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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안양에서 40여년 동안 경영해 왔던 300억 원(당시 시가)대의 종이공장 부지를 지난 2003년 안양시에 기증, 구도심 한복판에 대규모 휴식공원인 삼덕공원을 조성하고 기부문화를 확산시킨 삼덕펄프 전재준(87) 회장이 지난 12일 별세해 영면에 들었다.

 

16일 발인식을 갖기까지 5일장 장례기간 동안 안양 도심 삼덕공원에 있는 전재준 회장 흉상 앞에는 조문 행렬이 이어졌다. 최대호 안양시장과 이필운 전 안양시장도 애도사를 발표하는 등 안양지역에 큰 족적을 남기고 떠난 고인을 애도했다.

 

고인의 흉상 앞에 차려진 분향소에는 유치원 어린이들부터 산책나온 주민, 인근 학교 학생들, 기관장 등 1500여명이 찾아와 고인의 죽음을 슬퍼했다. 특히 삼덕공원을 자주 이용하는 인근 협심어린이집 어린이들은 단체로 분향소를 찾아 카드에 전 회장에게 감사를 전하는 글을 적어 전하고 조문하기도 했다.

 

최대호 안양시장은 애도의 글을 통해 "회장님께선 우리 안양시와 시민들에게 아주 특별하신 분이십니다"고 회고하며 "평생을 몸 바쳐 일구신 삶의 터전이자 영원히 가꾸어야 할 당신의 인생을 모두에게 내어 주신 당신은 영원히 살아계십니다"며 영면을 기원했다.

 

또한 이필운 전 안양시장도 추모글에서 "당신은 영원한 안양시민으로, 그 누구보다 안양시민을 사랑한 분으로, 이땅에 새로운 기부문화를 새롭게 일구신 '기부천사'로 우리 모두의 마음에 영원히 기억될 것입니다"며 "부디 편히 영면하시라"고 아쉬운 작별을 고했다.

 

 

"공장을 경영하면서 42년간 본의아니게 먼지와 소음을 내뿜어 지역주민들에게 많은 불편을 주어 미안하게 생각했는데 안양시민들에게 돌려주는 것이 당연합니다. 지금까지의 마음의 빚을 조금이나마 갚은 것 같아 오히려 마음이 가볍습니다."

 

전재준 회장은 1961년부터 40여년 넘게 가동해 온 삼덕제지 안양공장의 조업을 중단한 2003년 7월 11일, 안양시청 브리핑룸을 찾아 기자회견을 통해 안양시에 무상기증의사와 함께 시민공원으로 조성해 줄 것을 밝혔다. 이로써 2003년 11월 3일 소유권이 안양시로 이전했다.

 

그가 기증한 삼덕제지 공장부지는 1만9376㎡(4천840여평) 규모로 지난 60-70년대 수량이 풍부했던 안양4동 수암천변에 위치해 40여년 넘게 인쇄종이를 생산했던 곳이다. 한때 도심 한복판에 자리한 까닭에 아파트나 상가 용도로 거론되기도 했던 금싸라기 땅이다.

 

안양시는 부지 활용의 하나로 지하주차장 건설을 추진 기증자와 갈등을 빚기도 했으나 2007년 7월18일 기공식을 갖고 52억원의 예산을 투입해 수암천 복원과 연계하는 삼덕공원 조성공사에 착수했다. 기증 6년만인 2009년 4월 22일 개장식을 갖고 시민에게 개방했다.

 

 

"삼덕공원 공사가 반드시 계획대로 잘 이뤄져 '전국에서 제일가는 공원을 만들겠다'는 약속을 안양시가 지켜주시기 바랍니다"며 "살아 생전에 흙냄새 나고 숲이 울창한 자연공원을 시민들이 이용하는 것을 보는 것이 소원입니다."

 

기공식에 지팡이를 잡은 불편한 몸으로 참석한 데 이어 2년 후 개장식에 휠체어에 앉은 몸으로 참석했던 그는 환한 미소로 감사 인사를 전하는 주민들에게 화답했었다. 이제 그의 미소는 볼 수 없지만 삼덕공원에서 들려오는 어린이들의 밝은 웃음이 대신하고 있다.

 

한편 황해도 개성출신인 전 회장은 1923년 6월 15일생으로 42년 송도중학교 졸업, 67년 연세대학교 경영대학원을 수료했다. 58년 동남교역 사장에 이어 61년 삼덕제지 부사장에 취임했고, 71년 삼덕제지 대표이사, 77년 삼정펄프를 인수해 대표이사로 취임했다.

 

그는 살아 생전 근검절약을 하면서 2003년 삼덕제지 공장 기부에 이어 이듬해인 2004년에는 아들 명의로 성균관대에 경기도 포천의 임야 36만평(당시 시가 50억원)을 기부해 기업의 기부문화 붐 조성에 앞장서기도 했던 최후의 개성상인으로 불리워 왔다.

 


태그:#안양, #전재준, #삼덕공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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