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의 무덤 위치에 대해 지금까지 많은 의견이 있었다. 동예루살렘의 올리브 산에 있다고 주장하는 학자도 이었고, 어떤 식으로 생각해도 예루살렘 남쪽의 힌놈 계곡이라고 주장하는 학자도 있었다. 그러나 이런 주장들에는 고고학이나 역사적 증거가 없다. 최근 예루살렘 남쪽에 조성된 신시가지 탈피오트에서 발견된 무덤 하나가 예수의 무덤이라는 주장이 제기되어 언론의 조명을 받았다. 19세기에는 예루살렘 북쪽의 낭떠러지가 실제의 골고다라는 주장이 제기 되었다. 따라서 현재 '정원무덤'을 불리는 이 지역 방문객들 사이에는 이곳이 예수의 무덤일지 모른다는 이야기가 나온다."(182쪽)이는 시몬 깁슨의 <예루살렘의 예수>(청림출판)에 나오는 글귀다. 그는 한때 세간을 시끌벅적하게 했던 탈피오트의 예수의 가족묘에 둘러싼 논쟁을 이 글로 일축시킨다. 물론 그도 그 무덤의 실제 발굴자로 참여한 일원이었다. 그런데도 그 무덤이 예수의 가족묘가 아니라고 하는 이유가 뭘까?
그 유골함에 새겨진 글 중 다섯 개는 히브리어이고, 나머지 하나는 그리스어라고 한다. 그 글도 못이나 철필로 여러 사람이 썼고, 그것을 새긴 위치도 제각각이었다고 한다. 더욱이 마리암네를 막달라 마리아로 연관 짓는 빌립행전도 4세기에 쓰인 것이라 상관성이 없다고 한다. 그렇기에 예수와 막달라 마리아의 부적절한 관계라든지, 그 사이에 태어났다고 추정하는 유다도 결국은 엉뚱한 상상력에 불과한 것임을 알 수 있다.
다만 확실한 것은 그것이라 한다. 예수의 무덤은 골고다 인근의 예루살렘에 있다는 것. 이유가 뭘까? 그는 적어도 세 가지 사실로 압축하여 이해시킨다. 하나는 예수의 시신이 예루살렘에서 사라졌다는 것, 둘은 예수의 고향 사람들도 예수를 쫓아내려 했다는 것, 마지막 셋은 예루살렘이 성전의 도시였기에 대다수 유대인들은 그곳에서 묻히길 열망했고, 예수의 가족들도 결코 다르지 않았을 것이란 주장이다.
그것을 밝혀내기 위해 이 책을 쓴 것일까? 아니다. 그는 예루살렘에서 보낸 예수의 마지막 날들을 추적해 보려고 이 책을 썼다. 그의 궁금증은 그것이었다. 예수가 예루살렘 성전에 드나들며 난동을 부렸다는 것, 환전상의 좌판도 엎었고, 몽둥이를 휘두르며 장사꾼들도 내 쫓았다는 것, 그런데도 예수가 무사한 이유가 어디에 있었는가, 하는 것이다.
그 뿐만이 아니다. 그는 그 상황 속에서도 예수가 실로암 연못과 베데스다 연못가를 찾아 병자들을 치료해 주고, 군중들 앞에서 설교한 것에 대해서도 궁금증을 품는다. 그런 예수가 왜 갑자기 유대 지도층에 의해 체포를 당해 로마 총독에게 넘겨졌는지, 그것이 궁금했다는 것이다. 그런 의문점들을 고고학적인 자료와 함께 추적해 보려고 이 글을 쓴 것이다.
"중세 이후로 많은 그리스도인들이 예루살렘 전역에서 비아 돌로로사를 추적했다. 그 결과 그 길의 출발점이 안토니아 성채의 북서쪽 근처라는 결론을 내렸지만, 역사적 근거는 없는 결론이다. 여러 증거로 볼 때, 윗도시 서족에서 새로 발굴된 에세네의 문과 헤롯대왕의 왕궁이 예수가 재판을 받은 장소였다. 수많은 그리스도인 여행자와 순례자가 예루살렘을 방문해 그 장소를 지나면서도 그곳에 담긴 의미를 깨닫지 못한다는 사실이 놀라울 뿐이다."(156쪽)이 책은 그것 외에도 놀라운 사실들을 더해준다. 예수의 가족은 나사렛 출신이 아니라 유대지방출신이었다는 것. 물론 이것은 성경을 보면 알 수 있는 부분이다. 헌데 그들의 가족이 속설과는 달리 가난하지 않았다는 게 놀랄 만한 사실이다. 그는 예수의 아버지인 요셉이 목수뿐만 아니라 석공으로도 존경받는 직업을 갖고 있기 때문이라고 밝힌다. 축제가 열릴 때마다 예루살렘을 여행할 정도라면 결코 경제적인 하층민이 아니라는 게 그의 역설이다.
나도 그랬지만 예루살렘을 찾은 성지 순례자들은 항상 똑같은 질문을 한다. 예수와 연관된 장소들이 과연 믿을만한 것인지, 예수가 묻힌 무덤이 성묘교회에 있는 것인지 하고 말이다. 사실 예수의 마지막 날과 관련한 정보는 공관복음과 요한복음과 베드로복음이 전부다. 그것들은 예수가 세상을 떠나고 40~60년 후에 기록된 것들이다. 그렇기에 고고학적 자료를 뒷받침 하고 있는 이 책을 보면, 그의 마지막 예루살렘행이 어떤 의미를 주는지 깊이 깨달을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