 모두 정규직으로 전환시켜 주세요."

노래 한 곡 하고 또 다른 노동자를 불러 이야기를 하게 했습니다. 모두 한결같이 불법파견 없애고 비정규직 없애고 비정규직없는 공장 만들자고 목소리를 높혔습니다. 저는 많은 힘이 되었습니다. 로또 대박 난듯이 기분 좋았습니다. 현대차 사측과 경찰이 비상이 걸릴 정도로 촛불이 모이는 힘이 큰 것일까요?

20여 명이 든 촛불은 저녁 8시부터 타올라 출근시간이 마무리 되는 밤 9시까지 진행 되었습니다. 함께 해 준 분들께 고맙다는 인사를 글로 대신합니다. 불법파견이니까 대법원에서 판결난 것이니까 현대자동차는 더이상 외면말고 방치말고 회사 내에 사용 중엔 비정규직 노동자 모두를 정규직으로 전환시켜 주시기를 기대해 봅니다.

경찰차가 2대나 왔습니다.
저 어두운 건문 계단 올라가는 
문앞에 경찰서 정보과 형사들이 여럿이 있었습니다.
촛불문화제가 끝나자 정보과 형사들은
현대자동차 경비실에 있는 노무과 직원을 만나러 
갔습니다. 경비실 안에서 그들은 모여 무슨 이야기 했을까요?
저는 그것이 궁금해 집니다.
▲ 경찰차 경찰차가 2대나 왔습니다. 저 어두운 건문 계단 올라가는 문앞에 경찰서 정보과 형사들이 여럿이 있었습니다. 촛불문화제가 끝나자 정보과 형사들은 현대자동차 경비실에 있는 노무과 직원을 만나러 갔습니다. 경비실 안에서 그들은 모여 무슨 이야기 했을까요? 저는 그것이 궁금해 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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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촛불, #현대차, #비정규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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