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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 가재 뽑기 기계가 사회적 이슈가 된 적이 있었지요. 그 후 이에 대한 반성이 일어났고, 이제는 거의 사라진 듯 하였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며 우리의 기억이 흐려진 듯한 지금 또 다시 유사 뽑기 기계가 등장하였습니다. 그것은 바로 곤충 뽑기 기계입니다.

어제 아내가 커다란 애벌레가 들어 있는 플라스틱 구슬을 주었습니다. 왠 애벌레인가 물었더니 사정 설명을 하였습니다. 제 아내는 어제 둘째 아이 병원을다녀오는 데 왠 아이들이 뽑기 기계에 몰려 있는 것을 보았다 합니다.

 플라스틱 구슬에 들어 있는 애벌레의 모습
플라스틱 구슬에 들어 있는 애벌레의 모습 ⓒ 임정혁

그런데 동전을 넣고, 플라스틱 구슬을 뽑아서 구경하더니 그걸 보고 뭐라 얘기하다 그냥 버리더랍니다. 아내는 그 속에 뭔가 꿈틀거리는 걸 보았고, 이게 뭔가 싶어 주웠다 합니다. 그랬더니 그 속에 장수 하늘소 애벌레가 들어있었고, 그대로 두면 죽을 것 같아 들고 왔다는 것입니다.

얘기를 듣고 나니 참으로 씁쓸하였습니다. 우리 아이들의 생태 감수성은 어디에 있는 것인지요. 플라스틱 구슬 속에 살아있는 애벌레가 있었고, 그냥 길에 버리면 그대로 죽어버리는 걸 몰랐었다 생각하며 마음을 위로 하는 게 괜찮은 건지 모르겠습니다.

 구슬 속 애벌레는 먹이도 먹지 못한 채 갇혀 있었다.
구슬 속 애벌레는 먹이도 먹지 못한 채 갇혀 있었다. ⓒ 임정혁

하지만 이것이 아이들만의 문제이겠습니까. 아이들의 문제는 곧 어른들의 문제인 것이지요. 사용하면 안 되는 불법색소를 사용하여 판매하던 불량식품 얘기는 어제 오늘 얘기가 아니지요. 공업용 원료를 사용한 장난감이 적발된 사례도 한두 번이 아닙니다. 초등학교 앞에는 사행성을 조장하는 뽑기 게임이 수두룩 합니다. 말하자면, 자본의 상술과 어른의 탐욕이 개입하여 조직적으로 아이들의 생태 감수성을 유린하는 게 아니냐는 것입니다.

 곤충뽑기기계에는 수많은 애벌레가 야외에 아무런 관리 없이 방치되어 있다. 한번에 200원이 필요하다.
곤충뽑기기계에는 수많은 애벌레가 야외에 아무런 관리 없이 방치되어 있다. 한번에 200원이 필요하다. ⓒ 임정혁

여기서 또 다른 문제는 현행법상 이런 기계는 동물학대의 범위에 들어가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현행 동물보호법은 동물의 범위를 척추가 있는 동물로 규정하고 있습니다. 그러니 최근 고양이 은비 폭행사건 등을 통해 동물학대에 대한 인식과 관심이 증가하고는 있어도 엄밀히 말해 이런 곤충뽑기 기계나 가재 뽑기 기계 같은 것은 동물 학대의 범위에 들어가지 않는 다는 것입니다(올해 여름 몇 몇 의원이 이에 대한 개정안을 발의한 것으로 알려졌으나 아직 통과되지는 않았음).

이런 인식의 반영은 지자체에서 주최하는 여러 행사에도 잘 드러납니다. 여러 곤충 축제를 보면 곤충이 주인공이긴 한데, 굳이 이들의 싸움을 붙입니다. 그리고 어린이들을 이 축제의 주인공으로 초대해 즐기게 합니다. 새총을 쏘거나 물고기를 가둬놓고 마구 잡이로 잡게 합니다. 사람이야 웃고 즐기겠습니다만 곤충과 물고기들은 갇혀진 환경에서 도망갈 기회조차 얻지 못하고 살기 위해 싸워야만 한다니 도대체 이 속에서 어떤 교육의 의미를 찾을 수 있는 건지 저는 잘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저는 우리 아이들이 장수 하늘소 애벌레 정도는 고작 200원짜리 목숨이라 여기지는 않을지 너무도 걱정이 됩니다. 하늘소 애벌레나 가재가 법적으로 동물에 속하든 안 속하든 우리 아이들은 이들의 생명도 소중히 여길 수 있어야 할 것입니다. 특히 관련 업자나 지자체의 경우 돈을 버는 것도 좋으나 아이들의 감수성도 생각하며 돈을 벌어야 합니다. 자본의 상술 앞에 감수성이 유린 된 아이들이 이웃의 아픔을 이해하고, 더불어 사는 사회의 주역이 된다는 것은 어불성설일 것입니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필자의 블로그 하늘바람몰이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곤충뽑기기계#생명존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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