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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평구여성단체협의회가 주최한 '3회 명사와 구민이 함께하는 시 낭송의 밤'이 11월 3일 오후6시, 구청 7층 대강당에서 진행됐다. 사진은 인천여성문화회관 오케스트라 아르떼앙상블 공연 모습.
부평구여성단체협의회가 주최한 '3회 명사와 구민이 함께하는 시 낭송의 밤'이 11월 3일 오후6시, 구청 7층 대강당에서 진행됐다. 사진은 인천여성문화회관 오케스트라 아르떼앙상블 공연 모습. ⓒ 이정민

"나는 그늘이 없는 사랑을 사랑하지 않는다. 나는 그늘을 사랑하지 않는 사람을 사랑하지 않는다. (중략) 나는 눈물이 없는 사람을 사랑하지 않는다. 나는 눈물을 사랑하지 않는 사람을 사랑하지 않는다. (중략) 다른 사람의 눈물을 닦아주는 사람의 모습은 그 얼마나 고요한 아름다움인가."

홍미영 부평구청장은 오래전부터 좋아해왔다는 정호승 시인의 '내가 사랑하는 사람'을 낭송한 뒤 여성단체 회원들과 이렇게 좋은 자리에서 다시 만나니 감회가 더욱 남다르다고 소감을 전했다.

또 이기소 북부교육지원청 교육장은 김용택 시인의 '11월의 노래'를 낭송한 뒤 "인생을 되돌아보는 계기가 되었다"고 전했으며, 송영길 인천시장은 한용운 시인의 '사랑하는 까닭'을 암송한 뒤 "모처럼 마음이 푸근해지는 기분을 느꼈다"고 말했다.

부평구여성단체협의회가 주최한 '3회 명사와 구민이 함께하는 시 낭송의 밤'이 구청 7층 대강당에서 지난 3일 오후 6시부터 정·관계 인사와 여성단체 회원 200여명이 모인 가운데 진행됐다. 이날 행사에는 '20회 부평구여성백일장' 수상자 상패 전달식이 함께 진행됐다.

 명사로 초청된 정관계 인사들. 왼쪽부터 홍미영 부평구청장, 송영길 인천시장, 홍영표 국회의원, 빈종구 부평문화원장, 문병호 민주당인천시당위원장, 정해영 민주평통부평구협의회 회장, 이수영 교육의원
명사로 초청된 정관계 인사들. 왼쪽부터 홍미영 부평구청장, 송영길 인천시장, 홍영표 국회의원, 빈종구 부평문화원장, 문병호 민주당인천시당위원장, 정해영 민주평통부평구협의회 회장, 이수영 교육의원 ⓒ 이정민

강당은 시민들로 가득 차 외투를 벗을 정도로 따뜻한 분위기였으며, 식전행사로 진행된 인천여성문화회관 오케스트라 아르떼앙상블의 클래식 연주가 시작되자 관객들의 마음도 음악의 선율에 따라 출렁거렸다.

김은숙 부평구여성단체협의회장은 인사말을 통해 "아름다운 글을 가까이 하는 사람은 가슴 속에 별을 품고 사는 것과 같다고 한다"며 "아름다운 시의 언어 역시 우리 마음에 빛을 밝혀준다. 고된 현실 속에서도 희망을 노래하는 마음으로 하루하루를 채워나갈 수 있다면 우리 인생은 정말 행복할 것"이라고 소감을 전했다.

이어 진행된 시 낭송에서 홍영표 국회의원은 김용택 시인의 '그 강에 가고 싶다'를 낭송한 뒤 "시란 단어만 들어도 마음이 따뜻해진다. 이렇게 따뜻한 시처럼 우리 사회도 차별과 설움 없이 모든 사람이 따뜻하게 대접 받았으면 좋겠다"고 한 뒤 "구미KEC노조 지부장이 경찰 체포를 피하려다가 분신까지 하는 안타까운 일이 벌어져 현장을 방문해 어렵게 교섭합의를 중재하고 왔다. 국회의원이 되고 나서 가장 보람 있는 일이라 생각하니 시 낭송의 밤이 더욱 감회가 새로워진다"고 심경을 밝혔다.

