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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산참사와 쌍용차 사태의 재연이 우려되는 KEC 조합원들의 공장검거와 기륭전자 조합원들의 단식농성이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25일 오전 서울 중구 정동 민주노총 대회의실에서 열린  'KEC-기륭 사태 해결촉구 기자회견'에서 KEC노동자가족대책위 소속 최승아씨(왼쪽에서 세번째)와 김은숙씨(왼쪽에서 두번째)가 KEC 사태 해결을 호소하며 눈물을 흘리고 있다.
 용산참사와 쌍용차 사태의 재연이 우려되는 KEC 조합원들의 공장검거와 기륭전자 조합원들의 단식농성이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25일 오전 서울 중구 정동 민주노총 대회의실에서 열린 'KEC-기륭 사태 해결촉구 기자회견'에서 KEC노동자가족대책위 소속 최승아씨(왼쪽에서 세번째)와 김은숙씨(왼쪽에서 두번째)가 KEC 사태 해결을 호소하며 눈물을 흘리고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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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딱 한 가지만 부탁드릴게요. 제발 공장에 공권력 투입만은 하지 말아 주세요. 우리 애아빠 살아서 나올 수 있게 해주세요."

공장을 점거하고 농성 중인 남편을 생각하며 전희정 KEC노동조합 가족대책위 위원장은 애타는 심정을 호소했다. 전 위원장은 "삼성, LG는 아니어도 구미에서 KEC 다닌다고 하면 어께가 올라갈 정도로 자랑스러웠다"며 "타협과 양보로 사태를 마무리하면 조합원 모두 다시 제자리로 돌아와 열심히 일 할 것"이라고 울먹였다.

농성 중인 조합원들의 가족들이 이렇게 불안에 떤 이유는 경찰이 공공연하게 강제진압 방침을 밝혔기 때문이다. 민주노총에 따르면 경찰은 노조의 공장 점거농성 돌입 직후 경북도청 출입기자들에게 '조속히 진압 하겠다'는 문자를 보냈다. 현재 경찰은 공장 주변에 1000여 명의 병력을 배치해 놓고 있다.

이로 인해 반도체 공정에서 사용되는 염산과 불소 등 인화성 물질이 많은 공장 내부로 경찰이 강제 진입할 경우 지난해 1월 용산참사와 같은 비극이 벌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KEC(회장 곽정소)는 1000여 명의 종업원을 두고 연 3000억 원 가량의 매출을 기록하는 비메모리 반도체 생산 전문 기업이다.

KEC노동조합 가족대책위원회와 민주노총은 25일 오전 서울 정동 민주노총 회의실에서 '제2의 용산 참사, 쌍용차 사태 막아야 한다'는 제목의 기자회견을 열고 노조원들의 안전을 보장하고 평화적 사태해결을 위한 노사 교섭을 촉구했다.

"공장점거는 마지막 희망이었다"

KEC노조는 사측이 교섭요구를 무시하고 직장폐쇄를 하자 지난 6월부터 파업으로 맞서 왔다. 4개월여 간 진행 된 파업에도 사측은 교섭을 계속 거부하면서 조합원 108명에게 해고와 직위해제 등 징계를 내렸다. 또 현정호 지회장 등 노조 간부에게 손해배상을 청구하고 업무방해로 고소하는 등 강압적으로 대처해 왔다.

결국 최후의 수단으로 공장 점거 들어간 노조원 200여명은 직장폐쇄를 철회할 것과 노조원들에게 내려진 징계, 고소, 고발을 철회하고 단체교섭에 나설 것을 요구하고 있지만 사측은 일절 협상에 나서지 않고 있다.

지난 24일 KEC 노조에 따르면 공장 안에 있는 노조원들은 처음 들어갈 때 가져간 약간의 음식을 나눠 먹고 있으며 상황이 해결될 때까지 농성을 풀지 않겠다는 뜻을 고수하고 있다. 농성 초반 사측이 단수조치를 해 식수 사용에 어려움이 있었지만 공장 안 정수기에 다시 물이 공급됐고 가족들이 갖다 준 약품도 전달된 것으로 알려졌다.

조합원들의 가족들은 KEC노조가 공장 점거란 극단적 방안을 선택한 이유는 더 물러설 곳이 없다는 절박함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전희정(39) 가족대책위 위원장은 기자회견에서 "4개월 동안 계속된 파업에 가계 빚도 늘고 가족 모두가 지쳐가고 있다"며 "공장점거는 우리의 마지막 희망이었다"고 말했다.

역시 남편이 공장 점거에 들어가 있는 정윤희(44)씨는 "중학교 3학년, 고등학교 2학년 아들, 딸이 있는데 공부시키려면 돈이 많이 들어가지만 아이들도 아빠 눈치가 보여 아무 말도 못하고 있다"며 "결혼하고 18년 동안 남편이 KEC를 다녔지만 이번처럼 파업을 한 적은 없다"고 개탄했다. 정씨는 또 "남편이야 아직 젊고 남자라서 괜찮지만 어린 여자분들도 같이 있는데 건강이 상하지는 않을까 걱정된다"고 안타까워했다.

공장 점거에 들어간 노조원 가운데는 115명의 여성 노동자들이 포함돼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농성 장기화 되면 강제진압 불가피

민주노총과 금속노조는 이번 사태가 노사 간 단순한 갈등 문제가 아니라 노조의 존재 자체를 부정하려는 사측의 의도가 담겨 있다고 진단했다.

김영훈 민주노총 위원장은 "공장 농성에도 사측이 전혀 협상에 나서지 않는 것은 노동조합을 아예 말살하려는 음모"라며 "이번 KEC 공장 점검에서 용산참사, 쌍용자동차와 같은 공권력으로 인한 사상자들이 또 다시 발생한다면 민주노총은 모든 것을 걸고 정권과 싸울 것"이라고 강조했다.

구자오 금속노조 수석부위원장은 "KEC 파업의 문제가 마치 타임오프 때문에 일어난 것처럼 언론 보도로 나갔는데 사실과 다르다"며 "KEC노조는 사측이 제기한 노조전입자 법정 한도를 수용하기로 했고 다른 사안에 대해서도 많은 양보를 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노사관계가 이렇게 까지 된 이유는 회사가 노조의 존재가치를 필요 없는 것으로 여기고 있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KEC 사측은 25일 <오마이뉴스>와 한 전화통화에서 "노조원들이 불법파업을 중단하고 공장에서 철수하면 협상에 나설 수 있지만 지금 상황에서는 어떠한 사안도 수용할 수 없다"고 밝혔다.


태그:#KEC, #파업, #구미, #용산참사, #쌍용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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