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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민선4기 안상수 인천시장이 정력적으로 추진한 송도 경제자유구역 조성과 연동돼 송도로 이전한 인천대학교 주변 인천 남구 도화동은 개발 후폭풍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도화구역 개발 사업으로 인해 주민 80% 이상이 보상비를 받고 이주해 동네는 을씨년스럽고, 제물포역 상권은 완전히 붕괴됐다.

 

도화구역 개발 사업은 인천대 부지와 주변 지역 88만 1000㎡에 2014년까지 공동주택 6300가구를 건축해 1만 6000여 명을 수용하는 도시재생사업이었다.

 

이를 위해 인천도시개발공사(이하 인천도개공)와 SK건설 등이 특수목적법인(SPC)을 구성해 사업을 추진했으나, 사업성 악화와 지연을 이유로 SK건설이 협약을 해지하고 빠져나갔다. 모든 사업은 인천 도개공이 떠안게 생겼다.

 

하지만 인천도개공의 부채 문제가 대두되면서 민선5기 송영길 인천시장 취임 전부터 사업 구역 내 토지를 원형지 형태로 매각하는 방식으로 재생사업이 추진되고 있다.

 

송 시장은 최근 도화구역에 제2행정타운을 조성하겠다는 계획을 밝혔으며, 시교육청과 도서관과 식물원 등을 조성하는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또한 시는 도화구역 내 옛 인천대학교 본관을 활용해 가칭 제물포스마트타운(JS타운)도 조성할 계획이다.

 

하지만 교육청 이전 등 행정타운 조성이 당장 이뤄지는 것이 아닌 상황에서 개발 후폭풍으로 인해 주민들은 신음하고 있다.

 

지난 5일 도화구역에서 만난 주민들은 도저히 그곳을 떠날 수 없는 처지였다. 도화구역에서 들어서자 제일 먼저 눈에 들어온 것은 옛 인천대학교 본관 건물과 선인체육관이다.

 

다음으로 눈에 띈 것은 '도화동은 사람이 사는 곳입니다'라는 문구와 벽화다. 주변에서 22년째 우동 장사를 하고 있는 박근희(54.여)씨는 인천대 후문에서 포장마차로 우동 장사를 시작해 자식들을 다 키우고, 이제는 번듯한 가게까지 차렸다.

 

하지만 요즘 박씨는 장사를 뒤로 미뤄놓고 시청과 시의회 앞에서 열리는 집회에 참석한다. 아직 도화구역을 떠나지 못하고 있는 50여세대의 노인들이 걱정돼서다.

 

박씨는 "난 솔직히 걱정 없다. 도롯가에 가게도 있고, 보상도 적당히 받고 나가면 된다. 문제는 이곳에 홀로 사는 노인들이다. 홀로 사는 노인들 대부분이 자식이 없거나, 있어도 사정이 어려워 사실상 홀로 방치된 노인들이다. 이런 노인들이 무허가 주택에서 살다보니, 보상금이 나와도 인천대에 가압류 돼 갈 곳이 없다. 지난 9월 폭우로 집들이 엉망이 된 경우가 많다. 겨울이 코앞인데, 갈 곳이 변변치 않다. 먼저 이주한 빌라에서라도 올 겨울이라도 보내게 했으면 좋겠다"고 하소연했다.

 

보상비도 토지사용 변상금 등으로 압류된 상태

 

충청도에서 이사와 30여 년 째 살고 있는 김아무개(70대) 할머니는 최근 인천도개공이 실시한 지장물 조사 결과 보상금으로 1500만 원을 받는 것으로 됐다. 하지만 김 할머니가 살아온 땅은 인천대 소유의 토지라 그동안 토지를 무단점유해 사용한 변상금으로 4000만 원을 내야하는 처지다. 결국 돈 한 푼 없이 빚만 안고 이곳을 떠나야 하는 처지다.

 

김 할머니는 "자식이 있어서 애들이 주는 생활비로 근근이 살아왔지만, 애들 집에 들어가서 눈치보고는 못 산다. 13년 전에 상처하고 노인네가 무슨 돈을 벌수 있냐"며 "인천대가 어떤 대학이냐. 당시 백인엽이 원주민 땅 반강제로 빼앗아서 만든 대학이다. 그런 대학이 보상금에 압류를 붙였다. 이 겨울에 어디 가서 살수 있냐. 난 하코방(판잣집)이라도 누울 수 있는 집만 있으면 된다"고 말했다.

 

이수근(68) 할머니는 25년 전에 인천 병방동에서 이곳으로 이사와 아직 살고 있다. 이 할머니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보상액은 2200만 원이지만, 납부해야할 토지 사용료 체납금은 무려 2500만 원에 이른다.

