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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머니에게 물동이 이는 법 배우다
어머니에게 물동이 이는 법 배우다 ⓒ 한국문화정책연구소, 국가기록원 (복사본)

어릴 적 어머니에게 물동이 이는 법 배웠다.

동동 물동이의 물이 넘치지 않을 만큼 받아 동동 물바가지 띄워야 한다.

TV 속, 케냐 아낙들이 출렁출렁 물 한방울 흘리지 않고

마치 모델들이 머리에 책을 올리고 걸어가는 것처럼

맵시 있게 걷는 것 보다가, 동네 어머니 누이들

물동이로 우물 길어 나르던 보릿고개 시절 생각났다.

그 시절은 여아들은 초등학교 들어가기 무섭게

제법 먼 거리까지 물동이로 물 길어 나르며

제 몫의 밥값은 톡톡히 해야 했다.

물동이를 처음 일 때는 몸의 중심이 잘 잡지 못해

물동이 정말 숱하게 깨 먹고 진흙길에 나자빠져봐야

물 한 방울 안 흘리면서 물동이 이고 걷게 되는 것이다.

생각하면 이 힘든 세상살이 물동이 이는 법과 크게 다르지 않다.

이 세상 모든 이치는 차고 넘치는 것보다

찰랑찰랑 모자르는 것이, 넘치는 것보다 백배 나으니 말이다.

세상이 180도로 변해서 물동이 이고 다니는

어머니와 누이들 다 어디로 사라졌지만,

가난한 그 시절 어머니들의 자식은

물동이 이는 법처럼 차고 넘쳐 자식 불편케 하지 않았다.

아무 좋은 사랑도 흘러넘치면 소용없는 법,

조금 모자란 듯 아쉬운 사랑이 진정한 그리움을 낳는 법이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신생(2010,가을호)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물동이#어머니#우물#풍습#물긷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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