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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용하던 공주시가 '혁명군'에 의해 장악됐다. 전태일 열사의 추모 40주년이 되는 11월 13일 오후 3시, 1894년 동학농민항쟁의 역사를 잇는 1천여 명이 공주 시내를 활보하며 공주교육대학교 운동장에 모인 것. 

 

이날 행사는 문성근과 함께 하는 100만 민란 프로젝트 '백만송이 국민의 명령'의 일환으로, 이들은 서울, 부산, 광주, 대전, 대구, 인천, 강원, 창원, 부천, 고양, 파주 등 거리민란을 통해 전국규모의 들불을 지펴왔다. 운동장에 모인 참석자들은 가벼운 눈인사와 정겨운 포옹으로 서로를 맞이하고 공주교대에서 동학혁명 이후 최초의 '민란+콘서트'인 민란한마당 잔치를 열었다.

 

공주교대 운동장에 민란가가 울러 퍼지는 가운데 적게는 10여명에서 많게는 100여명이 깃발을 앞세우고 속속들이 도착하여 서로의 어깨에 손을 얹고 기차놀이를 시작했다.

 

 

안희정 충남도지사는 인사말을 통해 "우리는 원칙과 소신도 없는 정치를 몰아내고자 이 자리에 모였다"라며 "4대강 사업을 찬성하는 한나라당, 대통령, 정치인들이 기득권 세력을 지키기 위해 꼼수를 두고 있다, 우리는 이들과 싸워 21세기 우리가 꿈꾸는 민주주의의 길로 만들어 가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 2012년에 재집권을 허용했다가는 국가적인 재난 사태가 올 것 같은 위기감이 든다"며 "2012년에 민주정부를 세워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어 참석자들은 횃불을 들고 풍물패를 앞세운 채 약 2km정도를 도보로 걸어 우금치 마루로 향했다.

 

이어진 우금치마루의 행사에서는 춤추자밴드의 '님은 먼 곳에' '아니야' '이 세상에 태어나서' 공연, 116년 전 동학혁명군 전투 연극이 이어졌으며, 2010 전국봉기 우금치선언문 낭독과 불꽃놀이를 끝으로 마무리됐다.

 

2010 제1차 전국 봉기 우금치선언문

전태일과 전봉준을 만나다

 

민란 동지 여러분, 반갑습니다. 잘 오셨습니다. 뒷걸음질하는 민주주의를 바로 잡겠다고, 이 나라의 내일을 몇몇 정치인들의 손에만 맡겨두지 않고 우리 손으로 만들어 나가겠다고, 그래서 내 아이와 후손들에게 더 이상 비겁한 삶을 살지 않게 하겠다는 우리들이어서 더욱 반갑습니다.

 

오늘은 40년 전인 1970년 전태일 열사가 돌아가신 날입니다. 저임금에 배곯고 잠 못 자며 일하던 청계천 봉제공장 노동자들의 열악한 노동환경을 알리며, 아니 이 땅의 노동자들의 현실을 세상에 알리려 온몸을 불사른 전태일 열사의 40주기가 되는 날입니다. 이곳 우금치는 100년 전, 인내천 '사람은 하늘이다'를 외치며 일어났던 동학농민군이 마지막 전투를 치른 곳이기도 합니다. 전태일 열사가 돌아가신 바로 그날, 동학농민군이 마지막 전투를 치른 바로 이곳에서, 또 다시 새로운 역사를 쓰겠다! 전국에서 우리가 모였습니다.

 

  하나가 되어 바꾸자, 심판하자

 

유쾌한 백만 민란 국민의 명령은 국민 100만 명이 모여 국민의 이름으로 여론의 힘으로 다섯 개로 분열되어 있는 야당을 불러 모아 섞어서 전국에서 골고루 지지받는 민주적인 야권 단일정당을 만들어내자는 시민운동입니다.

 

이명박 정권이 시작된 지 2년 반이 지났습니다. 민주주의는 후퇴했고 남북관계는 파탄 났으며 민생은 더욱 고달파졌습니다. 복지는 뒷전이고 일자리를 찾지 못한 청년과 가장들이 늘고 있습니다. 한나라당이 불러들인 IMF를 극복하고 97년에 7천불이던 개인당 국민소득을 2002년에는 1만2천불로, 2007년에는 2만2천불로 끌어올린 민주정부 10년의 노력이 한순간에 물거품이 되었습니다. 많은 국민들이 바꾸자고 말합니다. 심판하자고 말합니다. 그러나 지금 이 상태로 2012년, 이 오만하고 무능한 정부를 허물고 민주진보정부를 세울 수 있겠습니까?

