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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 살래 밥 먹을래 이렇게 물었을 때 집 사겠다고 대답한 것을 빌미로 밥 안 주겠다고 이야기하고 있다."

 

'초등학교 전면 무상급식 예산 0원 책정'으로 논란이 되고 있는 오세훈 서울시장이 무상급식에 맞설 대항마로 학교 안전을 전면에 내세우고 있는 데 대한 이인영 민주당 최고위원의 일침이다.  

 

"무상급식에 발목 잡혀 학교 안전 강화 늦춰져선 안 된다? 둘 다 가능"

 

 

이종현 서울시 대변인은 12일 논평을 통해 "서울시는 무상급식에 대해 초·중·고를 아울러 소득수준이 낮은 학생부터, 급식의 질까지 높이며 단계적으로 확대 실시해 나간다는 방침을 갖고 있다"며 "여기엔 무상급식도 필요하지만 특정 사업에 발목이 잡혀 학교 폭력 방지 등 시민들이 가장 필요하다고 밝힌 중요사업에 대한 투자가 늦춰져선 안 된다는 원칙이 담겨 있다"고 밝혔다. 무상급식보다 학교 안전이 더 시급한 문제라는 것이다.

 

앞서 서울시는 서울시 내년도 예산안 발표가 있었던 10일 오전 "서울시민 및 학부모가 꼽은 최우선 교육정책은 학교 안전"이라는 제목의 보도 자료를 발표했다. 서울시민 10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서울시가 우선적으로 추진해야 할 교육정책사업으로 '학교 안전 강화'(31.8%)를 1순위로 꼽았다는 것이 요지다. '친환경 무상급식(17.7%)', '사교육 줄이기(15.4%)', '학교시설 개선(11.7%)', '학교주변 유해환경 정비(11.5%)'가 그 뒤를 이었다. 이종현 대변인의 논평 역시 이 여론조사를 근거로 하고 있다.

 

이에 서울시의회 친환경 무상급식 지원 특별위원장 김종욱 시의원은 17일 <오마이뉴스>와 한 통화에서 "'무상급식은 하고 학교 안전은 하지 말자'고 이야기한 적은 한 번도 없고, 학교 안전 예산을 빼서 무상급식을 하자고 한 적도 없다"며 서울시가 무상급식과 학교 안전이 양자택일의 문제인 것처럼 제시하는 것에 대해 비판했다. 또한 "서해뱃길 사업이나 한강 예술섬 사업 등 전시성 예산으로 무상급식도 하고 학교 안전도 하자는 게 시의회의 입장"이라며 '집도 사고 밥도 먹는 게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서울시, 친환경 무상급식 뛰어넘기 위해 이것저것 건드리고 있다"

 

배옥병 친환경 무상급식 풀뿌리 연대 상임운영위원장은 <오마이뉴스>와 한 통화에서 서울시가 '학교 안전'을 부각시키는 것에 대해 "야당이 이미 선점해버린 친환경 무상급식이라는 의제를 어떤 식으로든 희석시키려는 의도가 있다"고 해석했다. 배 위원장은 "학교 안전 문제는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당연히 이견을 달 사람이 없다"며 "서울시가 친환경 무상급식 의제를 뛰어넘기 위해 3무학교니 학교 안전이니 이것저것 지엽적으로 건드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오세훈 시장은 취임 이후 지금까지 9차례 진행된 '시민과의 현장대화'에서 '학교 안전 및 방과 후 학교'를 주제로 한 현장대화만 4차례나 열 정도로 3무학교(학교 폭력·사교육·학습준비물 없는 학교), 학교 안전 등 친환경 무상급식과 차별화되는 의제를 만들기 위해 공을 들이고 있다. 서울시는 내년도 예산안에 '3무학교를 중심으로 한 학교 교육격차 해소 복지 예산'으로 1445억 원을 편성했다.

 

반면, 무상급식 예산은 소득하위계층에 대한 '단계적 무상급식 예산'으로 278억 원을 편성했다. 서울시는 오세훈 시장의 임기가 끝나는 2014년까지 초·중·고 소득하위계층 30%까지 무상급식 범위를 확대하겠다는 방침이다. 선별적 복지, 차별적 복지라는 기조를 계속 유지하겠다는 것이다.

 

3일 한나라당 최고중진연석회의에 참석한 오 시장은 "우리 사회는 경제위기를 거치면서 양극화 현상이 심해졌고 그 바람에 많은 분들이 소외감을 느끼고 있다, 그 틈새를 뚫고 이른바 보편적 복지라는 화두로 주도권을 잡겠다는 야당의 계산이 들여다보인다"며 "무조건적·보편적 복지를 외치는 서울시의회와 힘겹게 맞서고 있는 서울시가 성공적으로 정책을 수행할 수 있도록 당의 적극적인 지원을 부탁한다"고 요청했다.

