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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일(금) 오후 7시 영등포구 하자센터의 클럽999에서는 이색적인 음악회가 열렸다. 웹자보를 통해 음악회를 접하고 참석 예약을 한 후에 참가비 3천 원과 일회용품을 줄이기 위한 관객의 준비물인 컵과 젓가락을 챙겼다.

버스에서 내려 위치를 확인하며 걷는데 안개인지 매연인지 모를 탁한 연무가 눈앞을 흐리게 했다. 마음대로 숨 쉴 수도 없는 도시로 왜 사람들은 모여들고 떠나지 못하는 것일까 하는 일상의 물음을 던지며 아파트와 빌딩에 가려져 입구를 찾지 못한 채 한바퀴를 돌고 나서야 겨우 하자센터에 발을 들여 놓았다.

 음악회에는 대학생,직장인,주부등 다양한 사람들이 모였다.
음악회에는 대학생,직장인,주부등 다양한 사람들이 모였다. ⓒ 오창균

음악회장에는 이번 행사를 주최한 콩세알N을 소개하는 영상을 30여 명의 참석자들이 진지한 표정으로 시청하고 있었으며, 한쪽에는 푸릇한 자태를 뽐내며 유기농으로 재배한 여러가지 채소들과 양념 재료들이 놓여 있었다. 샐러드로 사용될 채소들은 경기도 이천시 율면의 콩세알N 젊은 농부들의 '빛으로 가득찬 농장'에서 유기농으로 재배된 것이라고 한다.

이 젊은 농부들은 모두 20~30대의 도시 청년들로 취업과 스펙으로 경쟁하는 삶에 휘둘리며 살고 싶지 않아 농촌에서의 삶을 생각하고 도시를 떠나 자연을 거스르지 않는 방식으로 농사를 짓고 있다. 이번에 유기농 음악회를 열었던 것도 도시의 삶에 지쳐있는 사람들에게 '이렇게 사는 방법을 선택한 사람들도 있다'는 것을 알리고 싶었으며 서로 따뜻한 기운과 용기를 주고 받을수 있지 않을까 하는 소망으로 시작했다고 한다.

 다양한 맛과 멋을 낸 참가자들의 샐러드요리.
다양한 맛과 멋을 낸 참가자들의 샐러드요리. ⓒ 오창균

 자연이 주는 대로 거둔 토마토와 된장등으로 준비된 양념들.
자연이 주는 대로 거둔 토마토와 된장등으로 준비된 양념들. ⓒ 오창균

1부. 샐러드파티에서는 조별로 각자의 개성을 살려서 만든 샐러드를 시식도 하고 참가자들의 투표로 선정하는 '샐러드 스타K'에 뽑히기 위한 치열한 탐색전 속에서 다양한 맛의 샐러드를 만들어 서로 돌아가며 시식도 했다. 또 자신들이 만든 샐러드가 최고라며 서로 표단속을 하며 결속을 다진다. 내 입맛에도 된장과 조청이 어우러져 토종의 맛이 느껴지는 우리 '파'조의 샐러드가 스타K에 근접해 보이는데 과연 결과는?

2부. 유기농 음악회에서는 초청가수 공연이 시작되었다. 홍대클럽의 인디뮤지션 신궁은 4대강 사업으로 파괴되고 있는 자연환경에 대해 침묵으로만 있을수 없어서 직접 만들었다는 '미안해, 니가 나인 줄을 몰랐었구나'를 애달프게 불렀다. 물질만능의 사회현실을 풍자한 곡 '멍터구리'는 신나는 리듬에 흥겨우면서도 촌철살인 같은 노랫말이 막힌 숨통을 뚫고 지나가는 것 같다. 이어진 콩세알N의 '자력갱생밴드'가 직접 만든 서정적인 음악으로 "우리는 이렇게 살고 있어요"라고 답을 한다.

 인디밴드에서 활동하는 가수 '신궁' 은 사회성 짙은 노래들을 들려줬다.
디지털음반은 인터넷에서 내려받을수 있다. '가수 신궁' 검색하면 된다.
인디밴드에서 활동하는 가수 '신궁' 은 사회성 짙은 노래들을 들려줬다. 디지털음반은 인터넷에서 내려받을수 있다. '가수 신궁' 검색하면 된다. ⓒ 오창균

 콩세알N '자력갱생밴드'는 자신들이 만든 곡을 들려줬다.
콩세알N '자력갱생밴드'는 자신들이 만든 곡을 들려줬다. ⓒ 오창균

 콩세알N과 함께 문화활동을 벌이는 중고생 밴드 'R301'
콩세알N과 함께 문화활동을 벌이는 중고생 밴드 'R301' ⓒ 오창균

흥겨운 춤판으로 분위기를 띄운 '초록실천단'에 이어 콩세알N과 율면에서 문화활동을 하고 있는 중고생밴드 'R301'은 야자를 건너뛰고 서울로 급상경하여 무대의 마지막을 장식하며 3시간의 '콩세알 샐러드 파티 With 유기농음악회'를 빛냈다. 샐러드스타k에는 가장 많은 표를 받은 조가 선정되었고, 부상으로는 유기농으로 재배된 근대와 아욱 한 다발씩을 받았다.

