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마산창원환경운동연합 신금숙 운영위원
 마산창원환경운동연합 신금숙 운영위원
ⓒ 심규상

관련사진보기

그를 만난 건 10월 27일 저녁 무렵이었다. 진해마천산업단지(경남진해시 남양동 일원)와 불과 수 킬로미터밖에 떨어지지 않은 부근 웅동초등학교 근처였다. 그와 얘기를 나누는 동안에도 간간이 주물공단 특유의 악취가 코끝을 자극했다.

신금숙(마산창원환경운동연합 운영위원)씨. 부산에서 인근 주물산업단지 부근으로 10년 전 이사를 와 정착했다는 그는 주물공단의 첫 기억에 대해 "시궁창 냄새 같은 악취가 방안까지 들어왔고 창문을 닫아도 소용없었다"고 회상했다.

이어 "아이들의 아토피가 갈수록 심해졌고 견디다 못해 인근 산동네로 이사했더니 거짓말처럼 아토피가 사라졌다"고 덧붙였다.

그는 "공장의 생산설비가 노후화되고 기업들이 투자를 제대로 못 할 지경이 되면서 각종 공해문제가 쏟아져 나오기 시작했다"며 "지금은 지역경제에 해가 됐으면 됐지 보탬이 안 된다"고 단언했다.

또 그는 "(주물공단이 이전하는 곳도) 처음엔 문제가 안 될 수 있지만 시설이 노후화되고 시설투자에 한계가 올 즈음이면 지금과 똑같은 문제가 되풀이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현재 진해마천산업단지는 밀양하남산업단지로 이전을 추진 중이고, 인천서부산업단지 내 일부 주물산업단지는 충남 예산으로 이전을 준비 중이다.

신씨는 "공해문제로 문제가 생기면 다른 곳으로 이주해 주민들과 갈등을 벌이는 악순환을 막기 위해서는 지금처럼 대규모 주물산업단지를 조성하는 방식은 절대 안 된다"며 "주물공장을 일본 등 선진 외국처럼 개별적으로 떨어뜨려 놔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그래야만 공해저감대책을 확실하게 마련하게 할 수 있고 주민감시도 수월해진다"며 "공장 한 곳의 오염수치는 기준치를 넘어서지 않지만 개별공장에서 나오는 오염물질이 모이면 그 총량이 어마어마하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아이들은 아토피에 시달리고, 주민은 쇳가루 분진 때문에 빨래 널지 못하고..."

다음은 그와 나눈 이야기의 주요 요지다.

- 언제부터 이곳에 정착했는가. 처음 왔을 때 주물공장의 모습은?
"부산에 살다 이곳에 온 지 약 10년 정도 됐다. 주물공장이 들어선지 약 10년 정도 됐을 때 이사 온 셈이다. 이곳에서 처음 생활을 시작하는데 새벽 조용한 때에 주물공장에서 시궁창 냄새 같은 악취가 방안까지 들어왔다. 창문을 닫아도 소용없었다. 우리 아이들의 경우 아토피가 생기더니 갈수록 심해졌다. 결국 견디다 못해 인근 산동네로 멀리 이사했는데 거짓말처럼 아토피가 사라졌다."

- 다른 외지에서 온 사람들은 어떻게 반응하나?
"악취 때문에 메스껍고 얼굴이 따갑다고 여러분들이 말한 그대로다. 부산을 오가는 차량들이 여기 주물공단 부근에 들어서면 모두 창문을 닫아버린다. 현장에 가봐서 알겠지만, 악취로 숨을 못 쉴 정도다."

