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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 느티나무에 제를 올리는 주민들
 마을 느티나무에 제를 올리는 주민들
ⓒ 최병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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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적으로 마을의 안녕과 평안을 기원하며 내려오던 산신제, 도당제, 나무제, 우물제 등 대다수 고유제가 도시의 개발로 마을의 정서는 물론 사람도 바뀌면서 이미 없어지고 일부 명맥을 잇는 것들조차 행정기관과 주민들의 무관심 속에 점차 잊혀지고 있다.

현재 안양시 관내에서 명맥을 잇고 있는 전통마을제는 음력 7월에는 열리는 호계1동 덕현정제를 비롯해 음력 10월에 열리는 석수1동 삼막골 쌍신제, 비산동 매봉산 산신제, 관양1동 수촌마을 도당제, 관양2동 현감 이태응 영세 불망비제 등 5개만이 남아있다.

음력 시월 초하루인 지난 6일 안양 삼막골 석수1동에서는 느티나무제, 초이틀인 7일에는 비산1동 매봉산에서는 산신제, 관양동 수촌부락에서는 도당제와 성황제, 나무제가 함께 열려 한해의 결실에 감사하고 마을의 안녕과 평화를 기원하는 고유제를 지냈다.

또한 음력 시월 초사흘인 오는 8일 석수1동 일명 할아버지산과 안양2동 할머니산에서는 동시에 같은 방식으로 제를 올리는 쌍신제가 오후 4시부터 열리고, 13일 오후 2시에는 안양 관양2동 인덕원사거리 인근에서는 현감 이태응 '영세 불망비제'가 진행된다.

제물
 제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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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박한 제물
 소박한 제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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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령 500~600년 향나무와 느티나무가 있는 삼막골 나무제

지난 7일 오후 2시에 열린 삼막골 느티나무제는 석수1동 1통에 있는 수령 600년이 넘는 할머니 향나무(아랫말 서낭할머니)와 2통에 있는 수령 500년이 느티나무(웃말 서낭할아버지)를 주인공으로 주민들은 제를 지내고 농악대 풍물 속에 안녕과 평화를 기원했다.

이날 행사에는 곽해동 안양시의회 부의장, 강득구 경기도의원, 동장, 안양시 문화예술과 직원을 비롯해 동네 주민 등 30여 명이 참석했으나 음식을 먹던 이들은 지나치던 등산객들이 대부분으로 정작 함께 자리해 할 동네 주민들의 모습을 찾기란 쉽지가 않았다.

더욱이 삼막골 느티나무제의 경우 당초 오후 3시로 예정돼 있었으나 행사를 주관하는 주민대표인 통장이 일방적으로 한 시간이나 앞당겨 일부 주민은 행사가 끝난 후에 나오고, 취재를 갔던 기자들도 허탕을 치고 발길을 되돌려야 하는 일까지 발생하기도 했다.

강득구 도의원은 "행사 당일 한 시간 앞당겨졌다는 연락을 받고 부랴부랴 갔다"며 "비가 올 것 같고 음식도 준비돼 빨리 시작했다는 이유지만 찾아오는 손님들과 마을 주민들과 함께 하고자 하는 주관 주민들과 행정기관의 소통이 부족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삼막골 600년 향나무(아랫말 서낭할머니) 앞에서의 나무제
 삼막골 600년 향나무(아랫말 서낭할머니) 앞에서의 나무제
ⓒ 최병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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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령 500년이 넘는 안양 석수동 삼막골 느티나무
 수령 500년이 넘는 안양 석수동 삼막골 느티나무
ⓒ 김영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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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양에서 유일하게 당집이 있는 수촌마을 도당제

음력 시월 초이틀인 8일 오후 안양 관양동 수촌마을에서 열린 도당제(都堂祭)는 관양배수지 뒷산 당집(웃당)의 제를 시작으로 마을앞 성황나무(느티나무) 등 모두 3곳을 차례로 돌며 마을의 안녕과 평원, 무탈을 기원하는 행사로 이어져 오후 4시 넘어 끝났다.

이곳 도당제는 수촌마을 터줏대감격인 김해김씨 종친이 주관한다. 이날 제례복을 갖춰 입은 두 명의 제관은 먼저 산위 당집(웃당)과 마을의 아랫당에서 도당제를 지낸 후 동네 한복판의 수령 540년의 느티나무에서 성황제를 지내고 이어 마을 경로당으로 옮겨 동네 주민들과 음식을 함께 나누었으나 이곳 역시 참석 주민들은 10여 명에 불과했다.

수촌마을 도당제는 예전에 무당과 축문 등이 있었다 하나 1970년대 도시화 과정으로 인해 마을 공동체가 급격히 붕괴되면서 그 내용도 축소되고, 돈을 추렴하여 제물을 준비하던 것도 이제는 시의 보조금을 지원받아 마련하면서 전통을 간신히 이어가고 있다.

