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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월 마지막 주 금요일 저녁, 시낭송과 음악이 어우러지는 아름다운 하모니로 몸과 마음이 힘들고 지친 이들에게 따뜻한 감동과 행복을 선물하는 '시낭송의 밤'이 이루어지는 곳이 있다. 강릉 동인병원에서 강원시사랑회(재능시낭송협회 강원지회)가 환자와 보호자를 위한 시낭송과 음악이 어우러지는 행사를 지난 2004년부터 이어오고 있는 것이다.

지난 10월 29일 저녁에는 40번째 시낭송의 밤을 이곳에서 개최한 강원시사랑회(회장 홍성삼)는 조항순 시낭송가의 사회로 김택만 회원의 색소폰과 기타 연주로 오프닝을 하고, 하늘 같은 사랑(김동명 시), 아버지의 기침소리(이미애 시), 행복(유치환 시)을 이춘희, 최송자, 정혜자 회원이 차례로 낭송했다. 이어 현직 사회복지사로 일하는 이화정씨 외 4명이 출연하여 플루트으로 가을밤의 운치를 더해 주었으며, 소리샘 안희양 외 8명이 나와 오카리나를 연주해 관객들의 발수갈채를 받았다.

이어서 이구재의 시 '볏집'과 황지우의 '너를 기다리는 동안' 박인환의 '목마와 숙녀'를 최헌숙, 이부녀 시낭송가(시낭송 지도강사)가 차례로 낭송했다. 올해 처음으로 회원이 된 평창군 진부면 진부보건지소에 근무하는 윤해순씨는 문정희 시인의 '남편'이란 시를 낭송하여 초보자답지 않은 기량과 감정 표현으로 호평을 받기도 했다.

이날로 40회째 시낭송의 밤을 맞은 강원시사랑회는 매월 이곳에서 환자와 보호자, 의료진을 위한 시낭송 행사를 진행하면서 몸이 지치고 힘들 때도 있었지만 포기할 수 없는 즐거운 봉사가 됐다고 했다.

특히 매월 행사 때마다 음향장비를 조작하고, 일일이 차량으로 옮겨 싣고 내리고를 반복하며 자신의 여가 시간을 몽땅 투자하면서까지 열정을 보여주며 현장 진행과 사진촬영까지 1인 5역을 하는 김원섭씨가 없다면 감히 이런 행사를 치를 수 없다고 말하는 회원들은 말한다.

김원섭씨는 이부녀 시낭송가의 남편이기도 하다. 또 이 모임에는 매달 기타와 색소폰으로 첫 무대를 열어주며, 관객 호응을 이끌어 내는 일등 공신인 김택만 회원도 시낭송가 최헌숙씨의 남편이다. 이렇게 부부가 참여하는 회원들이 몇 팀 되다 보니 여러 회원들의 부러움을 사기도 하고, 시낭송을 통한 은근한 애정과시가 훈훈한 분위기를 만들고 있다고 한다.

이날 행사에는 동인병원의 환자와 보호자 의료진등 100여 명이 넘는 관객들이 참여해, 깊어가는 가을밤의 운치와 어우러진 시낭송에 흠뻑 취했다. 쌍둥이 어린이 환자는 연신 불편한 몸으로 박수를 치고 즐거워 하는 모습을 보여줘 엄마, 아빠의 얼굴에도 모처럼의 웃음꽃이 피는 모습을 볼 수 있었고, 나이든 할머니 환자는 "그저 이런 자리가 너무 좋다"며 빙그레 웃었다.

강릉시사랑회는 지난 2002년 창립해 지금까지 매년 정기 시낭송의 밤을 개최하며, 경찰관과 전의경을 위한 시낭송과 경포바다 예술제, 지역시인과의 시낭송의밤, 피서객을 위한 시낭송, 경포 벚꽃 축제, 허난설헌 다례제, 군부대 위문 시낭송, 6,25기념 시낭송, 솔올음악회 시낭송 등 다양한 시낭송 봉사를 펼치고 있다.

재능시낭송협회 강원지회로 출발해 강원시사랑회로 더 잘 알려져 있기도 한 이들은 올해 11월 30일 강릉예술관에서 시낭송의 밤 행사를 가질 예정이다. 그동안 시낭송 전국대회에 참여해 여러 명의 시낭송가를 배출하고 강릉이 전국에서 손꼽히는 시낭송의 명소로 발돋움하는 데 기여했을 뿐만아니라, 자신들의 재능을 기부하는 문화를 일찌감치 실천한 단체로 지역에서 인정받고 있다.

행사를 마치고 나오는데 동인병원 테이블 위에 있던 한 장의 유인물을 접하고 그 안에 담겨 있던 글을 옮겨 본다.

"돈돈돈 욕심을 버리시구려, 아무리 돈을 가졌다해도 죽으면 가져갈 수 없는 거라오, 그 사람은 참 좋은 사람이었다고, 주위 사람들의 입에 오를 정도로 살아 있는 동안 많이 뿌려서 산더미 같은 덕을 쌓으시구려."

돈이 많은 사람도 적은 사람도 아파서 병원에 환자로 누워보면 돈이 필요하기도 하지만 건강을 잃고 나면 소용이 없고 건강마저 잃고 환자가 되어보니 사람이 더 소중하다는 걸 깨달은 것일까. 새삼 이 글이 환자들과 보호자들 가슴엔 명언처럼 들릴 것이란 생각을 하게 된다.

한 송이 아름다운 꽃도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주었을 때 꽃이 내게로 와서 나의 꽃이 되듯이, 우리들은 모두 누군가의 꽃이 되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해 보는 가을 시낭송의 밤이었다.

최헌숙(왼쪽)시낭송가와 이부녀 지도강사겸 시낭송가가 목마와 숙녀를 낭송하고 있다.
▲ 환자와 보호자를 위한 시낭송의밤 최헌숙(왼쪽)시낭송가와 이부녀 지도강사겸 시낭송가가 목마와 숙녀를 낭송하고 있다.
ⓒ 김남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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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원섭씨가 음향과 진행을 맡아서 행사를 총괄하고 있다
▲ 환자와 보호자를 위한 시낭송의밤 김원섭씨가 음향과 진행을 맡아서 행사를 총괄하고 있다
ⓒ 김남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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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를 보며 인사말을 하는 조항순 시낭송가
▲ 환자와 보호자를 위한 시낭송의밤 사회를 보며 인사말을 하는 조항순 시낭송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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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낭송과 연주를 경청하고 있는 환자와 보호자, 의료진과 동인병원 관게자들
▲ 환자와 보호자를 위한 시낭송의밤 시낭송과 연주를 경청하고 있는 환자와 보호자, 의료진과 동인병원 관게자들
ⓒ 김남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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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같은 사랑을 낭송하는 이춘희 시낭송가
▲ 환자와 보호자를 위한 시낭송의밤 하늘같은 사랑을 낭송하는 이춘희 시낭송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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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화정 사회복사와 함께 플륫연주를 하는 동인들
▲ 환자와 보호자를 위한 시낭송의밤 이화정 사회복사와 함께 플륫연주를 하는 동인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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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카리나를 연주하는 안희양외 8명 소리샘 회원들
▲ 환자와 보호자를 위한 시낭송의밤 오카리나를 연주하는 안희양외 8명 소리샘 회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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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치환의 행복을 낭송하는 정혜자 회원
▲ 환자와 보호자를 위한 시낭송의밤 유치환의 행복을 낭송하는 정혜자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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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택만 회원이 색소폰 연주를 하고 있다
▲ 환자와 보호자를 위한 시낭송의밤 김택만 회원이 색소폰 연주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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