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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모정 추모정
추모정추모정 ⓒ 김강임

지난 9월 마지막 주말, 제주도 가파도 올레길을 걷고 난 후 서귀포시 대정읍 상모리에 있는 섯알오름 4·3 양민학살터를 답사했다. 섯알오름 4·3 유적지인 양민학살터는 제주올레 11코스 중 아픈 역사가 담긴 곳으로 많은 올레꾼들의 발걸음을 붙잡는 곳이다.

서귀포시 대정읍 하모리체육공원에서부터 시작되는 제주올레 11코스는 4·3 양민학살터를 지나 섯알오름, 이교동 상모1리 마을 입구, 정난주 마리아묘, 신평마을 곶자왈 숲을 지나 서귀포시 대정읍 무릉2리에 있는 제주자연생태문화체험장이 종착역이다.

하지만 요즘 패키지로 제주여행을 오는 여행자들 중에는 관광버스를 대절해서 풍경이 아름다운 곳이나 제주 역사가 담긴 곳만 골라 걷는 경우가 있다. 물론, 제주의 어느 곳이든 제주올레가 연계돼 있어 관광버스는 유명관광지 주차장에 관광버스를 주차 시켜 놓고 올레길을 걷게 하는 경우가 있다. 이는 제주올레의 본질을 퇴색시킬 뿐 아니라, 한꺼번에 많은 관광객들이 오름이나 해안가를 걸으며 자연을 훼손시키는 일이 많다.

더욱이 제주의 풍광이 뛰어난 곳은 대부분 제주 아픈 역사가 숨겨진 곳이 많다. 즉 일본군 진지동굴은 물론 4·3의 아픈 흔적들이 담긴 곳이 대부분 제주올레 코스에 포함되어 있다.지난 9월 25일 하오, 서귀포시 대정읍 상모리 4·3유적지 섯알오름 주차장에는 두 대의 관광버스가 들어섰다. 관광버스에서는 80여 명의 관광객들이 내렸다. 그리고는 섯알오름 4·3 학살터로 걸어가고 있었다.

제주올레 11코스, 4·3 희생 기리는 섯알오름 추모정

추모정 학살터 정자
추모정학살터 정자 ⓒ 김강임

주차장에서 500m 정도 떨어진 섯알오름 4·3유적지에는 아주 특별한 정자가 있다. 이 정자는 추모정. 추모정은 섯알오름 양민학살터에서 희생된 4·3 관련 양민들의 넋을 추모하기 위해 만든 정자이다.

어느 정자든 정자의 의미는 나그네를 쉬어가게 하고 풍류를 즐기는 곳이다. 따라서 경관이 수려한 곳이면 대부분 정자가 서 있다. 또한 역사적 비극과 아픔이 깃든 곳은 물론 문학과 예술적 이야기가 담긴 곳에도 정자가 세워 있다.

추모정이란 이름의 정자에는 각양각색의 의미가 있다. 사방이 확 트여 풍광을 감상할 수 있으며, 풍류를 즐기기도 하고 정신수양의 장소로 사용되는 곳이 바로 정자이다. 그리고 또 하나 때로는 가신님을 추모한다든지 역사의 아픈 이야기가 담긴 이들을 추모하는 정자도 있다.

섯알오름 학살터 섯알오름 학살터
섯알오름 학살터섯알오름 학살터 ⓒ 김강임

4.3 학살터 섯알오름 학살터
4.3 학살터섯알오름 학살터 ⓒ 김강임

4.3 유적지 안내판 4.3유적지 안내판
4.3 유적지 안내판4.3유적지 안내판 ⓒ 김강임

추모비 앞 추모비 앞
추모비 앞추모비 앞 ⓒ 김강임

섯알오름 추모정이 그렇다. 섯알오름 추모정 정자에 앉아 있으면 붉은 속살을 드러내며 깊게 파인 '호'의 모습을 볼 수 있다. 이 붉은 '호'는 바로 4·3 양민학살터다. 이 학살터를 보면 온몸에 전율이 느껴진다. 때문에 추모정에 앉아 있으면 마음이 편하지 않다. 그렇기에 양민학살터 4·3추모비 앞에서 묵념을 올리는 관광객들도 볼 수 있다.

그러나 어떤 이는 여정의 즐거움을 이 추모정에서 즐기기도 한다. 어느 관광객들은 4·3양민학살터 추모정에 앉아서 노래를 부르기도 하고 춤판을 벌이기도 한다. 지난 9월 25일 하오에도 관광객들이 노래를 부르며 소란을 피우는 장면을 목격했다. 4·3의 아픔을 호소하는 '뻘건 호'에 담긴 넋을 추모하기는 커녕, 박수를 치며 노래를 부르는 이들을 행동은 참으로 안타까웠다.

추모비 섯알오름 추모비
추모비섯알오름 추모비 ⓒ 김강임

제주 올레 11코스에서 만나는 섯알오름 4·3유적지 추모정, 이 정자는 특별하다. 때문에 몸과 마음을 수련하고 잠시나마 '붉은 호'에 묻힌 넋을 추모하는 정자가 되었으면 한다. 덧붙여 추모정 옆 추모비 앞에서 묵념을 올리면 더 없는 제주올레길의 의미를 찾을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섯알오름 4·3 학살터
이곳은 제주 4·3 사건 비극이 진정된 국면으로 접어들 무렵인 1950년 6월 25일 한국전쟁이 발발하자 내무부 치안국에서 일제 식민지 치하 우리민족을 암살하던 예비검속법(1945년 미군정청에 의하여 폐지됨)을 악용, 당일 오후 2시 요시찰인 및 형무소 경비 강화, 6월 29일 불순분자 구속, 6월 30일 구금자 처벌 등의 내용을 각 경찰국에 지시했다. 이에 따라 모슬포 경찰서 관내에서 344명을 예비 검속하여 관리해 오다 7월 16일 63명이 군에 인계된 후 1차로 20명이 섯알오름에서 학살되었다. 2차로는 8월 20일 새벽 2시에 한림수용자 60여 명을, 새벽 5시에 모슬초 수용자 136명 등 210명을 법적 절차 없이 집단학살하여 암매장한 비극의 현장이다.  -  제주 4.3.유적지 섯알오름 학살터 안내표지판에서


#섯알오름 추모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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