 

야권 단일정당이 최선입니다. 지난 6.2 지방선거가 말해주고 있지 않습니까. 완벽한 연대가 아니어서 완벽한 승리는 아니었지만 하나가 되면 이길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았잖습니까? 바로 뒤에 열린 재 보궐선거는 어땠습니까? 지방선거의 승리에 고무되어 각 정당이 서로 자기들 후보를 내세우는 바람에 무참하게 깨졌잖습니까?

 

답은 하나입니다. 민주진보진영의 모든 정당들이 기득권을 털고 야권 단일정당을 만들어내는 것이야말로 최선의 방법이요, 2012년 민주진보정부를 세울 수 있는 기본조건입니다.

 

민란 동지 여러분, 기존 정치인이 이 일을 해낼 수 있겠습니까? 정치권의 몇몇 상층부가 이 일에 합의할 수 있겠습니까? 절대 못 합니다. 기득권에 안주하려는 정치인과 조직논리에만 얽매여 있는 정당으로서는 결코 할 수 없는 일입니다. 이 일은 바로 이 자리에 모인 우리와 반드시 2012년에는 세상을 바꿔야 한다는 우리 국민의 압박으로만 가능합니다.

 

우리가 만들어낼 야권 단일정당은 71년 대통령선거에서 시작해 90년 3당 합당을 거치며 최악으로 치달은 지역대결구도를 넘어선 전국정당이 될 것이며, 민주적이고 개혁적이며 진보적인 정당이 될 것입니다.

 

  80일 만에 3만 회원 달성, 사회 각계의 지지선언도 나올 것

 

저희는 이명박 정부 임기가 절반이 되던 2010년 8월 26일, 백만 민란을 시작했고 오늘로 꼭 80일이 되었습니다. 민란을 알리기 위해 서울, 부산, 광주, 대구, 대전, 인천, 창원, 부천, 고양, 파주에 강원도까지 전국 16개 권역 중에서 전라남도와 울산만 빼고는 전국을 샅샅이 누볐습니다. 지역의 자발적 자원봉사자들과 함께 거리로 나간 것이 지금까지 48회, 간담회와 강연회는 모두 20차례나 됩니다.

 

바로 오늘, 지금 이 시각 우리 백만 민란 회원이 총 (3만3천) 명을 돌파했음을 보고 드립니다. 또한 강원들불을 비롯한 전국 16개 지역에 지역들불이 조직되었고, 미주들불, 유럽들불, 일본들불, 호주들불 등 4개 해외들불이 조직되었음도 보고 드립니다.

 

이 같은 우리의 자발적 운동에 민주당의 이인영 최고위원, 천정배 최고위원, 박주선 최고위원, 최문순 의원, 김근태 전 장관, 김정길 전 장관, 원혜영 전 원내대표 등이 지지와 동참 의사를 밝히셨음을 보고 드립니다. 나아가 학계와 문화예술계, 노동계, 종교계 등 사회 각계각층에서 지지선언을 준비하고 계시다는 반가운 소식도 아울러 전해 드립니다.

 

이렇게 백만 민란의 깃발을 들어 올린 지 80일 만에 우리의 1단계 사업을 성공적으로 완수했음을 여러분 앞에 선포합니다.

 

  정책들불 선언, 5만 회원을 향한 힘찬 전진

 

백만 민란 1단계 사업이 전국 방방곡곡을 찾아다니며 민란에 동참해 달라는 방을 붙이는 작업이었다면, 이제 2단계는 민란의 내용을 채울 차례입니다. 1단계가 몇 사람이 불쏘시개가 되어 밑불이 되었다면, 2단계는 전국의 동지들이 다함께, 동시에, 전국에 들불을 일으켜 오래도록, 활활 타오를 수 있도록 노력과 지혜를 모아야 할 차례입니다.

 

우리는 지금까지 있었던 정당운동이나 시민운동의 방식을 뛰어넘는 새로운 운동방식을 지향합니다.

