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이 갈수록 늘어만 가는 뱃살에 미칠 지경이다.
"자기야... 이래선 정말 안 되겠다.""또 와?""자기 뱃살 말이다."집사람의 뱃살 얘기에 나도 가만히 듣고만 있다. 아닌 게 아니라 내가 봐도 이 정도면 위험신호가 오지 않나 싶을 정도다. 바지 허리 치수가 36인치, 그냥 배둘레만 잰다면 38인치 정도는 너끈할 것 같다.
"자기야. 다른 건 몰라도 우리 토요일에 한 번씩은 등산을 하자. 전번 주에도 정화매골 가니깐 안 좋더나? 아침에 출근한답시고 나가서 저녁에 12시나 되서야 술 먹고 들어오니 안주에 술에 그 칼로리가 다 어디 가겠노?"마침, 내일이 집사람이 나름대로 열심히 다니고 있는 울릉헬스클럽 동호인들이 성인봉 등반을 한다고 한다. 내친김에 실행에 옮기자. 앗싸.
다음날 오전 10시 버스에 단체로 무작정 올라탔다. 예전 같았으면 휴일의 이 시간이면 꿈나라일 게다. KBS방송국 코스에서 출발했다. 출발한 지 20분 정도? 벌써 숨이 턱 밑까지 차오른다. 헉헉. 남들은 1시간 30분 정도면 성인봉까지 충분히 오를 수 있다고 하는데 필자의 지금까지 최고 기록이 2시간 30분이다.
"좀 쉬었가 가시더. 헉헉... 이대로 가면 아예 못 일어 나니더."필자의 외침은 아랑곳없이 벌써 선두는 까마득히 보이지도 않는다. 울릉산악회의 여성회원인 형수가 깔깔대고 웃으며 "오늘 동생은 내가 책임질게" 천천히 가자며 먼저 앉는다. 그렇게 고마울 수가 없다. 그래도 집사람은 같이 있을 줄 알았두만 아예 보이지도 않는다. 젠장, 세상에 믿을 인간 하나도 없네.
정상에 가까워올수록 더욱 가파르다. 보다 못한 형수님이 이젠 아예 필자를 등 뒤에서 손으로 밀어준다. 우와~한결 낫다. 좋긴 하다만 나보다 덩치가 훨씬 작은 여자가 성인봉에 올라가는데 밀어서까지 데리고 올라가는 내 모습이 어째 한심스럽기까지 하다.
이렇게 쉬었다가 다시 오르고 10번은 족히 쉬며 오른 것 같다. 드디어 정상이다. 너나 할 것 없이 회원들이 저마다 싸들고 온 음식을 죄다 내놓는다. 돼지고기 수육에 김밥, 찐밤, 과일에 양주, 소주까지. 그런데 방어회까지 있다. 봉지에 각종 채소를 썰어 넣고 고추장을 부어 봉지에서 버무린다.
눈치 빠르게 자리 차지하고 소주 한 잔을 먼저 들이킨다. 그리고선 방어회를 한 입. 우와~ 머 이런 맛이 있노? 정말 죽인다. 1년 365일에 거의 320일을 술을 마시는데 살다 살다 이런 회 맛은 처음이다. 정신없이 먹었다.
"산에 올라와서 땀흘리고 정상에 올라 먹는 소주 한 잔에 싱싱한 회 맛. 죽이재? 이런 맛에 등산하는 거 아이가?"산악회 회원인 선배님이 한 소리 거든다. 정말 그런 모양이다. 정상에 올랐다는 성취욕에 땀은 흘러 나른하고 거기에 소주 한 잔을 하니 온 몸이 풀리는 기분이다. 거기에 두 다리는 묵직한 게 정말 열심히 운동을 한 것 같다. 집사람한테 슬며시 앉아 한 마디 건넨다.
"나영이 엄마. 우리 다음주에 또 오자. 정말 기분 최고다, 그쟈?"
전국의 <오마이뉴스> 독자 여러분. 육지에서도 산에 올라 이렇게 먹는지는 모르지만 기회되서 울릉도 오시면 부둣가에 가서 회 사들고 성인봉 한번 올라보세요. 정말 죽입니다. 하하
덧붙이는 글 | *배상용기자는 울릉도관광정보사이트<울릉도닷컴>현지 운영자이자, 울릉군발전연구소 소장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