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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친환경무상급식 초등학교전면실시'약속이행을 촉구하며 9일째 단식 농성중인 민노당 임순악 초선의원의 모습
 '2011년 친환경무상급식 초등학교전면실시'약속이행을 촉구하며 9일째 단식 농성중인 민노당 임순악 초선의원의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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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처음에는 김상일 의원 뜻에 따라 단식에 동조했습니다. 그런데 하다 보니 이것은 정치생명을 걸고 반드시 이뤄야겠다는 결심이 굳었습니다. 시장이 의회를 무시하고 약속을 지키지 않는데 시민들을 무서워하겠습니까? 김충석 시장이 (전임시장 때 만든 무상급식 조례) 약속을 지키지 않는다면 목숨을 걸고 끝까지 싸울 것입니다."

'2011년 친환경무상급식 초등학교 전면실시' 약속이행을 촉구하며 9일째 곡기를 끊은 임순악 여수시의원의 입에서는 거침없는 독설이 흘러나왔다.

단식 농성장으로 변한 1청사 로비 왜?

지난달 27일부터 단식 농성장으로 변해 버린 여수1청사 로비에는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을까?

시청 현관 로비 안은 민주노동당(아래 민노당) 여수시 의원들의 단식 농성장으로 변했다. 대형현수막과 펼침막 그리고 바닥에는 잠자리용 침구류와 컴퓨터가 깔려 있다. 때이른 초겨울 추위에도 불구, 민노당 김상일, 임순악 의원은 하루 24시간 이곳을 떠나지 않고 있다. 벌써 곡기를 끊고 단식농성에 돌입한 지 9일째다. 또 운동본부 회원들이 24시간 릴레이 단식에 동조해, 지난 2일에는 김영철(화정면 여자도)씨가 단식 7일째 실신해 제일병원으로 긴급 후송된 바 있다.

여수1청사 로비에서 '2011년 친환경무상급식 초등학교전면실시'약속이행을 촉구하며 민노당 의원과 무상급식 운동본부 회원들이 단식농성을 진행하고 있다.
 여수1청사 로비에서 '2011년 친환경무상급식 초등학교전면실시'약속이행을 촉구하며 민노당 의원과 무상급식 운동본부 회원들이 단식농성을 진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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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식농성이 장기화되자 시청 서무과 담당직원과도 마찰이 불거지고 있다. 담당 서무계장은 시청 로비에서 2인 이상 집회를 하게 되면 집시법 위반이라고 경고해 경찰 연행 운운한 것. 이에 실랑이가 벌어지기도 했지만 현직 시의원이라 함부로 할 수 도 없는 노릇이다.

민선5기 김충석 여수시장은 현재 취임 4개월째를 맞고 있다. 그런데 김 시장은 취임 후 잉크도 마르기 전, 전임시장 때 입법 통과된 무상급식 조례에 대해 거부감을 표시하고 있다. 엑스포 때문에 돈이 없다는 이유로 전 지역 무상급식 실시 불가방침을 여러 차례 밝힌 것.

'2011년 실시 무상급식 조례' 통과시킨 시의회의 침묵 언제까지?

친환경무상급식조례는 지난 4월 27일 시민발의에 의해 전국 최초로 시의회를 통과해 화제를 모았던 뜨거운 감자다. 당시 기획자치위원장인 서완석(현 부의장), 김영규 의원(현 의장), 최대식 의원(현 기획자치위원장) 등 의원들은 조례통과에 뜻을 같이 했고, 시 집행부가 2011년 초등학교 무상급식을 실시하겠다고 밝혀 시민들의 환영을 받은 바 있다. 전 초교 무상급식 실시는 김 시장의 주요공약이기도 했다.

이에 따라 무상급식운동본부 회원들은 김 시장과 여러 차례 면담을 실시, 불가에 따른 우려를 표명했지만 여수시의 입장은 변함이 없다. 시의회도 2011년 무상급식 전 초교 실시에 따른 분명한 입장을 밝히지 않고 침묵으로 일관해 시민들의 원성이 자자하다.