이어 빈종구 부평문화원 원장은 김방부 시인의 '멋있게 사는 삶'을 낭송하면서 "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것은 사랑을 갖는 것"이라고 전했고, 문병호 민주당 인천시당위원장은 안도현 시인의 '준다는 것'을 낭송한 뒤 "가진 것이 없기 때문에 남에게 줄 것이 없어 마음 아파하는 사람을 사랑한다"고 말했다.

이후 진행된 초청공연에는 가수 이규석씨가 나와 시 낭송의 밤을 축하해줬으며, 2부 시 낭송의 밤에는 정해영 민주평통부평구협의회장, 이수영 교육의원, 김태숙 부흥중학교 교장, 김자영 인천여성문화회관 관장, 박숙자 백일장 시 부문 장원 수상자의 무대가 이어졌다.    

 시 낭송의 밤에 관객으로 참여한 한 주부가 시를 읽으며 감상에 젖어있다.
시 낭송의 밤에 관객으로 참여한 한 주부가 시를 읽으며 감상에 젖어있다. ⓒ 이정민

한편 20회 부평구여성백일장에서는 시 부문에 박숙자(부평5동)씨의 '가을 산'이 장원의 영예를 안았고, 수필 부문에 김상현(부평1동)씨의 '행복한 진로변경(길)'이 장원을 차지했다. 이밖에도 박희자(삼산2동)씨의 '억새의 생애'와 우근영(산곡1동)씨의 '나의 길'이 차상을 수상했다.

심사위원장을 맡았던 시 부문의 문광영 시인은 심사평을 통해 "이날 백일장은 여성들을 밖으로 끌어내 펜을 쥐어주고, 여성들은 펜과 통화하며 인생을 통찰하는 가을날의 하루였지만, 또 하나의 역사를 만들어 간 것"이라며 "청명한 가을바람이 부는 부평공원의 벤치에 앉아 글을 쓰는 여러분들의 모습들이 아주 진지해 가슴 뭉클하기도 했다"고 밝혔다.

또한 그는 "시와 유행가 가사는 다르다. 그리고 학창시절 감성적으로 써놓은 글들이 지금에 와서는 좋은 글이 될 수 없다"라고 한 뒤 "백일장에서는 어느 정도 문학성 내지 작품성이 있어야 한다. 그리고 성인이 쓰는 글로써 개성이나 성숙도, 그리고 완결성이 어느 정도 보장돼야한다"고 덧붙였다.

  20회 부평구여성백일장 수상자들.
20회 부평구여성백일장 수상자들. ⓒ 이정민

가을 산  (20회 부평구여성백일장 시 부문 장원 작품)

나는 논이었다.
아기 모가 물만으로도 자라듯 젖 먹고 물 먹으며 무럭무럭 자란 어린이었네
나는 밭이었다.
바람과 물과 공기에 의지해 땅으로 이불 삼고 거름으로 밥 먹어 싱싱한 채소 되어 연초록빛 소녀가 되었네
나는 언덕이었다.
풀뿌리 엉키어 꽃과 나무 친구 삼아 흙으로 둔턱 이루어 예쁜 숙녀로 자랐다네
나는 큰 산이 되고 싶었다
꽃 심고 나무 심어 사시사철 물주며 가꾸었지 고맙게도 잘 자란 나무 그늘에 앉아 하늬바람과 속삭이며 땀 말리고 웃고 있네
지난 세월 돌아보면 아득하고 힘들었던 60성상 아픈 다리 절며 절며 굳건히 이겨 오른 정상에서 기쁨의 눈물 흘려보네
두 손 잡아 위로하고 가슴으로 노래 불러 나를 위해 칭찬하리
이제 숨 돌리고 치열하고 뜨거웠던 시간 켜켜이 접어 두고 어느 길
어떤 마음으로 산을 내려갈지 궁리해 볼 시간이네
그리하여 뜨거운 가슴으로 내 영혼과 해후하리니

박숙자

 기차와 소나무’로 유명했던 가수 이규석씨가 나와 축하무대를 장식했다.
기차와 소나무’로 유명했던 가수 이규석씨가 나와 축하무대를 장식했다. ⓒ 이정민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부평신문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부평구여성단체협의회#시 낭송의 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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