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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자 개성을 지닌 섬들이 2,000여 개가 있다는 할롱 베이.
 각자 개성을 지닌 섬들이 2,000여 개가 있다는 할롱 베이.
ⓒ 이강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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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을 떠날 때 감기 기운이 있었기에 이번 여행은 무리하지 않기로 했다. 게으름을 피우며 늦은 아침에 일어나 낯선 하노이 거리를 걷는다.우리가 묵은 호텔은 외국 배낭족이 많이 찾는 곳에 있다. 호텔 근처에는 베트남의 대표적인 수중인형극을 하는 극장이 있고, 관광객을 노리는 신발, 가방, 옷가게 등 선물가게도 즐비하다.

특별히 살 물건도 없으면서 가게를 기웃거리는데 집사람이 자그마한 여행용 가방을 집어 든다. 20만 동 (9,000원)부르는 것을 12만 동 (5,000원)에 산 가방에는 유명제품 상표가 붙어 있다. 물론 유사제품임은 말할 것도 없다.유심히 주위를 둘러보니 관광객은 하나같이 베트남에서 샀음 직한 유사 제품 가방을 하나씩 메고 있다.

우리는 치밀하게 계획을 세우며 여행을 하지 않는 버릇이 있다. 막연히 할롱 베이만 생각하고 하노이까지 왔기에 지금부터 할롱 베이 교통편을 알아보아야 한다. 외국인이 많이 찾는 거리라 그런지 크고 작은 여행사가 즐비하다.

호텔 건너편에 있는, 베트남에서 많이 알려진 신카페(Shin Cafe)여행사를 찾았다. 여행사에는 할롱 베이를 비롯해 하노이 시내 관광 그리고 주변관광지를 소개하는 안내 팸플릿이 즐비하게 비치되어 있다. 할롱 베이는 당일 코스, 1박 2일 코스 그리고 2박 3일 코스가 있다. 시간이 많은 우리는 해변에 있는 휴양지에서 하루 더 묵는 조건으로 팸플릿에도 없는 3박 4일 코스를 만들어 예약했다.

다음 날 아침 약속한 시간에 호텔 로비에서 기다리니 약속시각보다 20분 늦게 우리를 태우고 갈 미니버스가 도착한다. 버스는 '만원'이다. 보조 의자까지 펴서 관광객을 가득 채운 버스는 목적지를 향해 떠난다. 안내원 말로는 3시간 30분 정도 걸린다고 한다. 하노이 올 때 비행기에서 본 영어신문에 하노이에서 할롱 베이까지 한국에서 수입한 기차가 운행되었으나 수지타산이 맞지 않아 임시 중지하였다는 기사를 읽었던 게 생각났다.

우리를 태운 버스가 하노이를 떠나 거의 2시간 정도 되었을 때 안내원이 30분간 정차한다고 했다. 우리를 내려놓은 곳은 베트남에서 유명한, 자수로 그린 그림과 돌로 만든 조각을 파는 곳이다. 기억을 더듬으니 5년 전 할롱 베이를 찾았을 때에도 이곳에서 정차했던 것 같다. 우리를 내려준 버스는 옆에 있는 세차장에서 세차한다. 관광객을 데리고 온 대가로 무료 세차를 받는다는 것을 쉽게 짐작할 수 있다.

지난번 왔을 때보다 규모가 커진 가게에는 많은 남녀가 앉아 수를 놓고 있다. 주인은 돈도 꽤 벌었을 것이다. 안내원의 말을 빌리면 장애인들도 일하고 있다고 한다. 옆에 휠체어를 접어놓고 일하는 남녀도 꽤 보인다. 그림 한 장 옆에 놓고 수놓는 모습이 정겹고도 안쓰럽다. 벽에 걸려 있는 수를 놓은 그림은 수백 불을 넘나드는 비싼 값이다.

여기서 온종일 수많은 관광객의 시선을 받으며 일하는 남녀들도 그림 값에 상응하는 급료를 받을까? 공산주의 베트남도 이제는 자본주의에 흠뻑 빠져 가고 있다. 돈 맛을 알기 시작한 것이다. 베트남을 통일한 영웅 호찌민 아저씨가 지금까지 살아 있다면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궁금해진다.

젊은 남녀가 관광객의 눈길을 받으며 수를 놓고 있다.
 젊은 남녀가 관광객의 눈길을 받으며 수를 놓고 있다.
ⓒ 이강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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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를 태운 버스가 할롱 베이에 도착했다.할롱 베이는 제법 큰 도시다. 고층 빌딩도 있고 이곳 저곳에서 호텔 짓는 모습도 보인다.

하루만 관광할 팀과 배에서 숙박할 팀으로 나뉘어 배를 타고 바다로 나선다. 우리가 하루 묵을 배는 건조한지 얼마 안 되는 비교적 깨끗한 배다. 침실에 화장실과 샤워실이 딸려 있어 호화스럽기까지 하다.

배를 타려고 기다리는 관광객. 할롱 베이에는 외국에서 온 관광객이 베트남 사람보다 더 많이 눈에 뜨인다.
 배를 타려고 기다리는 관광객. 할롱 베이에는 외국에서 온 관광객이 베트남 사람보다 더 많이 눈에 뜨인다.
ⓒ 이강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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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에서 본 할롱 베이. 관광객을 위한 호텔을 아직도 많이 짓고 있다.
 바다에서 본 할롱 베이. 관광객을 위한 호텔을 아직도 많이 짓고 있다.
ⓒ 이강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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짐을 대강 풀고 선상에 올라 할롱 베이의 경치를 즐기며 수많은 돌섬을 카메라에 담는다. 흐린 날씨라 햇볕이 따갑지도 않고 관광하기에 최적이다. 오염된 공기를 멀리하고 공해 없는 신선한 바닷바람을 가슴 깊이 들이마신다.

자연과 가까이 하는 것이 이렇게 좋은 것인 줄 알면서도 콘크리트로 범벅한 도회지를 못 벗어나는 나 자신이 측은하다.             

         
우리를 태우고 갈 유람선. 각 방에는 샤워실과 화장실이 따로 있을 정도로 시설이 좋다
 우리를 태우고 갈 유람선. 각 방에는 샤워실과 화장실이 따로 있을 정도로 시설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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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베트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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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드니에서 300km 정도 북쪽에 있는 바닷가 마을에서 은퇴 생활하고 있습니다. 호주 여행과 시골 삶을 독자와 함께 나누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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