수촌부락청년회 총무 김학근(58)씨는 "우리가 맡은지 3년 됐다. 당초 과거에는 수촌, 중말, 마분 3개 부락이 함께 도당제를 지내왔으나 우리 수촌부락만 지낸다"고 말했다.

이날 제를 주례한 김재복(64)씨는 "느티나무 수령이 500년도 훨씬 넘었는데 안내판에는 150년으로 잘못 기록돼 수차 정정해 달라 했는데 아직도 바뀌지 않고 있다"면서 "예산을 조금 지원하며 전통문화를 계승한다 하지만 큰 관심은 없는 것 같다"고 꼬집었다.

관양동 수촌마을에서 열린 도당제(都堂祭)
 관양동 수촌마을에서 열린 도당제(都堂祭)
ⓒ 최병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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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령이 잘못 기록됐다는 보호수 안내판
 수령이 잘못 기록됐다는 보호수 안내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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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아버지산과 할머니산에서 제를 지내는 석수동 쌍신제

음력 시월 초사흘인 8일 오후 4시에는 석수동 쌍신제가 열린다. 주민들은 안양예술공원 석수1동 (옛)유유부지 뒤편을 할아버지 산으로 부르면서 산신제단을 마련했고, 안양2동 경수산업도로 옆 별장가든 뒷산을 할머니 산으로 부르면서 산신제단을 마련했다.

두 산은 삼성산의 줄기로 이어지고 삼성천을 경계삼고 있으며, 예로부터 양쪽 마을의 주민들은 햇불을 통해 신호를 주고 받으며, 석수1동의 할아버지 산과 안양2동의 할머니 산에서 동시에 제를 올리며 마을의 평화와 안녕 등을 기원해 쌍신제라 불리워 왔다.

양쪽마을에서는 예로부터 가가호호 방문, 고사 지낼 자금을 추렴하러 다니는 '선 당주'와 추렴한 자금으로 음식과 술을 빚고 산 고사 제물을 준비하는 '앉은 당주'를 선정하여 행사를 준비해 왔으며 금년에도 시 보조금 없이 같은 방식으로 제를 준비한다.

특히 지난해부터 할아버지산 산신제는 그간 제사 행사를 진행하시던 마을원로가 고령 등의 사유로 참석하기 어려워 할아버지산 산신제단 바로 아래에 소재한 삼성산 무량사 주지스님께서 격식을 갖춰 예법에 따라 축문낭독 등 모든 행사를 진행하고 있다.

석수1동 조성현씨는 "주민 참여도가 예전같지 않고, 참석자 대부분이 고령의 노인들로 떡과 고기 등 제물을 산속의 산신제단까지 운반하는데도 어려움이 많다"면서 "수백 년 동안 맥을 유지해 오던 고유의 전통문화가 사라질 위기로 관심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날 수촌마을 도당제에서 만난 안양시문화관광해설사 오미경씨는 "안양지역 전통마을제의 특징은 제상에 대부분 소머리를 올린다"며 "과거 제를 올리는 해가 흉년이 들거나 형편이 어려울 경우 돼지머리를 올리기도 했던 것 같다"고 설명했다.

오씨는 비산동 매봉산 산신제를 다녀온 얘기를 전하면서 "임곡, 운곡, 매곡 3개 부락 주민이 모여 매년 음력 시월 이일에 제를 지내왔으나 연로하신 노인들이 주관하고 주민 참여도 저조해 쇠퇴를 면치 못해 우리 고유의 문화 계승이 쉽지가 않다"고 말했다.

안양 석수동 쌍신제 중 할아버지 산신제
 안양 석수동 쌍신제 중 할아버지 산신제
ⓒ 조성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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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문화 계승발전, 말보다는 관심과 지원 필요하다

한편 안양시는 전통마을제에 대한 자료도 없어 전래되어온 제례를 통해 주민들의 애향심을 도취하고 고유의 전통문화를 계승발전시키겠다는 취지로 행사 예산을 보조금으로 지원하고 있다. 하지만 안양시와 해당 구청은 물론 안양문화원 홈페이지조차 전통마을제에 소개는 물론 언제 어디서 열리는지 안내와 홍보를 찾아보기란 어려운 현실이다.

또한 해당 동 주민자치센터도 전통마을제의 취지와 행사 내용을 동네 주민들에게 알려 소통과 교류를 통해 마을 축제로 계승발전시켜 공동체의 소중함을 되새겨야 하지만 대부분 마을 주민들의 자체 일이라 보고, 일정만 파악하고는 방관자적 자세로 무관심한 격이다.


태그:#안양, #전통문화, #전통마을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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