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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풍 곤파스를 이겨낸 장한 나락들이 군청 마당에 쌓이고 말았다. 매년 되풀이되는 예산군농민회의 나락야적투쟁이 올해 농민들의 높은 참여와 격앙된 분위기 속에 진행되고 있다. 쌀값 폭락과 생산량 감소, 생산원가 상승의 3중고를 견디기 힘든 농민들의 마음이 모아지고 있는 현장이다.

 

지난 10일 오전 충남 예산군청 마당으로 40㎏ 조곡 500여 포대를 실은 트럭이 도착했다. 각 포대에는 서로 다른 농민이름과 전화번호가 써 있다.

 

이상기후, 태풍 같은 천재지변과 통합RPC 적자 경영 등의 인재를 고스란히 농민몫으로 돌리는 정부의 무신경에 분노한 농민들이 1농가당 1포대씩 투쟁기금을 내놓은 것이다. 쌓인 포대자루 위에는 '쌀값은 20년 전, 생산량은 30% 감소, 수천만 원의 적자농사 무슨 수로 해결하나'라는 내용의 현수막이 덮였다.

 

예산군농민회는 농민회원뿐만 아니라 비회원들도 동참해 모두 1000여 명이 참여한다고 밝혔다. 농민회는 또 쌓아놓은 벼포대 한 켠에 설치한 천막에서 12월 말까지 나락적재투쟁 현장 참여접수와 상설토론회를 연다. 주민과 공무원, 군수, 군의원 등 지나는 이들이 천막에서 자리를 잡고 현재 농촌실정과 농업의 미래, 정부정책에 대한 다양한 의견을 나눈다는 것.

 

신양에 사는 농민 성부제씨는 "벼농사를 안 지으면 무슨 농민인가 싶어 한 구간만이라도 짓고 있다. 농민들의 마음은 이럴진대 정치인들이나 농민을 위한다는 농협사람들은 자기들 잇속에만 눈이 멀어있다. 농민들이 힘을 합쳐 바로잡아야 한다. 우선 나락 한가마 내놓는 일부터 시작하자"고 호소했다.

 

김영호 전농 부의장은 "충남도내에서도 예산쌀값이 특히 낮다. 최고품질의 예산쌀을 덤핑가격으로 판매하게 된 원인은 통합RPC의 경영실패 때문이다. 또 농협조합장들은 정부가 나락가격을 올리라는데도 작년 손해 때문에 안된다며 농민들의 등을 밟고 있다"며 농업관련 기관들의 무능과 나태를 질타했다.

 

삽교농협 인태성 이사도 "예산군통합RPC에 모든 정보공개청구를 해 놓은 상태다. 이 문제는 그냥 넘어가지 않겠다. 앞으로 항의, 감사청구 등 모든 방법을 동원해 농민들의 피땀을 업수이 여기는 일이 없도록 하겠다"고 목청을 높였다.

 

이대열 예산군농민회장은 야적작업을 마친 뒤 가진 집회에서 "20년전 가격으로 폭락한 적자농사를 어떻게 할 것이냐. 농협직원이나 공무원들에게 20년전 봉급으로 살라하면 살 수 있겠느냐"고 반문한 뒤 "정부는 쌀 대북지원 재개를 통해 쌀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여기 내놓은 쌀 한포대, 한포대에는 남북통일 기원의 의미가 담겨 있다"면서 내년 모내기까지 나락야적투쟁을 계속 할 것이라고 밝혔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예산지역에서 발행되는 무한정보신문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나락 적재, #볏가마 적재, #농민 절규, #쌀값 폭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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