단식농성 9일째를 맞아 초췌해진 김상일 의원의 말이다.

'2011년 친환경무상급식 초등학교전면실시'약속이행을 촉구하며 9일째 곡기를 끊은 김상일 의원의 모습
 '2011년 친환경무상급식 초등학교전면실시'약속이행을 촉구하며 9일째 곡기를 끊은 김상일 의원의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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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수시가 엑스포를 유치한 이유가 뭐냐? '복지여수, 살기 좋은 여수'를 만드는 것 아닌가? 여수시가 개발사업에는 빚을 내어 돈을 쏟아 부으면서 무상급식을 못한다는 것은 순 거짓말이다."

김 의원은 "진짜 돈이 없어 (무상급식을) 못한다면 우리도 단식을 하지 않는다"며 "예를 들어 자전거 산악도로 개설, 임금님 산행길 조성, 개도 등산로 프로젝트 등 무분별한 개발사업이 많다. 이같은 개발 예산을 줄이고 무상급식에 32억 예산을 세우면 여수 전 초교 아이들에게 질 좋은 친환경무상급식을 실시할 수 있다. 전남교육청이 국비 50%를 지원해 준다는데 왜 여수는 예산조치 안 세우는지 모르겠다"라며 "이런 행정을 하니까 여수시 인구가 10년 만에 3만 5000여 명이 줄었다"고 여수시의 탁상행정을 강하게 비판했다.

"목숨 건 단식농성 당리당략으로 보지 말라"

그는 또 시의회의 불분명한 태도에 대해서도 문제를 삼았다.

"의회에서 통과시킨 조례를 김충석 시장이 여러 차례 불가방침을 밝히며 정면으로 입법부격인 시의회를 뒤집었지만 의회에서는 아무런 입장조차 내놓지 않고 있다. 아이들을 위해 우리가 발의한 무상급식에 더 신경쓰는 것은 당연한 처사 아닌가? 목숨을 건 우리의 단식을 일부 동료의원들이 민주노동당 의원들의 정치행위로만 부각시켜 가슴이 아프다."

이에 대해 최대식(기획자치위원장) 의원은 "민노당 의원들이 지금 너무 앞서가고 있다. 시에서 아직 예산을 펴지도 않은 상황에서 당대당으로 나가 민주당 의원들이 도와줄 명분이 없다"고 서운함을 토로했다.

최 의원은 "하지만 무상급식은 민주당의 당론이다. 운동본부 회원들과 잘 얘기해 의회가 나서서 집행부와 원만한 대화와 타협을 통해 무상급식이 실시되도록 노력하겠다. 그러니 동료의원들이 이제 단식을 풀었으면 좋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또한 이대길(쌍봉동) 초선의원은 "무상급식은 전임시장이 시민들과 약속을 했으니 반드시 지켜야 할 사항이다"며 "시민들이 다 지켜보고 있는데 시장이 개인적인 감정으로 처리해야 할 사항이 아니다. 만약 시장이 의회를 무시하고 독선으로 나오면 의회에서 예산안을 승인해 주지 않아야 한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이번 단식을 두고 일부 시의원들이 '언제 (의원들) 동의를 받고 단식했냐?' 이런 분위기인데 이번 사안은 당리당략으로 처리할 사인이 아니라 시의회의 자존심이 걸린 문제"라며 의원의 각성을 촉구했다.

여수시와 상황이 비슷한 목포시는 전초교, 광양시는 전 초.중 실시에 비해 여수시는 동을 제외한 읍.면지역만 무상급식 실시할 계획이다.
 여수시와 상황이 비슷한 목포시는 전초교, 광양시는 전 초.중 실시에 비해 여수시는 동을 제외한 읍.면지역만 무상급식 실시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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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식농성을 지켜본 최병용(안산동)씨는 "시장의 처사는 분명 잘못된 것 같다. 주민발의로 통과된 의회법인 조례가 지켜지지 않는다면 시장이 바뀔 때마다 조례안을 다시 만들어야 하는 것이냐?"고 반문했다. 그는 "난 자식을 다 키웠다. 엑스포도 좋지만 여수시와 시장이 시민과 한 약속을 지키지 않는다면 주민소환제를 통해서라도 끌어내려야 한다"고 비판했다.