행사장을 빠져나와 버스정류장으로 걷는 길에는 더욱 짙은 연무가 뿌려진 듯 앞이 흐릿해져서 시내버스가 정류장 가까이에 왔을 때야 번호가 보였다. 내 목적지로 가는 버스인지 확인하기 위해 선뜻 버스에 오르지 못하고 기사에게 물은 후에야 올라탔다.

스펙을 늘리고 경쟁하는 삶에 지친 젊은이들에게 유기농 콘서트를 시작한 콩세알N은 자신이 가야 할 노선을 잘 알지 못하고 고민하는 이들에게 방향을 알려주고 목적지가 같을 때는 '어서 타세요'라고 말하는 버스기사와 같은 역할을 하고 있는 것 같다.

음악회가 끝난 시간이 늦고 자리 정리를 하느라 어수선 하여 다음날 콩세알N 임나은(29)씨와 메일로 인터뷰를 했다.

- 콩세알N은 어떤 일을 하고 있나요.
"올해부터 콩세알N이 공동체지원농업(CSA:Community Suppotred Agriculture)을 직접 실천하려 경기 이천시 율면 지역에 터를 잡고 작게나마 농사를 시작하였습니다. 올 한해 작은 밭에 다양한 작물을 심어보면서 농사를 배웠고 앞으로도 자연농법 등 다양한 유기농업 실험을 해나갈 거예요. 특히 도시와 농촌의 먹을거리, 일자리, 교육 문제에 초점을 맞추어서 사업들을 진행하고 있어요. 현재는 이천시 율면 지역에서 공동체지원농업(CSA), 도시와 지역의 어린이 및 청소년 교육, 청년들의 귀촌 및 귀농 지원, 지역 일자리 창출 등의 사업을 진행 중입니다."

- 율면은 대학 어떤 곳이며 누구나 동참할 수 있나요.
"<율면은 대학>은 콩세알N이 야심차게 준비한 청년 귀촌 및 귀농 지원 프로젝트입니다. 지역에서의 삶을 생각하고 있는 청년들이 모여 율면이라는 지역을 배움터 삼아 유기농부 아저씨, 김장 잘 담그는 할머니, 뜨개질 잘 하는 아주머니 등을 교수님으로 모시며 배우고 생활해보자는 취지의 프로젝트예요. 귀농이나 귀촌을 생각하고 있지만 집과 밭을 구할 목돈도 없고 아는 사람 없이 혼자서 선뜻 용기를 내기도 힘든 10대~30대 청년들을 대상으로 진행하고 있어요. 율면은 대학 블로그(http://yul-univ.tistory.com/)에 그 생활들이 잘 나와 있답니다."

- 사회적 예비기업으로서 올해로 인큐베이팅이 끝나는것으로 알고 있는데 앞으로의 계획은?
"현재 농림부 비영리 민간단체로 독립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독립 이후 내년 상반기 안에 사회적 기업 인증을 받을 계획이구요.그래서 아마 올해 말부터 내년까지는 사회적 일자리를 받지 못해 인건비 없이 살아가게 될 것 같기도 합니다. 그렇지만 저희에겐 이미 율면에 나무를 때면 따뜻해지는 흙집이 있고, 마음을 나눌 수 있는 이웃들이 있고, 정성들여 키우고 있는 작물들이 있고, 후원을 해주시는 분들도 조금씩 생겨나고 있어서 먹고 살 일이 크게 걱정 되지는 않습니다. 심지어 덜 먹고 덜 쓰고 덜 버리자는 저희의 기본 모토를 어쩔 수 없이라도 실천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 같아 설레는 친구도 있어요. 정말 힘들 때엔 저희가 거둔 고구마로 군고구마 장사라도 해볼까 하면서 즐거운 겨울나기 상상을 하고 있답니다. 이 모든 게 일과 삶을 구분해서 생각하고 있지 않기 때문에 가능한 이야기겠지요."


#콩세알N#유기농#음악회#샐러드#하자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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