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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원과 진주MBC가 지난 22일 '재미난' 여론조사 결과를 내놨다. 10월19~20일, 경남도민 1008명에게 두 MBC의 통합에 관한 의견을 물은 결과, 찬성이 66.2%로 반대에 비해 압도적으로 높았다는 것이다.

 

심지어 두 MBC의 통합에 시민단체들이 나서서 반대운동을 펼치고 있는 서부경남지역에서조차 진주를 제외하면 찬성 의견이 더 많았다고도 덧붙였다. 이에 '그게 정말인가?'하고 놀라는 지역민들이 많았나보다. 다른 곳은 몰라도 서부경남 쪽은 통합에 반대하는 사람들이 많지 않을까 생각했던 모양이다. 사천시청과 사천경찰서에 근무하는 공무원들조차 믿기 힘들어 하며 사실 여부를 기자에게 물어 왔다.

 

하지만 난들 알겠는가, MBC측에서 낸 보도자료만 볼 수 있는 위치에 있는 사람이.

 

 

그래서 진주,창원MBC가 여론조사기관인 갤럽에 의뢰해 조사했다는 여론조사 관련 자료를 구해 살펴봤다.

 

진주MBC지키기서부경남연합이 이번 여론조사를 두고 아예 '여론조작'이라고 원색적 비난을 쏟아낸 이유를 알것 같았다. 진주MBC노조와 직원들로 구성된 '진주MBC 지키기 비상대책위원회'가 김종국 사장이 언론플레이를 하기 위해 국회와 국정감사를 이용했다고 비판했던 것이 와닿았다.

 

MBC와 갤럽은 이번 여론조사를 다음과 같이 진행했다. 먼저 두 MBC의 통합이 추진되는 사실을 아느냐고 물었다. 이에 응답자의 67.2%가 '전혀 모른다'고 했다. 이는 여론조사 대상이 서부경남(261명)보다 동부경남(747명)에 훨씬 더 많기 때문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는 통합사실을 조금이라도 알고 있는 응답자(331명)를 대상으로 통합 찬반 여부를 물었다. 찬성과 반대는 40 대 40. 나머지는 '모르겠다'였다. 서부경남은 21.7%만 찬성한 반면 동부경남은 53.8%가 찬성했다. 이어 통합찬반 이유에 관해 질문한 뒤, 면접원이 다음과 같은 안내문을 읽어줬다.

 

"현재 진주MBC와 창원MBC 2개의 회사를 MBC경남으로 통합하는 광역화가 추진되고 있습니다. 진주MBC와 창원MBC의 광역화는 어느 하나의 회사를 없애는 것이 아니라, MBC경남이라는 회사가 새롭게 탄생하면서 진주MBC는 진주본부, 창원MBC는 창원본부로 이름을 바꿔 제작 및 뉴스의 기능을 지금보다 강화하는 통합입니다."

 

이 안내문은 '잘 모르겠다'고 답하는 사람들에게는 되풀이해 나갔다. 그리고 이 안내문이 나간 뒤 바로 이어진 질문이 '통합의 필요성'과 '통합 찬반'에 관한 것이었다.

 

참 어이가 없는 일이다. 두 개의 회사를 하나로 만들어 보도기능과 제작기능을 끌어올리겠다고 하는데 누가 필요하지 않다고 말하겠는가? 적어도 이번 통합에 관해 깊은 이해가 있거나 하지 않는 한.

 

 
그리고 빤한 결과가 나왔다. 통합여부를 인지하고 있는 상태에서 안내문을 읽어주지 않고 찬반 여부를 물었을 때는 전체 응답자 331명 가운데 찬반이 40 대 40으로 같았지만, 설문조사 전체 대상자인 1008명에게 안내문이 나간 뒤에는 66대24로 찬성 의견이 3배 가까이 많았다. '모르겠다'는 응답은 절반으로 줄었다.

 

참고로 사천시의 경우, 이번 여론조사에 42명이 참여했다. 이 가운데 안내문을 읽어주기 전에는 통합사실을 알고 있던 25명 중 35.9%(=9명)가 찬성했고, 안내문이 나간 뒤에는 42명 중 63.9%(=27명)가 찬성했다.

 

이를 두고 '응답자들이 안내문을 듣고 두 MBC의 통합내용을 잘 이해한 결과'라고 해야 할까, 아니면 '응답자들이 낚인 결과'라고 해야 할까. 잘 모르겠지만 분명한 것은 자상한 '안내문'의 공로임에는 틀림없다.

 


MBC지키기비상대책위는 여기에, "여론조사 과정에서 전화면접원이 응답자에게 질문지에 없는 내용까지 언급하며 찬성 의견 쪽으로 유도한 경우가 있다"고 주장했다. 또 주주총회에서 진주MBC의 법인을 해산해, 그 모든 기능을 창원MBC에 강제로 흡수 합병시켜 놓고 "어느 하나의 회사를 없애는 것이 아니다"라고 안내문에 밝힌 것은 도민을 우롱한 것이라 주장한다.

 

비상대책위의 이런 주장을 떠나, 이번 여론조사는 앞서 언급한 내용만으로도 그 공정성이 의심받기에 충분하다. MBC는 이런 결과를 언론을 통해 배포했다. 나아가 김종국 진주MBC사장은 지난 22일 국회 국정감사에 증인으로 출석해 이를 인용하면서, 경남도민의 대다수가 두 지역MBC의 통합을 반기고 있다고 홍보했다.

 

어떤 외압에도 공정성을 잃지 말아야 할 공영언론이 내부적 문제로 직원과 지역민들로부터 '여론조작'이란 지탄을 받는 상황. 조금 더 시간이 지난 뒤엔 어떤 모습으로 서 있을 지가 궁금하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뉴스사천(www.news4000.com)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M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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