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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국은 별하늘 아래> 겉표지
<왕국은 별하늘 아래>겉표지 ⓒ 들녘
초등학교든 중학교든 오래된 학교에는 학생들 사이에 전해져 내려오는 괴담이 있다. 그 괴담은 대부분 초자연적인 존재나 현상이 주를 이루는 것이다.

대표적인 것이 바로 화장실 귀신이다. 실외에 있는 '푸세식' 화장실에 밤에 학생 혼자 앉아 있으면, 변기 바닥에서 손이 올려보내 '빨간 휴지 줄까, 파란 휴지 줄까?'라고 묻는 귀신이다.

다른 괴담도 있다. 특정시간에 특정한 장소에 가면 달걀귀신이 나타나서 쫓아온다는 이야기, 자정이 되면 교정에 있는 동상이 스스로 움직인다는 이야기도 있다. 

오래전에 학교 부지가 공동묘지였기 때문에 아직도 그 원혼들이 밤만 되면 교실을 떠돌아 다니며 자기의 무덤을 찾아 헤멘다는 이야기도 흥미롭다.

괴담의 마지막은 학교의 이런 비밀 또는 전설들을 모두 알아내면 그 당사자는 24시간 후에 피를 토하고 죽는다는 협박(?)으로 마무리 된다. 물론 이런 괴담들이 사실일리는 없지만 학생들의 호기심을 자극하기에는 충분하다.

많은 학교에 떠도는 괴담과 전설

시노다 마유미의 2007년 작품인 <왕국은 별하늘 아래>에는 '호쿠토 학원의 7대 불가사의'라는 부제가 붙어있다. 부제목처럼 작품의 무대인 호쿠토 학원에는 대대로 전해내려오는 7가지 불가사의가 있다. 7가지 불가사의의 비밀을 모두 알아내면 그 학생이 죽는지 어쩐지는 모르겠다. 대부분의 학생들은 그런 불가사의가 있다는 것만 알고 있지 크게 신경쓰지 않는다.

호쿠토 학원은 유치원부터 대학원까지 운영하는 '학교 백화점'같은 곳이다. 유치원과 초등학교는 도쿄 한복판에 있고, 중학교부터는 조금 떨어진 서쪽에 자리잡고 있다. 대학교와 담으로 나뉘어져 있는 중고등학교는 넓지 않은 부지에 학교 건물과 기숙사가 함께 있으며, 남녀공학으로 전원이 기숙사 생활을 한다.

대학교 캠퍼스는 넓은 숲처럼 나무가 빽빽하게 들어찬 곳에 위치한다. 이 대학 캠퍼스의 서쪽 절반을 '옛구역'이라고 부른다. 숲으로 둘러싸인 안쪽에 오래된 건물이 드문드문 놓여있을 뿐 사람의 왕래는 거의 없기 때문이다. 호쿠토 학원의 역사는 약 90여년, 옛구역의 건물들은 오래 전에 사용이 중단된 채로 방치되고 있는 것이다.

백 년 가까운 역사를 자랑하는 오래된 학원이 도쿄 시내에 있고, 그 캠퍼스는 울창한 숲을 가지고 있다. 그 안에 오래된 낡은 건물과 현대식 건물이 공존하고 있다. 어느모로 보든지 '학교 괴담'이 탄생하기에 적절한 학원인 셈이다. 이런 학원에 불가사의가 7가지 밖에 안된다는 것이 오히려 이상하게 보일 정도다.

호쿠토 학원의 중학교 2학년인 아키, 하루, 다모츠 이 세 명의 남학생이 바로 이 불가사의에 도전하려고 한다. 이들은 학교에 전해지는 불가사의의 대부분이 '옛구역'과 연관있다는 점에 주목한다. 그러니 일반 학교에 떠도는 괴담과는 다른 것이다.

이들은 호기심에 사람들을 찾아다니면서 그 소문을 정리해 나간다. 그러다 보니까 오싹하리만큼 이상야릇한 내용들이 마구마구 쏟아져 나온다. 그래서 이들은 괴담의 진원지인 옛구역을 한밤중에 직접 방문하기로 한다. 야간에 기숙사를 빠져나오는 것은 규칙 위반이고, 위반이 누적되면 퇴학당한다. 이들은 그런 위험을 무릅쓰고 옛구역으로 향한다. 그곳에서 어떤 비밀과 마주칠까?

어른이 되고 싶어 하는 아이들

저자인 시노다 마유미는 어린 시절부터 학교가 싫었고 단체생활이 질색이었다고 말한다. 그래도 등교거부를 하지는 않았단다. 부모님의 잔소리를 들으면서 집안에 있기보다는 또래들과 어울리는 것이 훨씬 좋았기 때문일 것이다.

학창시절을 회상하며 '어른이 되는 것이 싫었다'라고 말하는 작가와는 달리, <왕국은 별하늘 아래>의 하루는 '그저 빨리 어른이 되고 싶다'라고 투덜댄다. 어린아이들은 어른의 명령에 따라야 하니까 자유롭지 못하다. 호쿠토 학원의 기숙사는 부모와 가정에서 아이들을 떼어 자유롭게 해주는 듯하지만 실은 그렇지도 않다.

학교라는 또 다른 우리에 학생들을 가두어놓을 뿐이다. 식당과 휴게실에서 아이들과 수다를 떨며 낄낄거려도 그때 뿐이다. 가정의 울타리는 학교의 담장이 대신하고 부모의 역할은 교사들이 떠맡는다. 주변에 좋은 친구들이 있더라도 이런 생활 자체에서 생겨나는 스트레스를 모두 해소하지는 못한다.

대신에 억압된 정서를 해방시키기 위해서 여러가지 괴담을 만들어낸다. 화장실에서는 귀신이 나오고 한밤 중의 교정에서는 동상이 멋대로 돌아다닌다. 권위적인 장소인 학교를 묘하게 뒤틀린 비웃음의 대상으로 바라보는 것이다. 대부분의 학교에는 억압이 있다. 대부분의 학교에 괴담이 있는 이유도 바로 그 억압 때문이다.

덧붙이는 글 | <왕국은 별하늘 아래> 시노다 마유미 지음 / 안소현 옮김. 들녘 펴냄.



왕국은 별하늘 아래 - 호쿠토 학원의 7대 불가사의

시노다 마유미 지음, 안소현 옮김, 들녘(2010)


#왕국은 별하늘 아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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