 

"오세훈식 친환경 급식으로는 양질의 식재료 확보 못해"

 

 

야당의 '친환경 무상급식'에 맞서는 오세훈 시장의 또 다른 전략은 '친환경 식재료'다. 지난 7월 15일 '학교 안전, 방과 후 학교'를 주제로 한 1차 '시민과의 대화'에 참석한 오 시장은 "무상급식을 하겠다고 주장하시는 분들도 처음에는 그냥 무상급식 말씀하시다가 나중에는 친환경 무상급식을 하겠다, 말이 쓱 바뀌더라. 어머님들의 마음을 알고 있는 것이다"라며 다음과 같이 말했다. 

 

"이미 서울시는 친환경 식재료를 학교에 공급해본 경험을 갖고 있다. 600개 가까운 초등학교에 친환경 식재료를 전체적으로 공급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더군다나 1년 만에 (초등학교 전면 무상급식을) 하겠다는 분들은 내년부터 하겠다는 건데 그러면 당장 걸리는 문제가 양질의 식재료다. 친환경까지는 아니더라도 양질의 식재료를, 정말 아이들이 먹고 싶어 하는 그런 메뉴로 준비해준다는 게 그 예산 가지고는 쉽지 않다는 걸 깨닫기 시작하는 것 같다. 실무적으로 협의를 시작하게 되면 그게 가장 먼저 해결해야 할 과제로 등장할 것이다."

 

이는 전면 무상급식을 실시할 경우 '식재료의 질'을 담보할 수 없다는 것으로, 지난 6·2 지방선거 당시 무상급식 반대 진영에서 자주 나왔던 주장이다.

 

오세훈 시장이 주장하는 친환경 식재료 공급을 위해 서울시는 3월 강서구에 친환경농산물유통센터를 개장하고, 학교가 친환경 농산물을 급식재료로 구입하면 그 차액의 80%를 서울시와 자치구가 지원하도록 했다. 현재 강서친환경농산물유통센터(이하 강서유통센터)는 190개 학교에 친환경 식재료를 유통하고 있다. 서울시는 내년도 예산안에 친환경 식재료 공급을 위한 예산으로 152억 원을 편성해, 공급 학교를 늘려간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10년 넘게 친환경 무상급식 운동을 해온 배옥병 위원장은 "강서유통센터로는 오세훈 시장이 주장하는 친환경 식재료, 양질의 식재료를 확보할 수 없다"고 반박했다. 배 위원장은 "오세훈 시장이 내세우고 있는 친환경 급식은 무늬만 친환경일 뿐, 안정적으로 식재료를 공급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식재료의 가격이 낮아지는 것도 아니며 생산자인 농민들에게 적정가를 쳐 주는 것도 아니"라고 꼬집었다.

 

시의회, 25일 '초등학교 전면 무상급식' 명시 조례안 통과시킬 예정

 

배 위원장은 "친환경 농산물의 경우 그 생산량이 절대적으로 부족하기 때문에 각 학교에서 개별 표준식단을 짜면 학교급식지원센터가 이에 근거해서 농민들과 양해각서(MOU)를 체결해 계약재배·직거래를 해야만 학교 급식에 필요한 친환경 식재료를 안정적이고 저렴하게 공급할 수 있고 농민들에게도 제값을 줄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그런데 서울시의 친환경 급식은 중간에 벤더(유통)업자들이 개입되면서 이들이 농민들에게는 가능한 한 싼 가격으로 농산물을 수집해서 서울(강서유통센터)에 보내고, 이를 학교에 공급하는 과정에서 이윤을 취한다"며 "이는 결국 서울시가 벤더업자들이 농민들과 학교를 상대로 장사를 하게 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특히 배 위원장 또한 "올해 배추파동에서도 볼 수 있듯이 기후문제 등으로 인해 생산량이 확보되지 않을 때 학교 급식도 들쑥날쑥한 수량 때문에 불안해진다"며 "다품종 소량생산이 필요한 학교급식 식재료를 안정적으로 확보하기 위해서는 직거래 계약재배가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김종욱 시의원 역시 지난 8월 시정 질문에서 앞서 언급한 오세훈 시장의 발언에 대해 지적하면서 "수입농산물에 맞서 우리 농업을 살리는 길은 친환경 농산물의 안정적인 수요처를 만드는 것이 필수조건이다, 이것이 가능하려면 무상급식이 전제가 되어야 한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서울시의회는 오는 25일 본회의에서 풀뿌리무상급식연대와 함께 만든 '서울 친환경 무상급식 조례'를 통과시킬 예정이다. 서울시의원 86명이 서명한 해당 조례안에는 내년도 초등학교 전면 무상급식 실시가 명시되어 있다. 김종욱 시의원은 "지난 10월 임시회에서 무상급식을 통과시키려다가, 당시에는 서울시와 협상이 진행 중이었기 때문에 보류했었다"며 "그런데 결국 협상이 결렬됐고 서울시가 초등학교 전면 무상급식 예산에 0원을 배정했기 때문에 조례안을 통과시키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서울시에 전면 무상급식 예산 편성을 압박하겠다는 것이다. 오세훈 시장이 끝까지 무상급식 예산 편성을 거부할 경우, 2011년 서울시 초등학생들은 4개학년만 '친환경 무상급식'을 먹게 된다.


태그:#오세훈, #무상급식, #친환경무상급식, #배옥병, #김종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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