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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병철 국가인권위원장은 면허도 없으면서 역주행하는 무면허 운전자와 같다. 무자격자 현 위원장 때문에 인권위가 역주행하고 있다."

 

'현 위원장 사퇴 촉구 결의대회'에 참석한 이영 외국인이주노동운동협의회 사무처장의 말이다. 223개 시민사회단체로 꾸려진 '현병철 인권위원장 사퇴 촉구 인권시민단체 대책회의'는 17일 국가인권위원회 앞에서 현 위원장 사퇴 촉구 결의대회를 열었다.

 

16일 "국가인권위원장으로서 저에게 부여된 소임을 변함없이 충실히 수행하겠다"는 해명자료를 발표한 현 위원장에 대응해 "현 위원장이 사퇴할 때까지 끝까지 싸울 것"이라는 목소리를 낸 것이다.

 

"진정이 는 것은 MB 덕분인데, 수장의 공로 가로챈 현 위원장"

 

'사퇴촉구 결의대회'답게 현 위원장에 대한 성토가 줄을 이었다. 현 위원장이 해명자료에서 진정건수가 늘어난 것을 근거로 인권위 활동이 활발하다고 주장한 것에 대해 정춘숙 한국여성의전화 대표는 "진정건수가 늘어나면 사회에 문제가 있는지 돌아봐야 하는데 이를 자기 공적으로 만드는 놀라운 순발력을 지녔다"고 비판했다. 배여진 인권단체연석회의 활동가는 "진정이 는 것은 이명박 대통령 덕분인데, 그것을 감히 자신의 것이라고 말했다"며 "수장의 공을 가로챘다"고 꼬집었다.

 

이미경 민주당 의원은 "정치 하수인이 된 검찰은 언제든지 인권침해를 할 수 있는데 이러한 공권력의 인권침해를 막는 것이 인권위의 기본 목적"이라며 "청와대가 대포폰으로 여당 의원들까지 사찰한 일은 현 인권위 사태와 무관하지 않다"고 말했다.

 

정의헌 민주노총 수석부위원장은 "반대 목소리는 귀담아 들으려 하지 않는 점이 이명박 대통령과 너무도 닮았다"며 "민주노총은 현 위원장이 사퇴할 때까지 함께 투쟁하겠다"고 밝혔다.

 

현 위원장을 현재 대통령과 비교한 것에 이어 노무현 전 대통령과 비교하는 발언도 이어졌다. 박원석 참여연대 사무처장은 "2004년 세계인권기구 총회 개막식 연설에서 노무현 전 대통령은 '인권위가 마음에 안 든다, 그러나 그러라고 만들었으니 어쩔 수 없다'고 말했다"며 "(이처럼) 인권위를 달가워할 정부는 없지만 인권위의 소명을 인정하는 게 중요하다, 정부가 마음을 고쳐먹고 인권위의 독립성에 대해 최소한의 예의를 갖춰야 한다"고 지적했다.

 

보수단체 회원들 "제대로 된 인권위 위해 노력한 현 위원장 지지"

 

이날 결의대회에서는 현 위원장을 비판하는 이들 뒤로 현 위원장을 비호하는 단체 회원들이 "현 위원장을 지지한다"며 결의대회 장으로 들어오려 해 소란이 빚어지기도 했다.

 

대한민국어버이연합회 회원 50여 명 등 보수단체 회원들은 집회 참가자들을 향해 "빨갱이 새X들아, 북한에 가서 살라"고 외쳤다. 이들은 "외부세력의 모략과 음해에 흔들리는 인권위 직원들은 반성하고 본연의 업무에 충실하라, 제대로 된 인권위를 만들기 위해 노력한 현 위원장을 적극 지지한다"는 손팻말을 들고 "집회를 그만두라"고 항의했다.

 

집회 현장에 들어오려는 회원들과 경찰 사이의 몸싸움이 빚어지며 거친 욕설이 쏟아지기도 했다. 동성애를 반대하는 '바른교육학부모연대' 등의 단체들도 이에 합세해 "현 위원장을 지지한다"며 "여론을 선동·조장해도 우리는 안 속는다, 경향·한겨레·오마이뉴스·프레시안은 물러가라"고 외쳤다.

