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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순사건 62주기를 맞은 지난 19일 여수 일원에서는 각종 추모행사가 열렸다. 이날 행사는 지난 7일 진실화해위원회의 조사결과 여수 일대에서 국군과 경찰에 의해 학살된 민간인 희생사건으로 국가가 인정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 추모행사에는 위령제, 상여노제, 추모식, 추모문화제가 있었다.

 

지난 10월 7일 진실화해위원회는 1948년 10월 말부터 1949년 8월까지 여수일대에서 국군과 경찰에 의해124명이 불법적으로 집단 학살됐고, 이 중 91.9%가 10대에서 30대 청년 남성으로, 여수 도심권 사건이 59%에 달했다고 밝혔다.

 

발표된 진실화해위원회의 조사는 1948년 11월 1일 전라남도 보건후생국 통계자료와 여수지역사회연구소의 피해실태조사보고서 등을 참고로 했다. 이것은 여수지역 피해자 최소 추정인원인 1300여명의 1/10 수준에 불과하며, 이는 직권조사가 결정되었음에도 신청인 중심의 형식적 조사에 의한 결과이다.

 

또한, 조사종료 직후(2010년 7월 6일) 신청유족에게 우편으로 전달된 한 장의 각하 결정서에는 14연대 군인사건(신청인 49명 전원 각하결정), 고문 등의 후유 부상자(신청인 10명전원 각하결정), 125명 집단학살된 후 암매장된 만성리 형제묘 사건(신청인 17명 전원 각하 결정)은 진실화해위원회의 조사대상이 아님을 조사가 끝난 후 통보해 해당 유족들이 이의신청서를 제출했지만 현재까지도 묵묵부답이다.

 

진실화해위원회의 '여수지역 여순사건' 진실규명 조사결과와 국가에 대한 권고사항이 여수시에 전달된 후 유족들은 허탈감과 분통함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한편 지역출신의 정치권도 이 같은 여론을 국정에 반영할 준비를 하고 있다. 여수 출신의 김충조 국회의원은 특별법을 준비 중이다.

 

오후 5시부터 7시까지 이순신광장에는 500여명의 시민과 유족들이 모여 추모식 및 문화제를 열었다. 여순사건 당시 초등학교 3학년이어서 당시를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다는 김충석 여수시장의 추도사다.

 

"62년 전 당시 대부분의 사람들은 좌익이 뭔지 우익이 뭔지, 사상이 뭔지도 모르는 사람들이 넋이 되어서 사라졌습니다. 정확한 진상규명을 통해 억울하게 돌아가신 분들을 위로하고 명예회복을 시켜야 합니다. 그 후 화해와 용서를 통해 새로운 미래로 나가기 위해 이 자리를 마련했습니다."

 

여순사건 여수유족회장 김천우씨와 나눈 이야기다.

 

- 진실화해위원회의 발표 결과에 대해 유족들은 어떤 반응을 보입니까?

"124명이 무죄 판결 받았지만 우리 유족은 달라진 게 아무것도 없어요. 유족들은 특별법을 제정할 때까지 싸울 겁니다. 아니! 꼭 해야 됩니다. 우리 유족들은 울분에 차 있습니다. 지금까지 이 정부가 노력한다고 하면서 우리 여수를 여순사건이라고 부릅니까? 여수에 주둔했던 14연대 군인들이 한 짓이지 여수시민은 없어요. 동조한 시민 몇 명이 한 것을 여수시민이 다한 것처럼 했습니다. 사과와 명예회복을 하고 배·보상 관계가 이루어져야 할 것입니다.

 

- 사건 당시 가족 중 누가 억울하게 돌아가셨습니까?

"큰 형님이 돌아가셨습니다. 대학교 졸업 후 여수 신항에서 직장 근무 중 사건이 발생했고 형님은 태권도 유도 등의 운동만 했고 아무런 관련이 없으니 숨지도 않았어요. 만약 죄를 지었으면 살기 위해서 도망가지 않았겠어요? 잡아다가 가담자를 찾아내라는데 알아야 찾죠.

 

골병들 정도로 맞아 움직이지 못하고 있었는데 신월동으로 끌고가 잡혀온 30명과 함께 총살 후 장작에 올려놓고 불태웠어요. 저는 당시 어렸지만 아버지 손을 잡고 따라가 형이 불타는 걸 봤습니다. 그 후 아버지는  술만 잡수다가 화병이나서 돌아가시고 어머니도 그 충격으로 쓰러져 병환으로 누워 계시다가 돌아가셨어요. 그 이후 우리 집은 거지가 되어 버려 학교도 못 다녔어요."

 

여수지역사회연구소는 비상식적인 일이 너무나 많은 현실이기에 현재 상황을 일시 감내하고 여수지역 여순사건이 국가폭력에 의한 민간인 희생사건임을 정부가 인정했다는 데 우선 의미를 두고 있다. 연구소 관계자는 "지역별, 유형별로 조각내어 버린 여순사건을 총체적으로 규명할 수 있도록 올해를 기점으로 다시 처음부터 시작한다"고 62주기 행사의 의미를 전했다. 

 

여수지역사회연구소는 여순사건 현장을 중심으로 역사기행(21일)을 한다. 한편, 당시 피해가 극심했던 전남 동부지역(순천 20일, 구례 23일)에서도 희생자를 추모하는 위령제가 열린다.  

덧붙이는 글 | '희망제작소'와 '네통'에도 송고합니다


태그:#여순사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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