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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4대강 사업 이후 보에 갑문을 설치해 선박이 자유롭게 통행할 수 있는, 사실상의 '운하 계획'을 검토한 사실이 20일 드러났다.  

 

그동안 각계에서 4대강 사업을 통해 건설될 전국 16개의 보에 갑문을 달면 국민적인 반대 여론에 부딪혀 좌초됐던 '대운하'로 변모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왔지만 정부는 매번 "4대강 사업은 대운하 사업이 아니다"고 강변해왔다.

 

그러나 최문순 민주당 의원이 이날 공개한 한국문화관광연구원의 '4대강 선형관광자원 개발계획-리버크루즈 개발계획 수립을 위한 기술적 타당성 부문' 보고서에 따르면, 이명박 정부의 '대운하 사업 포기 선언'은 '거짓말'일 가능성이 높아졌다.

 

한국문화관광연구원이 문화체육관광부의 의뢰를 받고 지난해 12월 작성한 이 보고서엔 지난 16일 '선상 카지노' 논란이 제기됐던 리버크루즈(내륙 유람선)의 구간, 선박 종류, 정박지 후보 지역, 관광상품화 계획 등이 담겨 있다.

 

"국민 인식 변화 생기면 보를 넘나드는 선박 운항 필요할 것"

 

무엇보다 주목되는 대목은 이 보고서가 4대강 사업 뒤 보와 보 사이를 연결하는 뱃길이 열릴 것으로 예측하고 있단 것이다.

 

보고서에는 "현재 4대강은 하천수심 및 폭이 일정치 않을 뿐 아니라 상류로 올라갈수록 얕고 좁지만, '4대강 살리기 사업'이 완료되면 331km의 뱃길이 연장돼 리버크루즈를 운항하기 좋은 환경으로 바뀐다"고 적시했다.

 

또한 "4대강 살리기 사업으로 생기게 되는 16개 보는 현재 상태로는 통과할 수 없게 돼 있지만 향후 보의 일부 구간을 갑문으로 변경해 선박이 자유로이 통행할 수 있을 것으로 사료된다"고 밝혀, 갑문 설치를 통해 운하로 목적 변경이 가능하단 점을 시사했다.

 

보고서는 아울러, "국민 소득 증가에 따라 해외 리버크루즈 사업 등이 국내에 소개되고 이에 따른 국민 인식에 변화가 생기게 되면 보를 넘나드는 운항이 필요할 것으로 판단된다"며 운하에 대한 국민 여론 변화가 관건임을 적시했다.

 

갑문 설치에 따른 구체적인 계획도 적시돼 있다. 특히 한국문화관광연구원은 4대강 중 가장 많은 8개의 보가 설치되는 낙동강의 경우, 4대강 사업 전 선박 이동 가능 구간이 61.6km에 불과하지만 사업 후 266.5km로 선박 이동 가능 구간이 늘어나는 것으로 계산, "낙동강 전 구간을 5~6일 코스로 개발하는 것을 적극 모색"한다고 밝히고 있다.

 

보와 보 사이를 오가며 선박 이동 가능 구간이 늘어나는 것은 다른 강도 마찬가지다.

 

한강은 32.56km에서 69.7km로, 금강은 51.25km에서 108.7km로, 영산강은 48.61km에서 80.1km로 늘어난다. 한국문화관광연구원은 한강의 경우 대형선을 운용하되 관광객이 늘어나면 1박 2일 코스를 개발할 것을 주문했다. 금강과 영산강엔 2박 3일 코스를 개발할 것을 주문했다.

 

한국문화관광연구원은 또 "초기부터 본격적인 장거리 크루즈사업을 추진하기보단 소형 선박을 중심으로 지역 내 단거리 유람선 사업을 단기적으로 추진하고 중장기적으로 지역 간 연계 리버크루즈 사업을 추진하는 게 타당하다"며 단계별 사업 진행을 권했다.

 

최 의원은 이와 관련, "이명박 대통령은 2008년 촛불 국면에서 운하를 하지 않겠다고 했지만 이 보고서를 보면 운하 포기 선언은 거짓말이었음이 드러났다"며 "문화부의 '4대강 리버크루즈' 사업은 '4대강 운하에 선박 띄우기' 사업"이라고 주장했다.

 

문화부 "보와 보 연결, 이미 폐기한 내용... 소규모 유람선 사업은 계속 검토"

 

그러나 박선규 문화부 제2차관은 이날 브리핑에서 "한국문화관광연구원이 정부에 제출한 공식 보고서는 경관이 수려하고 역사적 관광자원을 가진 4대강 일부 지역에서 보와 보 사이만 운항하는 소규모 유람선 사업을 제안한 것"이라며 "보와 보 사이를 연결해 (리버크루즈를) 운항하거나 갑문을 설치하는 것은 보고서에 들어 있지도 않고 검토 대상도 아니다"고 반박했다.

 

그는 "보와 보 사이를 연결하는 내용은 연구원이 기초자료 수집단계에서 용역업체에서 제출받은 참고자료에 포함됐지만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판단, 보고서 작성 때 폐기한 내용"이라고 설명했다.

 

박 차관은 그러나, "4대강 사업 이후 국내 관광 및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해 한강, 충주호, 백마강 등에서 운항 중인 200~300명 규모의 유람선이나 황포돛배를 활용한 소규모 유람선 사업은 계속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태그:#4대강 사업, #리버크루즈, #갑문, #최문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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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5월 입사. 사회부(2007~2009.11)·현안이슈팀(2016.1~2016.6)·기획취재팀(2017.1~2017.6)·기동팀(2017.11~2018.5)·정치부(2009.12~2014.12, 2016.7~2016.12, 2017.6~2017.11, 2018.5~2024.6) 활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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