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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달 29일 서울 노원구 상계동 마들주민회는 '마들, 스무 살 이야기, 그리고...'란 창립20주년 기념 책자를 내고 '마들주민회' 10주년, '마들여성학교' 20주년 후원 행사를 열었다. 꿈을 가지고 심은 한 알의 밀알이 튼튼한 나무로 자랐으니 앞으로 더 큰 사회적 책임을 다하겠다는 다짐의 시간이기도 했다.

"1990년 당고개 아래 상계4동은 고향에서 쫓겨 온 사람들이 다시 명동으로 부천으로 쫓겨날 수밖에 없었던 설움 가득한 동네였습니다. 마들주민회의 전신, '상계어머니학교'는 그 동네 사람들 중에서도 여성이란 이유로, 또 배우지 못했다는 이유로, 이중 삼중의 차별과 설움 속에 갈기갈기 맘 찢긴 그녀들과 함께 지역운동을 시작하였습니다."

마들주민회 대표인 이지현씨는 초대 글에서 마들주민회 태동의 시절을 말한다.

20년 전 당시 지역운동으로 상계동에서 아이들 공부방을 운영하고 있던 대학생들에게 '애들만 가르치지 말고 못 배운 우리 엄마들도 가르쳐달라고...'울먹한 목소리로 애원했다는, 어느 어머니의 바람으로 만들어진 학교가 '상계어머니학교'였다.

20년 세월을 마들주민회와 함께해온 사람들.
 20년 세월을 마들주민회와 함께해온 사람들.
ⓒ 박금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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못 배움의 한은 생계에 시달려 몸과 마음 모두 지친 어머니들을 공부방으로 이끌었다. 그런 어머니들의 배움은, 모르던 가나다라를 깨치고 알파벳을 외우는 것으로 끝나지 않았다. 마을신문을 발간하고, 지역단오한마당, 주민공개강좌 등을 마련하면서 지역주민들과 함께 하는 지역공동체로의 발돋움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저소득아동청소년 공부방인 '마들창조학교'를 만들고, 지역주민과 함께 신명나는 공동체를 만들어보겠다는 취지의 '마들주민회'를 창립하기에 이른다. 학교를 넘어 지역으로 들어와 변화하는 삶의 주체가 된 것이다.

상계어머니학교의 밀알은 땅에 떨어져 제대로 썩었다(요한복음 12장 24절). 그 거름을 먹고 20살이 된 '마들주민회'는 문해학교인 '마들여성학교' 지역사회 교육공동체를 지향하는 '마들창조학교', 노원사람들의 자립과 연대의 터전인 재활용가게 '자연터'를 품고 있다.

20주년 기념공연에서 마들창조학교 아이들.
 20주년 기념공연에서 마들창조학교 아이들.
ⓒ 박금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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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들주민회는 "다시 작아지고 더 많아져서 지역의 주민들과 더 가깝게 움직이며 동네를 바꾸는 마을공동체운동, 지역 단체들과 연대해 생산과 소비가 지역공동체 안에서 가능해지는 마을경제공동체운동 등등"을 계획하면서, 또 다시 무엇의 밀알이 되고 싶어 열심히 꿈을 꾸고 있다고 한다.

마들주민회는 '주민자치와 공동체를 지향하는' 회원들의 십시일반 회비와 후원금으로 운영되고 있다. 후원 행사 초대장에는 이철수씨의 판화 '달팽이 더디 가는 걸음도 부지런한 제길!'이 박혀있었다. 기념공연을 지켜보면서, 꼼지락거리며 무던히 걸어왔을 그들의 20년 길속에 담긴 무수한 애환과 정성을 더듬어 보았다.


태그:#마들주민회, #마들여성학교, #마들창조학교, #자연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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