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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겉그림 데이브 브라우닝의 〈작은 교회가 아름답다〉
책겉그림데이브 브라우닝의 〈작은 교회가 아름답다〉 ⓒ 옥당

8일 월요일, 전주에 내려갔다. 그곳에 있는 어떤 목사님을 만나기 위해서였다. 자연스레 대형교회 쪽으로 이야기가 흘러갔다. 헌데 그 분은 대형교회라도 모두가 담임목사를 좋아하는 것은 아니라고 했다. 열혈팬은 극소수일 뿐 대부분 다른 관심 때문에 그곳에 붙어 있다고 했다.

그 관심거리가 뭘까? 바로 상업적인 거래였다. 그 목사님은 교회가 어느 정도 한계선을 넘어서면 그 다음부터는 스스로 커진다고 했다. 그때가 되면 장사하는 이들은 물론이고, 지역 의원들과 시장까지도 출석한다는 것이었다.

한국개신교는 그런 흐름 속에서 메가처치(megachurch)를 이룩한 게 사실이다. 1970년대와 80년대, 그리고 90년대의 교회성장이 그런 흐름속에 있었다. 그로 인해 예산은 증가했고, 부속건물과 땅도 늘어났다. 이와 함께 사례비와 판공비도 막대해졌고, 프로그램도 광범위해졌다. 뭐든 많을수록 많아진다는 사실을 입증해 온 셈이다.

그에 따른 폐단은 없었을까? 교회는 대형화되는데도 문화는 자꾸 세속화된 게 사실이다. 신실한 그리스도인이 양산되지 않은 까닭이다. 교회는 메가처치가 되는데 교회집단은 점점 이익집단으로 변해가고 있다. 교회와 세상욕망에 차이가 없는 까닭이다. 얼마 전에는 대형화된 교회를 주축으로 은행까지 설립하자고 나선 일이 있다. 심각한 병적 증세를 앓고 있는 경향이다.

대형화·세속화되는 한국교회에게 처방전을 제시하다

어찌해야만 건강한 교회가 될까? 어찌해야만 세상을 선도할 수 있는 교회가 될까? 어찌해야만 자정능력을 회복할 수 있는 교회가 될까? 사실 교회 안팎에서는 '제3의 종교개혁'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들 한다. 그런 시발점에서 나온 데이브 브라우닝의 <작은 교회가 아름답다>(데이브 브라우닝 저, 도서출판옥당 펴냄)는 한국교회를 새롭게 할 수 있는 처방전이 될 것이다.

"1990년대 초반, 나는 내가 목회하고 있던 전통적인 교회에다가 급진적인 제안을 했다. 교회의 이름에서 교단 명칭을 뺄 것과 자동차로 10분 거리에 있는 동네에 두 번째 교회를 개척하면 어떻겠냐는 내용이었다. 그러한 중대한 변화를 시도하려면 교회 헌법상 교인의 3분의 2가 찬성해야 했다. 나는 강하게 밀어붙였지만, 그 체제만큼은 어찌지를 못했다. 그리하여 마침내 결정의 순간이 다가왔을 때 투표결과는 실패했다."(203쪽)

이 책에서 말하고자 하는 주된 요지는 그것이다. 교회가 수많은 예배와 봉사와 교제와 찬양과 그 밖의 많은 프로그램으로 복잡해진 것을 단순하게 하자는 것이다. 이른바 예배와 소그룹, 봉사 그 세 가지로 제한하라는 것이다. 그것이 이 책이 말하는 '의도적인 단순함'이다.

헌데 교회는 그것만을 목적으로 하는 게 아니다. 교회에게는 전도도 빼놓을 수 없는 과제다. 그것이 주님의 명령을 수행하는 교회의 존재이유인 까닭이다. 헌데 이 책에서는 목적 자체만을 염두에 두는 전도보다는 모든 과정을 아우르는 봉사에 집중하라고 조언한다.

사실 이 책에 나오는 작은 교회의 모델인 'CTK교회'는 워싱턴 주 마운트 버논에서 시작됐다. 1999년 4월 4일 첫 예배를 드린 뒤, 1년에 매달 12퍼센트씩 성장했다. 그리고 평균 500명 정도가 모였고, 연말까지 38개의 소그룹이 친교와 격려와 봉사를 위해 모여들었다.

그렇다고 해서 그 교회가 미국의 대형교회인 새들백교회와 레이크우드교회처럼 '메가처치'를 목적으로 한 건 결코 아니다. 지역을 기반으로 자생적인 개체모임을 이루도록 지원해주고 격려해 줄 뿐이었다. 우리나라처럼 강남에 있는 교회가 강북에까지 버스를 동원해 태워 오거나, 강동구에 있는 교회가 경기도 일대까지 온 거리를 누비고 다니는 진풍경은 연출하지 않은 것이다.

물론 이 책의 'CTK교회'도 여러 교파를 초월하여 초교파적으로 모이는 교회다. 그렇다고 중심이 없는 것은 아니다. 그들은 이런 지침을 갖고 있다. 본질적인 것에서는 일치를, 비본질적인 것에서는 다양성을, 그리고 나머지 모든 것에서는 사랑을 추구하는 게 그것이다. 그만큼 교리적인 논쟁에 대해서도 최소주의를 택하고 있는 것이다.

어쩌면 우리나라는 그동안 미국 것이라면 무조건 찬양하는 풍토를 지녔다. 교회도 예외이지 않았다. 한국의 교회들도 미국의 대형교회를 본받으려고 안달한 게 사실이었다. 그런데 그처럼 흠모하던 미국의 메가처치에 거품이 빠져나가고 있다고 한다. 그 대신에 미니처치(minichurch) 바람이 불고 있다고 하니, 우리도 그런 흐름을 회복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


작은 교회가 아름답다 - 작은 교회에서 일어난 큰 변화의 이야기들! 세계에서 가장 혁신적인 교회 CTK 이야기

데이브 브라우닝 지음, 구미정 옮김, 옥당(북커스베르겐)(2010)


#미니처치#작은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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