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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9민주혁명의 도화선이 된 김주열(金朱烈, 1943~1960) 열사 시신 인양지가 민주화운동과 관련해 처음으로 등록문화재로 지정될 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창원시가 경상남도에 문화재 지정을 요구하는 의견서를 제출했기 때문이다.

 

창원시가 의견서를 낸 것은 김주열열사추모사업회와 열린사회희망연대의 요청에 따른 것이다. 이들 단체는 지난 9월 30일 기자회견을 열어 문화재 지정 필요성을 제시한 데 이어, 10월 26일 '4월혁명 발원지 훼손 중단과 문화재 지정 기원 행사'를 벌였다. 이 단체들은 창원시가 적극 나서야 한다며 창원시청 앞에서 1인시위를 벌였다.

 

 

창원시는 의견서에서 "김주열 열사 시신 인양지는 민주성지라고 자부하는 지역주민의 정서적 배경이 되는 역사의 현장이고, 전 국민의 역사·문화 자산, 나아가 민주주의를 추구하는 전 인류 자산으로서 가치가 매우 높다"고 밝혔다.

 

민주화 운동과 관련한 장소나 시설물이 등록문화재로 지정된 사례는 아직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공원(부산) 관계자는 "민주화 운동과 관련해 등록문화재로 지정된 사례는 없는 것으로 안다"면서 "김주열 열사 시신 인양지가 등록문화재로 지정된다면 처음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문화재로 지정하려는 곳은 창원시 마산합포구 신포1가 47-6번지 중앙부두(540㎡)와 그 앞바다(1만7400㎡)다. 마산만은 많은 연안이 매립되어 이전 모습을 찾아볼 수 없는데, 중앙부두는 일제 때 모습을 간직하고 있다. 일제강점기인 1936~1939년 사이 축조된 중앙부두 시설물이 거의 그대로 있는 것.

 

김주열 열사 시신 인양지 주변 훼손 심해

 

김주열 열사와 마산상고(현 용마고) 입학동기였던 김영만 김주열열사추모사업회 고문은 "마산만의 다른 부두는 모두 매립돼 많이 달라졌다. 그러나 중앙부두 1km 구간은 거의 그대로다. 김주열 열사 시신 인양지임을 떠나 마산만의 이전 모습을 볼 수 있는 공간이라는 점에서도 보존 가치가 높다"고 말했다.

 

김주열 열사 시신 인양지 주변은 심하게 훼손된 상태다. 3.15의거에 가담했던 김주열 열사가 눈에 최루탄이 박힌 채 마산 앞바다에서 떠오른 1960년 4월 11일 이후, 이곳에는 오랫동안 아무런 흔적이 없었다. 그러다가 추모사업회에서 2002년 4월 표지판을 세웠는데 파손되었고, 2006년 4월 다시 세웠다.

 

시신 인양지 표지석 앞엔 택배회사의 물류창고가 있으며, 주변에는 철조망이 있는 등 삭막한 분위기다.

 

한 선박회사는 올해 7월 1일부터 표지석 바로 옆에 2개의 탱크(집중식 처리장치)를 설치해 놓았다. 이 탱크는 내년 6월 말까지 허가를 받은 상태다.

 

마산 중앙부두는 국토해양부 마산지방해양항만청에서 관리하고 있다. 항만청 관계자는 "문화재 지정 신청과 관련해 최근 창원시와 협의를 했다"고 말했다.

 

"국가 안되면 경남도 문화재로... 훼손 막기 위해 가지정이라도"

 

김주열 열사 시신 인양지와 마산 중앙부두가 문화재로 지정되는 데 걸림돌이 있다. 이 일대가 '마산해양신도시 도시개발사업구역'에 포함돼 있는 점이다. 옛 마산시는 이 일대를 매립해 신도시를 건설할 예정이었다. 마산해양신도시사업 추진 방향에 따라 문화재 지정이 영향을 받을 수 있고, 문화재 지정 여부에 따라 마산해양신도시사업 추진이 영향을 받을 수 있는 것.

 

추모사업회는 문화재 지정이 가능하다고 보고 있다. 국가 지정 문화재가 아니면 경남도 지정 문화재로 할 수도 있다는 것. 3.15의거 기념일도 처음에는 경남도 기념일이었다가 올해부터 국가 기념일로 승격되었다.

 

경남도 지정 문화재가 되려면 경상남도 문화재위원회에서, 국가 지정 문화재가 되려면 문화재청 문화재위원회에서 심의·통과되어야 한다.

 

추모사업회는 김주열 열사 시신 인양지 주변이 더 이상 훼손되어서는 안 된다고 보고 '문화재 가지정'부터 해야 한다는 태도다. 김영만 고문은 "시신 인양지 주변이 많이 훼손되고 있다. 문화재 심의까지는 시간이 걸리기에 '가지정'을 해야 한다. 조만간 경남도에 관련 자료를 제출하고 요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주열 열사#4.19민주혁명#김주열열사추모사업회#마산 중앙부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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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부산경남 취재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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