 

우리 운동의 기본단위는 '들불모임'입니다. 그러나 이 들불모임은 지역단위에 한정되는 것이 아니라 직장이나 취미, 직업이나 나이 등 무한확장이 가능합니다. 누구나 우리 운동의 뜻에 동참하는 사람들이 모이면 들불이 됩니다. 그리고 그 들불을 책임질 사람을 '접주'라 부를 것입니다. 최소한 열 명이 모이면 들불이 되게 하고 서른 명이 넘으면 분화하는 방식으로 새끼에 새끼를 쳐나갈 생각입니다. 이름만 걸어놓은 거대한 조직이 아니라 실제로 만나서 우리의 운동을 기획하고 실천하는 아주 작은 조직들이 전국을 새까맣게 뒤덮을 때에, 비로소 우리의 목표를 달성할 수 있을 것입니다.

 

또한 우리의 2단계 사업으로 정책들불을 시작하려 합니다. 이는 우리의 가치를 실현하는 일이기도 합니다. 3대 집중의제인 '일자리, 교육, 주택 문제'를 비롯해 보건의료, 노후 문제 등 정책적 과제를 집중적으로 연구하고, 이를 대중운동으로 발전시키는 한편 대중과 함께 그 대안까지도 제시하는 운동입니다. 이를 위해 각계각층의 전문가그룹과 지식인, 그리고 관심 있는 분들의 동참을 촉구합니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절실한 2단계의 최우선 목표는 지역들불을 비롯한 직업들불, 직장들불, 동호회들불, 그리고 정책들불이 하나가 되어 5만 회원을 달성하는 것입니다. 그 디데이는 12월 31일로 하겠습니다. 80일 만에 3만 꽃송이를 피운 우리에게 5만 회원을 만드는 일이 무에 그리 어렵겠습니까. 지금 이 의욕과 승리에 대한 확신만 있으면 충분하지 않겠습니까. 자, 12월 31일, 5만 회원 가능합니까?

 

회원 2천명의 부름을 받아 문성근이가 거리에 나섰고, 2만 회원의 뜻을 모아 오늘 우금치에 모였습니다. 5만 회원 달성되는 날, 우리는 또 우리에게 무슨 명령을 내릴 겁니까. 오늘부터 각 들불모임의 게시판에 적어주십시오. 우리는 국민의 명령을 따릅니다.

 

  우금치를 넘어 만주, 시베리아로

 

사람들은 묻습니다. 그거 되겠느냐고. 저는 되묻습니다. 이게 아니면 어떤 게 있느냐고. 또 묻습니다. 우리는 지난 87년 6월 항쟁을 왜 했습니까? 6월 항쟁이전 수 십 년, 왜 우리는 그렇게 죽고, 고문당하고, 감옥 가며 싸웠습니까? 그 6월 항쟁에서 우리는 직선제를 쟁취하고, 선거제도의 민주화를 이루었습니다. 그런데 그 선거제도에서 민주진영을 대의할 정당이, 그것도 맏형 격인 정당이 반민주적인 상태에 빠져있습니다. 어쩌다 이지경이 되었습니까? 90년 3당 합당 후에 김대중이란 정치인의 민주성을 믿고 맡겨 버렸고, 민주정부 10년 동안 나른해져 민주주의 원칙을 망각한 것 아닙니까?

 

유신과 5공을 무너뜨린 패기와 열정은 어디 갔습니까? 나쁜 정권, 나쁜 헌법을 뒤집어엎은 우리 국민 아닙니까? 까짓 정당하나 바꾸지 못합니까?

 

이제 다시 민주주의를 요구합니다. 민주주의를 실천하자 요구하는 것입니다.

민주주의의 발목을 잡는 정당을 왜 지금 그대로 방치한단 말입니까?

 

우리는 이깁니다. 유력한 정치인 없이 선거나 촛불 같은 전투국면도 아닌데 두 달 만에 3만 명이상 모인 건 우리가 처음입니다. 이제 우리 모두 전사가 되는 겁니다. 돌아오지 않는 화살이 되는 겁니다. 횃불을 들고 내 지역에 들불을 붙이는 겁니다. 그 들불이 전국에 붙을 때, 우리는 한 줌도 되지 않는 정치권의 기득권자들을 누르고, 전국에서 고르게 지지 받는 민주적인 야권단일정당을 만들어 낼 것입니다. 그리고 마침내 2012년 민주, 진보정부를 세우고, 남북의 분단을 극복해 신의주로, 시베리아로 유럽으로 뻗어 나갈 것입니다.

 

국민의 힘이 이 땅에 새로운 역사, 정의가 승리하는 역사를 써 내려갈 것입니다.

정의가 승리하는 역사! 가슴 벅차오르지 않습니까? 함께 갑시다!!

덧붙이는 글 | 백제신문에도 실려 있습니다.


태그:#백만민란, #우금치 살아나다, #공주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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