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대포폰 국정조사 하라."

"대포폰 감추려고 국회 유린했나."

 

내년도 예산안을 심사하는 '예산국회'가 날선 구호와 함께 막이 오르면서 정국이 안개속으로 빠져들고 있다. 전례 없는 국회의원 압수수색 사태의 후폭풍이 정치권을 강타하면서 예산 심사 일정에 차질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야권은 8일 전국청원경찰친목협의회(청목회) 입법로비 수사와 관련해 검찰총장 탄핵, 검찰 비리 국정조사 실시를 요구하는 등 검찰에 전면전을 선포했다.

 

야5당, 민간인 사찰·대포폰·그랜저 검사 국정조사 요구

 

민주당·자유선진당·민주노동당·창조한국당·진보신당 등 야 5당은 이날 오전 국회에서 원내대표 회담을 열고 검찰의 부실 수사 및 은폐 의혹을 받고 있는 민간인 사찰과 청와대 대포폰 게이트, 스폰서 그랜저 검사에 대한 국정조사를 실시하고 미진할 경우 특검을 요구하기로 합의했다.

 

또 긴급 현안 질의를 위한 본회의 소집과, 이번 사태에 대한 국회의장의 입장 표명 및 대책을 요구하기로 했다.

 

민주당은 소속 의원들과 당직자들이 대거 참석한 가운데 국회에서 규탄 집회를 따로 열었다. 손학규 민주당 대표는 "이명박 정권은 4대강 밀어붙이기, 민간인 불법사찰, 청와대 대포폰 사건, 국익을 양보하는 한미FTA 재협상을 덮으려고 국회를 덮치고 있는 것"이라며 "김준규 검찰총장은 자진 사퇴하고 이명박 대통령은 국민 앞에 진솔하게 사과해야 한다"고 밝혔다.

 

박지원 원내대표도 "수십억씩 문제가 되고 있는 이명박 대통령 측근들은 전부 해외로 도망치게 하고 10만원씩 소액 후원받은 국회의원만 전광석화처럼 압수수색을 했다"고 비판했다.

 

민주당은 또 검찰 수사에도 협조하지 않기로 했다. 당내 검찰압수수색대책특별위원장을 맡은 조배숙 최고위원은 "근무여건이 열악한 청원경찰의 처우를 개선하는 법률 개정은 국회의원으로서 당연해 해야 할 일이고 10만원씩 후원 받은 것도 선관위가 권장하는 법적으로 정당한 후원이었다"며 "검찰의 과잉수사에 응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지원 원내대표도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검찰이 오늘부터 압수수색 결과를 가지고 후원회 사무국장과 보좌관들을 소환하겠다고 한다"며 "민주당은 소환에 응하지 않겠다, 즉 수사에 응하지 않겠다는 결정을 한 것"이라고 밝혔다.

 

검찰 개혁 드라이브 예고... "성접대 검찰, 자기 눈 들보 빼야"

 

이와 함께 민주당은 단계적으로 대응 수위를 높여간다는 계획이다. 이명박 대통령의 사과와 김준규 검찰총장의 사퇴를 요구하고 이에 응하지 않을 경우 이귀남 법무부 장관 해임 건의안과 김준규 총장의 탄핵소추 결의안을 제출하기로 했다.

 

또 검경 수사권 조정과 공직비리수사처 설치 등 '정치검찰' 개혁을 위한 법 개정 작업에도 당력을 집중하기로 했다.

 

손학규 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재벌 떡값, 성접대 향응에 휩싸인 검찰은 자기 눈의 들보를 먼저 빼야 할 것"이라며 "검찰의 정권 시녀화, 재벌 하청화를 바로잡기 위해 검찰 개혁을 똑바로 하겠다"고 강조했다.

 

야권의 강경 대응 방침으로 예산 심사에 난항이 예고되자 여당인 한나라당의 한숨도 깊어지고 있다. 안 그래도 4대강 예산만 해도 여야 정면 충돌을 불러올 뇌관이 곳곳에 산재해 있는데 검찰의 압수수색 사태까지 발생하면서 합의 도출이 더 어려워진 탓이다.

 

곤혹스러운 표정이 역력한 한나라당은 검찰 수사에 유감을 표하면서 야당에 대해서도 신중한 대응을 촉구했다.

 

곤혹스런 한나라당 "야권, 예산심의 만전 기해야"

 

안상수 대표는 "G20정상회의와 예산국회를 앞둔 시점에서 압수수색과 같은 검찰의 수사 방법은 신중하지 못했다"며 "투명한 소액 후원금 관련 사항에 대해 과잉 압수수색이 진행된 것은 참으로 유감스러운 일"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도 안 대표는 "이제 본격적으로 예산국회가 시작되는 만큼 국회는 어떠한 상황에도 흔들리지 말고 본연의 임무를 다하는 것이 국민의 신뢰를 얻는 일"이라며 "309조에 달하는 예산을 꼼꼼하게 살펴보고 민생예산, 서민예산 확보에 빈틈은 없는지 예산심의에 만전을 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무성 원내대표도 "가장 중요한 예산안 처리와 여러 예민한 법안이 산적한 가운데 검찰의 과잉수사로 정치권이 혼란에 빠져 제 머리에도 안개가 자욱하게 낀 것 같다"며 "검찰은 공정하게 수사를 마무리하고, 예산 심사를 소홀히 하고 정치투쟁을 하겠다는 야당은 본연의 자세로 돌아와 주기를 간곡히 부탁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민주당 등 야당들은 이날부터 일제히 열리는 상임위를 보이콧하지는 않겠지만 상임위 활동을 통해 검찰 비리와 검찰 개혁은 물론 민간인 사찰과 청와대 대포폰 게이트, 해외 체류 중인 천신일 세중나모회장 비리 등에 대한 검찰의 부실 수사 문제를 집중 거론한다는 방침이어서 여야 충돌이 예상된다.

 

여기에 4대강 예산을 비롯해 아랍에미리트(UAE) 파병동의안, 기업형 슈퍼마켓(SSM) 규제 법안, 한미FTA 비준안 등도 여야 견해 차이가 현격해 연말 예산국회의 순항을 장담하기 어렵게 됐다. 


태그:#대포폰, #청목회, #예산국회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이전댓글보기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