- 공해가 심하다고 했는데 구체적으로 어떤 문제가 생기고 있나?
"주민들이 받는 폐해는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다. 아이들은 아토피에 시달리고, 주택과 아파트 주민들은 쇳가루가 섞인 분진 때문에 밖에 빨래를 널지 못하고 살고 있다. 아파트 입주민들이 이사를 와서는 일 년을 못 살고 다른 곳으로 떠나는 일도 많다. 신혼부부가 아이를 못 가져서 이사 가는 경우도 있었다. 오죽했으면 인근 초등학교 양호선생님까지 나서서 싸웠겠는가. 지금 인근 초등학교에는 교실마다 공기청정기를 설치해 가동하고 있다. 주물공단이 들어서는 바람에 농지는 농지대로 없어지고 바다는 바다대로 제멋을 잃었다. 옛 모습이 유지됐다면 이만한 청정지역이 없었을 것이다. 바다를 매립해 공단을 만들었기 때문에 이제 복원도 불가능하다."

- 주민들이 공단 측과 격렬하게 싸운 것으로 알고 있다. 언제부터 어떻게 싸웠나?
"2006년 공해추방대책위원회를 만들었다. 각 통장과 자치위원장 등 16명을 비롯해 회원만 150여 명(주민 약 8000여 명)에 이르렀다. 주민대비 회원수가 적다고 할 수 있지만 주민을 대표하는 통장 등이 모두 참여했다. 처음에는 우선 각종 언론매체에 피해현실을 알리는 데 주력했다. 특구청과 진해시청에 탄원서를 내기도 하고 공해배출업소를 찾아내 고발조치 했다."

"공해배출로 주민들하고 문제가 생기니까 버티다 버티다 결국 옮겨가는 것"

주택가와 인점해 있는 진해마천산업단지내 주물공장
 주택가와 인점해 있는 진해마천산업단지내 주물공장
ⓒ 심규상

관련사진보기


- 공해추방대책위원회를 통한 활동의 성과는 ?
"주물공단이 품어내는 공해의 심각성을 널리 알렸다. 또 다른 지역, 밀양하남산업단지로 이전을 확실하게 약속받았다. 당시 활동목적은 주물공단이 다른 지역으로 얼른 이전하게 하는 것이었다. 때문에 밀양 하남 쪽으로 이전이 확정된 지금은 주민들이 빠른 이전을 위해 일이 생겨도 더 이상 이를 문제로 삼지 않으려는 경향이 있다."  

- 진해마천산업단지관리공단 측은 공단 이전 이유에 대해 '생산시설을 보다 증설하고 보완하기 위해 땅값이 보다 저렴한 곳으로 옮기려는 것'이라고 말하고 있는데?
"아니다. 주물공단이 단지 시설을 증설하고 보완하기 위해서라면 왜 이곳에서 쫓겨가겠나. 인천주물공장이 충남 예산으로 왜 가려 하겠나. 처음엔 첨단시설이라고 들어왔다 공해배출로 주민들하고 문제가 생기니까 버티다 버티다 결국 옮겨가는 것이다."

- 주물단지가 지역경제에 보탬을 준 긍정적 측면도 있지 않았나.
"주민들이 당초 주물단지를 받아들인 것은 경제 활성화로 살기가 좋아질 것이라는 보상 심리 때문이었다. 실제 장사하는 사람이나 당시 농민과 어민 등이 보상을 받아 살기가 좀 윤택해 진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공장과 생산설비가 노후화되고 기업들이 투자를 제대로 못 할 지경이 되면서 각종 공해문제가 쏟아져 나오기 시작했다. 작업 환경도 매우 열악해 공장마다 외국인 근로자도 많다. 지금은 지역경제에 해가 됐으면 됐지 보탬이 안 된다."

- 진해마천산업단지관리공단이나 운영 중인 인천주물공단의 입주를 추진하는 예산군의 경우  2012년보다 강화된 대기환경보전법이 시행되면 환경문제는 전혀 없을 것이라고 장담하고 있는데?
"당장은 문제가 안 될 수 있다. 하지만 이전 후 10년이 지나고 20년이 지나면 지금처럼 시설이 노후화될 것이고 시설투자에도 한계가 올 것이다. 일예로 여기 있는 주물공장도 매년 시설투자를 1∼2억씩 하고 있다고 한다. 하지만 나오는 매연을 눈으로 뻔히 보면서도 잡아내지 못하고 있다."

