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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면 1

이명박 대통령은 3일 청와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주요 20개국(이하 G20) 서울정상회의 전망과 관련, "세계 경제가 위기를 벗어나 회복하고 성장하기 위해 뭔가 합의해야 한다는 정상 간 공통 인식이 있다""경주회의에서 만든 (무역수지 불균형 해소 등을 위한) '가이드라인'을 어떻게 할 것인가에 대해 정상 간 합의를 이룰 수 있다"고 밝혔다.

 

# 장면 2

사공일 G20 정상회의 준비위원장은 9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 미디어센터를 방문한 자리에서 "경상수지 가이드라인이 어떻게 되겠느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언제까지 하기로 하자는 것만 해도 큰 성과"라고 답했다.

 

G20 서울 정상회의에 대한 전망이 점점 어두워지고 있다. 정부는 "G20은 우리나라가 새로운 국제질서의 창출에 주도적 역할을 할 수 있는 역사적 의미를 지닌다"고 밝혔지만, 정부의 뜻대로 '역사적 의미'를 지닌 합의를 이룰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특히 서울 정상회의에서 가장 주요하게 논의될 의제 중 하나인 글로벌 무역수지 불균형 해소 문제가 그렇다. 지난달 G20 재무장관·중앙은행총재회의에서 정부는 "(무역수지 불균형 해소를 위한) '예시적 가이드라인'이 마련됐다, 서울 정상회의에서 광범위하게 논의될 것"이라고 홍보했지만, G20 정상회의를 이틀 앞둔 9일 사공일 위원장은 경상수지 규모 제한에 대한 구체적인 수치 합의는 어렵다는 뜻을 비쳤다.

 

경상수지 목표제, 정부 "합의된다"고 했지만...

 

지난달 23G20 재무장관·중앙은행총재회의 결과가 발표된 경북 경주 현대호텔로 돌아가 보자.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은 "최대한의 지혜를 발휘해 상대방을 설득하고, 따뜻한 가슴으로 중요한 국가를 순방해 설득하기도 했다""이런 노력이 어우러져 큰 역사의 도약을 이뤄냈다"고 말했다. 무슨 일이 있었을까?

 

이날 저녁 이곳에서는 당시 일련의 환율 논쟁과 관련 '시장결정적인 환율제도 이행'이라는 공동선언문이 발표됐다. 또한 경상수지 목표제와 관련해, 선언문에는 "과도한 대외불균형을 줄이고 경상수지를 지속가능한 수준으로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되는 모든 정책수단을 추구함", "예시적인 가이드라인에 의거하여 큰 폭의 불균형이 지속된다고 평가될 경우 (중략) 근본적 원인을 평가함" 등이 담겼다.

 

환율 논쟁의 본질은 결국 글로벌 무역수지 불균형(미국은 막대한 무역 적자를 기록하는 반면, 중국 등의 신흥국은 상당 규모의 무역 흑자를 기록하는 것)인 만큼, 당초 논의됐던 경상수지 목표제(무역수지 규모를 국내총생산의 4% 이내로 제한하자는 것) 합의에는 실패했지만 '예시적인 가이드라인'에 대해 합의한 것을 두고 정부는 크게 의미를 부여한 것이다.

 

윤증현 장관은 이후 질의응답에서, 합의한 내용이 당초 안보다 후퇴한 것 아니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경장수지를 일정한 밴드(범위)로 유지해야 한다는 것은 모두가 수긍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한 "(무역수지 목표제는) 한국의 제안을 미국이 수용해 제기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이어 "중요한 것은 예시적 기준을 제시한 것"이라며 "이번 G20에서 환율에 관한 문제와 경상수지 규모에 대해 합의를 이루고 이것에 대해 IMF가 주기적으로 모니터링하고 상호 평가하는 과정이 있다, 국제시장의 불확실성 그림자가 많이 지워질 것"이라고 밝혔다.

 

윤 장관은 또한 서울 정상회의에서 구속성이나 구체적인 수치가 나올 수 있느냐는 질문에 "합의를 앞으로 지켜져야 할 것"이라며 "서울 정상회의에서는 이를 포함한 보다 광범위한 논의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명박 대통령 역시 지난 3일 기자회견에서 "세계 경제가 위기를 벗어나 회복하고 성장하기 위해 뭔가 합의해야 한다는 정상 간 공통 인식이 있다""경주회의에서 만든 가이드라인을 어떻게 할 것인가에 대해 정상 간 합의를 이룰 수 있다"고 밝혔다.

 

결국 물 건너간 '경상수지 목표제'

 

하지만 이 대통령의 말과는 달리, 경상수지 목표제를 뒷받침할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을 만드는 것은 쉽지 않아 보인다. 우선 경주 회의에서 경상수지 목표제를 제안했던 미국마저 이에 대한 회의감을 나타냈다

 

지난달 23일 경주 회의 뒤 열린 기자회견에서 "서울 정상회의에서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을 도출할 수 있다"고 밝혔던 가이트너 미국 재무장관부터가 발을 뺐다. <로이터(Reuters)>는 6일 "가이트너 '미국은 4% 경상수지 목표제를 추구하지 않을 것이다(US won't seek 4 pct trade imbalance target, Geithner)'"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가이트너 장관이 일본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무역수지 목표제는) 우리의 의제가 아니다(That is not our intention)"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또한 "9일 노다 요시히코 일본 재무상은 이번 서울 정상회의에서 '경상수지를 국내총생산(GDP)의 일정 수치로 관리하는 방안이 합의되기 어려울 것'이라고 예상하면서 '이번 서울 회의에서는 전체적인 틀에 동의를 하고 나머지는 추후 재무장관들의 몫으로 넘어갈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연합뉴스>가 보도하기도 했다.

 

결국, 우리 정부도 이를 인정했다. 신현송 청와대 국제경제보좌관은 9<블룸버그(Bloomberg)>와 나눈 인터뷰에서 "환율에 영향을 미치는 개입의 형식(a form of intervention)보다는 신중한 조치들(prudential measures)이 안정에 도움이 된다"고 말해 사실상 경상수지 가이드라인에 특정 수치를 명기하는 것은 어렵다는 것을 인정했다.

 

사공일 G20 정상회의 준비위원장은 9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 미디어센터에서 "경상수지 가이드 라인이 어떻게 되겠느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언제까지 하기로 하자는 것만 해도 큰 성과"라고 답했다.

 

이기웅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 경제정책팀 간사는 "경상수지 목표제의 4%에 대한 기준도 없고, 합의를 한다고 해도 구속력이 없다"며 "이명박 정부는 미국의 힘을 빌려 서울정상회의 때 논의되면 업적 홍보를 하려고 했지만,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은 물론 예시적인 가이드라인도 정하기 어려워 보인다"고 지적했다.


태그:#경상수지 목표제, #G20정상회의, #글로벌 무역수지 불규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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