 

이 할머니는 "체납금에 연체이자까지 붙었다. 대학이 사채놀이 하냐. 우리의 요구는 가이주 단지다. 방 하나에 부엌 하나면 된다"며 "사람들이 다 떠나고 나니 요즘은 무섭다. 빈집에서 사람들이 나오고, 방범순찰도 없다. 경찰에 신고해도 제대로 순찰하지 않는다. 주변에서 도둑이 자꾸 들어 무섭다"고 말했다. 이 할머니는 마지막으로 "없는 게 죄가 되는 세상이다. 하코방에 사는 사람은 사람도 아니냐"고 하소연했다.

    

이런 상황에 대해 토지 소유주인 인천대학교 측은 "2006년 인천대 토지는 인천도개공에 출자돼 2007년부터는 무상으로 사용하고 있다. 1994년부터 2006년까지 토지 사용료와 무단점유 변상금에 대한 체납"이라며 "보상 체결 후 77명이 남아있는데, 이 가운데 32명은 도개공의 지장물 조사와 보상 평가를 거부하고 있고, 이중 16명 정도가 보상금보다 체납액이 많은 사람"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주거 취약계층 업무처리 지침에 따라 주거 지원과 이주대책을 수립 중이다. 하지만 재산 있는 사람에게는 압류된 재산이 계속 따라 다니게 된다"고 덧붙였다.

 

도화개발 사업은 시 개발행정의 부실백화점

 

도화개발 사업은 옛 인천대 부지를 활용해 구도심 재생사업의 성공적인 모델을 제시한다는 목적으로 한나라당 안상수 전임 시장이 시작했다. 하지만 도화주민대책위가 정보공개를 통해 행정안전부로부터 확보한 자료를 보면, 각종 특혜가 이뤄졌으며, 위법한 행정절차가 진행된 것으로 드러났다.

 

시가 인천대 송도캠퍼스 개교와 국립대 전환, 도화구역 개발 등의 시정 목표에 급급한 나머지 공모 조건에 맞지 않게 민간사업자의 요구를 수용해 1143억 원의 재정 손실을 야기했다고 행안부는 지적했다. 법적 근거도 없는 '민관 공모형 프로젝트파이낸싱(PF) 사업'으로 추진했기 때문인 것으로 드러났다.

 

또한 행안부는 "전문대를 포함해 인천대학교 이전비용(5538억 원)보다 부대사업인 도시개발사업 사업비(2561억 원)가 적은 만큼, 민투법(민간자본투자법)에 맞춰 추진했다면 건설보조금, 환차손 보전과 같은 정부의 재정 지원은 물론 조세와 부담금 감면, 토지 수용권 인정 등 각종 혜택을 받을 수 있었다"고 지적했다.

 

시 재산도 부당하게 사용된 것으로 드러났다. 인천대 이전 비용을 조달하기 위해 시가 현물 출자한 108만 53㎡의 터는 '공유재산 및 물품관리법'에 따른 평가절차를 거치지 않고, 당해 연도 개별공시지가(1166만 2200만원)로 현물 출자됐다. 이밖에도 일괄입찰, 건설사업 관리용역(CM) 추진 시기, 부실한 사업협약서, 부당한 도급계약서 등 각종 문제가 지적됐다.

 

안 전 시장 재임 시절 250여곳이 재개발·재건축 지역으로 지정되고, 각종 재생사업과 경제자유구역 개발 등으로 인해 인천은 온통 개발 열풍에 휩쓸렸다. 그 후 불어 닥친 부동산 경기 침체는 인천을 개발 후폭풍으로 몰아넣고 있다.

 

도화구역의 몸살은 이제 시작에 불과하다. 루원시티를 비롯해 각종 재개발 지역에서 쫓겨나고 있는 사회적 약자들이 더 이상 인천에서 갈 곳이 없는 실정이다. 인천 개발 관련 시민단체 준비모임의 이희환씨는 "무려 2조 7000억 원대의 도시재생사업이 불법과 특혜로 이뤄지는 사이, 주민과 상인들은 보상도 지연된 채 폐허와도 같은 도화구역에서 살고 있다"며 "도화 개발 사업은 여전히 시와 도개공에 의해 벗겨도 그 속을 드러내지 않는 양파껍질처럼 은밀히 진행되고 있으니, 주민들이 인천시와 도개공, 인천대 등을 믿을 수 있겠냐"고 시와 도개공의 투명 행정을 주문했다.

 

도화구역처럼 재개발이라는 이름의 상처투성이를, 구도심 재생사업의 문제를 어떻게 풀어갈 지 추임 4개월 된 송영길 인천시장의 숙제로 남았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부평신문(http://bpnews.kr)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도화구역, #도화동, #인천대학교, #안상수, #송영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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