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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교육청이 학생인권조례를 공포하고, 서울시교육청이 학생인권조례 제정을 준비 중인 가운데, 인천에서도 학생인권조례 제정을 위한 활동이 시작돼 귀추가 주목된다.

 

지난 30일 오후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인천지부 중등남부지회와 부평교육희망네트워크, 남동교육희망네트워크, 청소년인권행동 아수나로 인천지부, 청소년인권복지센터 내일은 인하대학교 학생회관 3층 회의실에서 '학생인권조례를 위한 한걸음'이라는 주제로 포럼을 진행했다.

 

포럼에선 경기도 학생참여기획단으로 활동한 '난다' 청소년인권 활동가가 '경기도 학생인권조례 제정을 위한 청소년들의 활동과정'을, 경기도 학생인권조례 제정을 위한 연구용역팀에 참가한 오혜원 호계중학교 교사가 '교사가 바라보는 학생인권조례에 관한 생각'을 주제로 발표했다.

 

주제 발표 후에는 참가한 학생과 교사가 자유롭게 자신의 생각을 발표하고 토론했다.

 

난다 활동가는 "누구에게나 당연히 보장돼야 할 인권이 우리사회 학생들에게는 허락되지 않는 것"이라며 "지금도 수많은 학생들이 성적을 비관해 자살했다는 소식이 들려오고, 학생들은 교문을 들어서기 전 머리부터 발끝까지 '어디 규정에 어긋난 데는 없나'하고 자신을 검열하며 양말색깔까지 신경 써야할 지경"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학생이 학교의 주인이라는 명제는 이미 사라진 지 오래기에 이런 현실을 바꾸기 위해, 인권은 어떤 이유로든 더 이상 유보돼서는 안 되는 것이기에 학생인권조례가 반드시 필요하다"며 "경기도에서 공포된 학생인권조례는 김상곤 경기도 교육감이 훌륭해서 갑자기 툭 튀어나온 것이 아니라, 그동안 학생인권 보장을 요구하는 학생인권운동의 역사가 있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아울러 그는 "학생인권에 관심을 가지고 활동해오던 학생들이 조례 제정 과정에 참여하고 학생 서명운동을 진행하며 학생들에게 알려냈기에 지금의 경기도 학생인권조례가 탄생할 수 있었다"며 "경기도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전국적으로 학생인권조례가 제정되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밝혔다.

 

오혜원 교사는 "보수언론의 비판을 보면 교사 전체가 학생인권조례 제정에 반대하는 듯한 인상을 풍기며 교권과 학생인권이 대립한다는 논리를 펴고 있지만, 이는 사실과 다르다"며 "경기도 학생인권조례 제정을 위한 연구용역팀이 교사들을 설문 조사한 결과 '가고 싶은 학교가 되기 위해 가장 시급히 개선해야 할 것'으로 학교폭력(집단 따돌림)과 함께 야간자율학습 등 강제 과잉학습, 두발규제 세가지를 꼽았고 '학생인권문제 해결을 위해 가장 시급히 개선할 것'으로 입시경쟁 해소, 인권교육 강화, 노후한 교육시설 개선, 학교 의사결정에 참여보장 네 가지를 꼽았다"고 밝혔다.

 

이어 "이는 교사들이 과도한 입시경쟁으로 학생들의 마음이 자라지 못하고, 그 결과 학교폭력이 심각해지는 상황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는 것이며 몸과 마음을 살리는 교육이 되도록 강제 과잉학습을 없애고 학생과 교사를 불필요하게 대립시키는 두발규제를 없애야 한다는 뜻"이라며 "학생자치활동 결과를 학교운영에 반영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의견과 학생인권을 보장하기 위해 학업성적 위주의 교육정책 변화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높게 나타났다"고 말했다.

 

오 교사는 "교권 세우기와 학생인권 세우기는 함께 가는 친구"라며 "학생인권조례 제정 후 한동안 교사들이 너무 힘들어하지 않을까 걱정도 되고, 얼마나 진통을 겪을까 고민이 되는 것도 사실이지만 학생들을 통제하고 억압하는 교사의 권력을 내려놓고 제대로 교육할 수 있는 교사의 권리를 세우는 과정이 교권을 새롭게 세우는 과정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믿는다"고 주장했다.

 

이날 포럼을 주최한 단체들은 인터넷 카페를 개설했으며, 향후 인천 학생인권조례 제정을 위한 서명운동 등 구체적인 활동을 진행할 예정이다.

 

한편, 10월 5일 공포된 경기도 학생인권조례는 ▲성별ㆍ종교ㆍ나이ㆍ사회적 신분ㆍ장애 등으로 차별받지 않을 권리 ▲따돌림ㆍ학교 내 체벌 등 폭력ㆍ위험으로부터의 자유 ▲야간자율학습ㆍ보충수업 등 정규교과 이외 교육활동의 자유를 담은 교육에 관한 권리 ▲학생 복장과 두발 등 용모에 있어서 자신의 개성을 실현할 권리(두발 규제 금지) 등을 담은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ㆍ정보에 관란 권리 ▲종교행사 참여를 강요해서는 안 되고 표현의 자유를 제한해선 안 된다는 내용을 담은 양심ㆍ종교ㆍ표현의 자유 ▲학생 자치활동 보장과 학교 교칙ㆍ교육정책결정 과정에 참여할 권리를 보장하는 자치ㆍ참여의 권리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학생인권조례에 대한 인천지역 학생들의 생각은 어떨까?

 

박우태(부평구 산곡남초 6년) : "학생인권조례가 구체적으로 어떤 내용인지는 잘 모르지만, 학생들에게 자율성을 많이 주면 너무 누리려고 하는 학생들이 있지 않을까? 하지만 잘못한 학생이 있을 때 때리는 것보다는 살짝 벌을 주는 것이 좋을 것 같다. 교사가 좀 힘들 것 같다."

 

이종길(산곡남초 6년) : "학생인권조례 제정은 필요하다."

 

나OO(인천 A고 1년) : "학생인권조례는 선진국에서는 이미 오래 전 자리 잡은 제도다. 다른 부분에서는 선진국을 모방하면서 왜 학생들의 인권 존중에 관한 것은 모방하지 않는가? 교사들은 자유롭게 자신들의 개성을 살리며 학생을 가르친다. 그렇다면 우리도 그럴 권리가 있지 않나? 학생만 규제하는 것은 잘못된 생각이다."

 

김OO(인천 A고 1년) : "야간자율학습에 관한 자율성은 찬성이다. 어차피 사교육비 절감을 위해서라고 하지만 우리 반만 보아도 다들 야간자율학습 끝나고서라도 학원을 간다. 그런데도 강요하는 것은 비효율적이다."

 

허OO(인천 A고 1년) : "아직 청소년은 불완전한 존재이기 때문에 성인들의 규제가 필요하다. 인권조례 내용 중 개성에 대한 예를 들자면 청소년들은 완전히 가치관이 확립된 뒤에 개성을 살려도 늦지 않다고 생각한다."

 

원OO(인천 A고 1년) : "반 친구들 20명에게 학생인권조례에 대해 물어봤더니 13명은 '들어보지도 못했다', 5명은 '들어는 보았다(구체적인 내용을 하나도 모름)', 2명은 '잘 알고 있다'고 답했다. 대부분의 친구들이 학생인권조례가 무엇인지도 모르고 있고 관심이 없어 보였다."

<도움ㆍ인천겨례하나 청소년 평화기자단>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부평신문(http://bpnews.kr)에도 실렸습니다.


태그:#학생인권조례, #인천학생인권조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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