 

이에 대해 정민경 진보네트워크센터 활동가는 "인권은 좌우를 떠나 모두가 누려야 할 권리인데도 좌우대립으로 구도를 몰고가려 한다"고 비판했다.  

 

현 위원장 사퇴 촉구 운동, 전국적으로 실시

 

한편, 대책회의 측은 결의대회 자리에서 2차 투쟁 계획을 발표했다.

 

대책회의 측은 "국민들의 지지를 행동으로 모아내기 위해 인권위 사무소가 있는 곳을 중심으로 전국에서 캠페인을 실시할 것"이라며 "인권위에 대한 시민 설문, 현병철씨에게 보내는 사퇴촉구 엽서보내기, 사퇴촉구 서명받기 등을 펼칠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대책회의는 누리꾼과 함께 하는 직접 행동을 조직해 현 위원장의 사퇴를 촉구하는 글을 인권위 게시판에 쓰고, 온라인 서명운동을 본격적으로 전개할 예정이다.

 

오는 25일, 인권위 창립 9주년에는 사퇴촉구 결의대회를 열어 캠페인의 성과를 상징적으로 모아낼 계획이다. 더불어 국가인권기구 국제조정위원회(ICC)에 현병철 사퇴운동에 대해 알리고 진상조사단 파견을 적극적으로 조직하는 운동도 펼칠 예정이다. 

 

이 같은 움직임에 현 위원장의 사퇴를 촉구하는 운동은 전국적인 규모로 확산될 것으로 보인다.

 

인권위 직원, 현 위원장 해명자료에 조목조목 반박

17일 인권위 내부게시판에는 <'최근 논란과 관련한 국가인권위원장 입장'에 대한 의견>이라는 게시물이 올라왔다. 인권위 직원들이 작성했다고 알려진 게시물에는 현 위원장이 16일 발표한 해명자료에 대해 조목조목 반론을 제기하는 내용이 담겼다.

 

직원들은 "위원회가 배포한 '최근 논란과 관련한 국가인권위원장 입장'(이하'해명자료')는 현 문제의 실체와 내용을 왜곡하고 있을 뿐 아니라 일부 내용은 사실과 달라 오해를 유발할 소지가 있다고 판단된다"며 "'해명자료'에서 거론하고 있는 내용의 사실관계와 그에 대한 평가를 제대로 정리하는 의미에서 의견서를 작성했다"고 밝혔다.

 

직원들은 "위원장은 독립성을 확보하는 것이 위원회를 운영함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이라고 밝히고 있지만 위원장은 소위 '생활밀착형 인권'을 강조하면서 위원회가 마땅히 검토하여 의견표명을 해야 할 핵심적인 인권사안들에 대해 정치적 사안이라는 이유로 소극적으로 대응하거나, 처리하지 못하게 하는 역할을 담당했다"고 지적했다.

 

또한 '인권현안에 대한 침묵 주장'에 대한 현 위원장의 해명에 대해서는 "위원장은 표현의 자유 성과가 적지 않다고 하지만 표현의 자유 관련 사건들은 모두 상임위원회에서 의결된 것으로, 의결 당시 위원장은 적극적인 의결 의사를 표했던 상임위원들과 상당한 긴장감을 유지하며 소극적 태도를 취하거나 상임위에서 안건을 의결하지 말고 전원위로 넘기자고 수차례 주장하기도 했다"고 꼬집었다.

 

이어 직원들은 "깜둥이 발언과 관련해서도, 위원장은 당시 사법연수생들과의 간담회 자리에서 사회권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이주민에 대한 얘기를 하다가 "... 우리 사회도 이제 다문화 사회가 되었다, 깜둥이도 같이 산다...."와 같이 발언한 것이지 해명하는 바와 같이 인권침해 사례로 이야기한 것이 아니라"고 반박했다.

 

직원들은 "사실을 바로잡아 왜곡된 오해를 풀겠다는 '해명자료'가 직원들에게 더 많은 불신과 울분을 안겨주었다"며 "이제라도 국가인권위원회 위원장으로서의 품위를 세워주실 것을 간곡히 요청한다, 지난 세월 차곡차곡 쌓아온 자존감이 더 이상 허물어지지 않도록 해달라"고 요구했다.


태그:#인권위, #현병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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