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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포늪이 가까운 낙동강변 경남 창녕에 희망제작소 회원 가족 40명이 모였다. 이날은 희망제작소 회원들의 감따기 행사가 있는 날이다. 지난 토요일(13일) 아침 8시에 조계사에서 버스를 타고 출발한 일행은 차가 막혀 예정보다 늦은 오후 3시쯤 현장에 도착했다.

 

일행은 도착하자마자 곧바로 작업복으로 갈아입고 단감농장으로 갔다. 일행이 이틀 동안 부여받은 작업장은 단감밭 정상. 트럭을 타고 정상에 올라 산 아래를 내려다보니 온통 감천지다. 저 멀리 보이는 산들이 희뿌연 안개에 싸여 신비로움을 더하고 따뜻한 가을햇살 속에서 도시의 혼탁함을 벗어난 일행에게는 시골의 정취를 한껏 맛볼 수 있는 날씨다.

 

4만평이나 되는 넓은 산과 3000주가 넘는 감나무에 주렁주렁 달린 감을 보고 있노라면 저절로 배가 부르다. 그래도 공기 좋고 물 좋은 시골에서  감 따는 기쁨은 돈 안 주고도 맘에 드는 잘 익은 단감을 한입 가득 베어 먹는 것. 아삭아삭한 과육과 툭 튀어나오는 단물은 여느 단감과 달리 당도가 뛰어나다. "야! 맛있다"는 감탄사가 여기저기서 들려온다.

 

단감의  비타민 C는 감귤의 2배, 사과의 15배 이상이라고 하며 식이섬유는 배, 사과, 포도, 밀감보다 월등히 높게 함유돼 있다. 경남대학교 식품생명학과 이승철 교수팀은 단감꼭지 부위에서 항암, 항산화, 신경세포를 활성화하는 물질이 다량 함유하고 있다고 발표했다.

 

우리나라에서 재배하는 단감의 99%는 '부유'종이다. '부유'는 육질이 연하고 당도가 뛰어나다. 벧엘농장 주인인 박경호씨는 경북 예천이 고향이다. 1979년 창녕에서 법무사로 지내던 당시 1평에 백 몇 십 원할 때 땅을 사 농장을 가꿨다.

 

작년 4만 평의 감농장에서 15㎏ 감상자 1만5000개를 수확했다. 당도가 높고 친환경저농약 재배로 인기가 좋은 그의 감은 백화점에 납품한다. 감재배에 가장 어려운 점은 인력수급 문제. 수확한 감을 모노레일로 운반해도 노인들뿐인 시골이라 사람이 없어 30분이 걸리는 고령까지 나가 일꾼을 구해도 일손이 모자란다.

 

하긴 30명 인부가 한 달간 일해야 끝맺을 정도로 넓으니 알 만하다. 박씨는 감 외에도 한우 100마리, 논밭 1만5000평을 돌봐야 하니 한가할 틈이 없다. 서울에 지인이 있어 가려고 작정했지만 5개월 동안 농장을 벗어나지 못했다고.

 

64세에도 불구하고 트럭과 기계들(포클레인, 덤프트럭, 트럭2대, 지게차, 냉동탑차)을 직접 운전한다. 저온저장고와 작업장이 달린  430평의 작업장도 박씨의 손이 가야 하는데 농장장과 일하는 아주머니 포함 3명이니 쉴 틈이 없다. 박씨의 설명이다.

 

"노인들이 대부분인 시골이라 일손이 부족해 조선족과 우즈베키스탄인을 써봤는데 시키는 일은 잘 합니다. 하지만 스스로 알아서 하거나 창의적인 일에는 능력이 떨어져 고용하지 않고 필요할 때 인근에서 사람을 구합니다."

 

도시의 유휴 노동력을 농촌에 활용할 방안을 연구해야

 

이날 감따기 행사에는 환갑인 여자 한 분이 오셨다. 일손이 부족해 감을 수확하지 못한다는 얘기를 듣고 자신의 경험담을 털어놓았다.

 

"도시에 가보면 심심해 죽겠다며 놀고 있는 사람이 많아요. 이런 데 와서 맑은 공기도 마시고 돈도 벌면 얼마나 생산적입니까? 그런데 이런 데 가자고 하면 안 가요. 가려고 생각도 안 하고 마인드가 틀리기 때문에 말도 안 하지만 전화하면 맨날 바빠요. 9시쯤 전화하면 집에 없어요. 핑계를 만들어 친구들 만날 거리를 만듭니다."

 

경사진(경사도 50도) 산중턱에서 감따기는 이랫쪽 발에 얼마나 힘을 주는가에 달렸다. 까딱하면 발이 미끄러지고 위에서 던져주는 상자 박스가 산 아래까지 굴러가는 소리에 "조심해"하고 외치는 소리가 심심찮게 들린다.

 

땀이 날 만하면 들려오는 반가운 소리는 "새참이 왔어요!"다. 새참 쟁반에는 막걸리와 돼지고기 안주, 떡이 있다. 야외에서 일하다 먹는 새참은 꿀맛. 가져온 막걸리와 안주가 금방 동났다. 직장인 양다미와 한송이씨는 절친한 친구 사이다. 양다미씨의 감따기 행사 참여소감이다. 

 

"도시에 살아 경험해 보고 싶었고 감을 따면서 서로 친해졌어요. 부족한 농촌 일손을 돕는다는 의미도 있지만 희망제작소를 후원하는 사람들은 근본적으로 가치관이 같아 서로 얼굴을 모르는 사이라도 금방 친해지죠. 이런 기대감에 친구가 일본에서 돌아오지 않았을 때 신청했는데도 친구가 한국에 돌아와서 전혀 이의가 없었죠."

 

단감을 재배하는 데 최대의 적은 노린재. 노린재는 과실에 침을 박아 액을 빨아 먹는다. 액체를 빨린 부분은 딱딱하게 굳어져 상품가치가 떨어진다. 두 번째 피해를 주는 것은 멧돼지. 낮은 부분에 있는 감을 따먹고 나뭇가지를 찢어 버리거나 감나무 아래에 준 퇴비 속 구더기를 찾느라 땅을 뒤집어 놓는다. 오히려 까치 피해는 경미하다.  

 

"서울 살다가 감나무에 처음 올라가보니 재미있다"는 조현(초등6년)양은 엄마와 누나(조윤 중3)와 함께 참가했다. 조현양에게 감 따기 소감을 물었다.

 

"처음 따봐서 재미있었고... 감은 가시가 없는 줄 알았는데 가시가 있었어요."

 

조 양이 말하는 가시란 감 끝에 달린 뾰족한 부분을 말한다. 감을 딸 때 꼭지 부분에 달린 목재 부분을 최대한 가까이 자르고 끝 부분에 있는 뾰족한 부분을 제거해야 운반 도중 감에 상처가 나지 않기 때문이다.

 

단감은 변비의 요인인 글루타민이 체내에서 파괴되기 때문에 변비와도 무관하고 모든 영양소를 고루 함유하고 있어 식사대용과 피부미용, 다이어트식품으로 으뜸이다. 시간이 있는 분들은 시골에 가서 일손 돕기도 하며 돈도 벌고 맑은 공기를 마셔 보는 게 어떨까?

덧붙이는 글 | '희망제작소'와 '네통'에도 송고합니다


#감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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