한편 김충석 시장과 김영규 여수시의회의장은 여수엑스포를 홍보하기 위해 27일 출국해 상해엑스포를 둘러보고 4일 귀국한다.

다음은 단식 농성중인 김성일·임순악 의원과 나눈 일문일답.

여수1청사 로비안에 단식농성에 돌입한 김상일.임순악 여수시의원의 대형펼침막이 걸려있다.
 여수1청사 로비안에 단식농성에 돌입한 김상일.임순악 여수시의원의 대형펼침막이 걸려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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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9일째 단식농성 중이다.
(김상일) "악으로, 깡으로 버티고 있다. 무상급식에 대해 여수시장과 집행부의 오기가 강한 것 같다. 시장이 반대하더라도 실무자들은 눈치보기에 급급하지 말고 선과 후를 제대로 시장에게 보고해야 한다."

- 몸 상태는 어떤가?
(김상일) "말하는 것과 앉아있는 것, 누워있는 것조차 힘들지만 아직은 견딜 만하다. 특히 시청 구내식당에서 풍겨오는 음식냄새만 맡아도 미칠 정도로 먹고 싶다."

- 단식 중 가장 힘든 시기?
(임순악) "4일째가 정말 견디기 힘들었다. 2일은 동조단식을 같이하던 김영철씨가 쓰러져 병원으로 긴급 후송되었는데 빨리 건강을 회복했으면 좋겠다."

- 김충석 시장이 무상급식을 못해 준다는 이유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김상일) "아마 당이 힘이 없어서 겪는 설움이 아닐까? 내가 친환경 무상급식 운동본부 공동본부장을 맡고 있다. 우리 아이들을 위해 시민단체와 힘을 합쳐 좋은 조례를 만들었는데 인정하기 싫은 것이다. 만약 다수당인 민주당이 이런 운동을 주도했다면 가당키나 한 일인가?"

- 동료의원들이 안 보인다.
(임순악) "여러 의원들이 지지 방문했다. 그런데 일부가 우리 더러 단식농성을 풀라고 한다. 왜인지 모르겠다. 우리 때문에 방해가 된다는 말인가? 우리가 한 번 단식에 돌입한 이상 두발로 걸어 나가는 일이 없을 것이다. 또 일부 의원들이 목숨을 건 단식투쟁을 민노당의 정치적 행위로 받아 들여 가슴이 아프다. 동료라면 같이 힘을 합쳐 약속을 지키지 않는 집행부를 압박해야 하는데 '민노당 하는 일에 뭐 하러 도와줘야 하느냐'는 의원들도 있는 것 같다. 참 한심하다."

- 초선의원들에게 한마디.
(김상일) "초선의원들이 좀 제대로 정치를 했으면 좋겠다. 기존 의원처럼 똑같이 하려고 하고 있어 맘이 아프다. 젊은 초선의원들이 공부도 많이 하고 옳고 그름에 있어 정신 좀 똑바로 차렸으면 좋겠다."

덧붙이는 글 | 전라도뉴스에도 송고합니다.



태그:#무상급식, #단식, #김상일 , #임순악, #초선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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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가 하고 싶은 일을 남에게 말해도 좋다. 단 그것을 행동으로 보여라!" 어릴적 몰래 본 형님의 일기장, 늘 그맘 변치않고 살렵니다. <3월 뉴스게릴라상> <아버지 우수상> <2012 총선.대선 특별취재팀> <찜!e시민기자> <2월 22일상> <세월호 보도 - 6.4지방선거 보도 특별상> 거북선 보도 <특종상> 명예의 전당 으뜸상 ☞「납북어부의 아들」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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