- 이렇게 악취가 나고 눈이 따가울 정도로 피해가 느껴지는데 왜 현행법상 아무런 문제가 안 되는 것인가.
"오염총량제를 시행하면 되는데 관계기관이 이곳을 오염총량제 적용지역으로 지정하지 않고 있다. 개별 업체에서 나오는 분진이나 냄새를 검사하면 대부분 기준치 이하로 나온다. 이런 경우도 있다. 한때 경남대학 연구팀이 오염현황 분석을 위해 공단 내 오염지역에서 살다시피 했다. 그런데 그때는 공장에서 매연과 분진이 나오지 않았다. 이런 것을 보면 각 업체가 정해진 양만 투입하고 생산하면 현재 설치된 환경저감시설로도 소화가 가능한데 업무규정을 지키지 않고 생산량을 늘리기 위해 무조건 용량을 초과해 원료 등을 집어넣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보인다."

- 농작물에는 피해가 없었나.
"벼나 콩이 수확을 하면 다 빈쭉정이, 빈깍지였다. 배춧속에는 쇳가루가 쌓여 있었다. 인근에서는 더 이상 농사를 짓지 않고 있다."

"일본 견학을 보낼 게 아니라 일본은 큰 산업단지 안 만든다는 사실 인정해야"

- 현재 있는 주물공장이 다른 곳으로 이주하면 또다시 다른 주물공장이 들어설 위험은 없나.
"이전을 완료하면 앞으로 새로 입주하는 기업은 인근 주민들의 동의가 없으면 들어오지 못하도록 규정을 만들어 친환경 업체만 선별, 입주할 예정이다. 하지만 현재 이주 예정인 주물업체가 전체 60개 업체 중 35개 업체뿐인 한계가 있다."

산업단지 인근 초등학교 교실마다 설치된 공기청정기
 산업단지 인근 초등학교 교실마다 설치된 공기청정기
ⓒ 심규상

관련사진보기

- 전국의 사정을 들어보니 운영하던 주물산업공단이 주민들이 환경문제로 반발, 더 이상 버틸 수 없게 되면 다른 지역으로 이주하는 방식의 악순환을 반복하고 있다. 악순환을 막을 방도는 없는 것인가.
"있다. 주물 산업은 자동차, 선박 등의 기간산업으로 아예 없앨 수는 없다. 운영을 하게 하되 현재처럼 대규모 주물산업단지를 조성하는 방식은 절대 안 된다. 공장을 개별적으로 떨어뜨려 놔야 한다. 그래야만 공해저감대책을 확실하게 마련하게 할 수 있다. 또 주민감시도 수월해진다. 일본과 미국 등 선진 외국에서는 주물공장의 경우 절대 산업단지를 만들지 않는다. 일본에 가보니 주택가에 주물공장이 한두 개 들어서 있는데 공장 안에 연못을 만들어 물고기가 살고 있었다.

주물업체나 지방자치단체에서 주민들을 일본으로 견학을 보낼 게 아니라 일본은 큰 산업단지를 만들지 않는다는 사실부터 인정하고 받아들여야 한다. 공장 한 곳의 오염수치는 기준치를 넘어서지 않지만 공장에서 나오면 오염물질이 모이면 그 총량이 어마어마하기 때문이다. 거듭 강조하자면 한 곳에 모으지 말고 멀리 떨어뜨려 놔야 한다." 


태그:#농작물, #주물단지, #신금숙, #웅동초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우보천리 (牛步千里). 소걸음으로 천리를 가듯 천천히, 우직하게 가려고 합니다. 말은 느리지만 취재는 빠른 충청도가 생활권입니다.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