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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의 '저출산, 고령 사회'의 해법, 바로 낙태 처벌 강화!
 
최근 정부의 주도 아래, 사회의 주요 관심사로 대두된 것이 바로 '저출산, 고령화 사회'이다. 시간이 갈수록 저출산 현상이 심화되고 있으며, 그 결과 인구가 감소되고 있고, 고령화 사회로 전환되고 있다는 것이다. 저출산을 큰 사회적 문제로 여기는 이유는 저출산은 노동력의 감소이며, 이는 사회, 경제 발전에 큰 지장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그 결과 등장한 것이 바로 '낙태 금지와 처벌 강화'다. 여성의 몸을 통제해서 출산률을 높이겠다는 기막힌 발상이 나온 것이다. 지난 2008년 개봉했던 영화 <4개월, 3주... 그리고 2일>은 그러한 정부의 발상이 어떠한 문제점을 가지고 있는지 한 눈에 보여주는 영화라고 할 수 있다.
 

4개월 3주... 그리고 2일 영화 한 장면 가비타와 오틸리아가 이야기 하고 있는 장면
4개월 3주... 그리고 2일 영화 한 장면가비타와 오틸리아가 이야기 하고 있는 장면 ⓒ 다음 포토

국가의 여성 몸에 대한 통제의 문제점을 잘 그려

 

<4개월, 3주... 그리고 2일>은 공산주의 사회가 무너지기 2년 전인 1987년 루마니아를 배경으로 한다. 저출산이 사회적 문제가 되자, 낙태를 불법화한 루마니아. 이러한 사회적 환경 속에서 대학생 가비타는 의도치 않은 임신을 한다. 낙태가 불법화된 사회에서 의도치 않은 임신을 한 가비타가 선택할 수 있는 일은 불법시술자를 찾는 것이다. 룸메이트 오틸리아의 도움을 받아 낙태불법시술자 베베를 만나고 낙태를 한다. 하지만 낙태가 불법화된 시대에 이루어지는 낙태가 쉬울 리 없는 것은 당연하다. 영화는 가비타가 낙태하는 2일간의 모습을 통해서 낙태를 불법화한 사회의 문제점을 한 눈에 보여준다.

 

임신중절이 허락되지 않은 시대에서 의도치 않은 임신을 한 여성은 당연히 많은 갈등과 시련을 겪을 수 밖에 없다. 가비타의 모습은 그러한 여성들의 전형적인 모습을 보여준다고 할 수 있다. 물론 개인의 성향과 특성을 무시할 수는 없다. 우유부단한 가비타의 모습이 오틸리아에 비해 답답해 보이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가비타가 보여주는 모습을 단순히 가비타의 성격의 문제로만 치부할 수 있을까?

 

임신중절이 범죄로 치부되는 사회에서 범죄 행위를 하는 사람의 마음은 어떻겠는가. 처음에는 임신했다는 사실에 당혹감을 느낄 것이다. 그리고 주저할 것이다. 가비타가 4개월 3주의 시간을 보낸 것처럼. 임신중절의 결정을 내린다고 이 문제가 끝나는 것은 아니다.

 

적발되지 않을까 두려워해야 하고, 낙태를 하는 과정에서 문제가 발생하지 않을까 걱정해야 하며, 태아를 떼어 낸 이후에도 알 수 없는 죄책감과 당혹감에 시달려야 한다. 그러하기에 가비타가 보여주는 모습은 가비타의 문제가 아니라, 국가의 여성 몸에 대한 통제가 낳은 폐단이라고 할 수 있다. 

 

그것이 단순히 가비타의 문제가 아닌 이유는, 오틸리아에서도 발견할 수 있는 문제이기 때문이기도 하다. 놀라울 정도의 씩씩함을 보여주는 오틸리아도, 임신의 문제에서는 자유롭지 않다. 임신이 되는 순간, 그로 인한 뒷감당은 고스란히 여성의 몫이기 때문이다. '불안은 영혼을 잠식한다'고 했던가. 정부의 여성들의 임신, 출산의 권리를 통제는 이렇게 여성들의 영혼을 갉아먹는다.

 

불법 시술을 찾을 수밖에 없는 여성, 그리고 그로 인한 피해!

 

임신중절을 불법화했을 때, 여성들은 정신적 고통만을 겪는 것이 아니다. 원하지 않은 임신, 출산할 수 없는 상황 때문에 임신중절을 고민하는 것이고 결국 그 처지에 놓인 많은 여성이 가비타처럼 '불법시술'을 할 수 밖에 없다. 문제는 그것이 말 그대로 '불법'에 해당하는 일이기에, 그것이 주는 위험부담이 크다는 것이다. 영화는 역시 그 문제를 매우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가비타가 임신중절을 결정하고 만난 이는 의료지식을 얼마나 갖고 있는지도 알 수 없는 베베이다. 그리고 그가 향한 곳은 병원이 아니라, 호텔이며, 베베가 의료기구라고 들고 온 것은 소독약과 간단한 기구 정도이다. 이렇게 진행하는 임신중절 수술과정서 임신부의 건강에 해로운 일이 생겨도, 그 여성이 다 감수해야한다. 임신중절 이후에 생기는 후유증도 역시 그 여성이 다 감당해야 한다. 이렇듯, 원하지 않는 임신을 한 여성들에게 있어서 '건강권'이란 사치스러운 말이다.

 

불법 시술은 여성들의 정신적, 신체적 건강권만을 위협하는 것은 아니다. '불법'이기에 임신중절을 결정한 여성  감당해야 하는 부담은 바로 '비용'이다. 법적 처벌까지 감수하는 일이므로, 당연히 시술자 혹은 의사들은 높은 비용을 요구할 수밖에 없다. 영화는 이 '비용' 문제의 심각성을 더욱 잘 보여준다.

 

그 비용이라는 것이 어디 높은 금액만이겠는가. 영화에서 베베는 높은 금액보다 더욱 무리한 요구를 한다. 그가 요구한 것은 충격적이게도 '성관계'였다. 혹자는 그것을 영화의 극적인 효과를 위한 것이라고 말할 수도 있다. 하지만 과연 그것을 단순히 극적 효과라고만 할 수 있는가. 말도 안되는 요구이지만 충분히 가능한 일이다. 왜냐하면 역시 임신중절을 결정한 여성들은 사회적 약자니까 말이다.

 

여성들의 재생산권의 보장하는 방식의 저출산 해법이 필요할 때!

 

이러한 암흑한 현실에서 가비타를 지탱해주는 힘은 오틸리아와의 '자매애'이다. 남성 중심의 사회에서 서로가 느낄 수밖에 없는 연민에 기초해서 나름대로의 방식으로 사회에 부당함에 맞서가는 자매애는 돋보였다. 하지만 자매애는 억압된 사회를 버텨나가는 힘일 수는 있으나, 현실의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는 해법일 수는 없다. 사회 구조의 문제에서 발생한 문제인 만큼, 올바른 사회적 해법을 찾아야할 때이다.

 

많은 여성들이 임신중절을 선택할 수 밖에 없는 이유는, 피임에 대한 정보가 부족하거나, 혹은 피임에 대해 알고 있지만, 남성에게 주체적으로 요구하기 어려운 분위기로 인해 원하지 않는 임신을 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정부가 해야 할 일은 임신중절에 대한 강조가 아닌 피임에 대한 적극적인 홍보이다. 여성의 임신, 출산을 통제할 수 있다는 생각의 근저에 깔려있는 임신, 출산은 여성의 의무라는 발상을 버리고, 그 또한 여성의 재생산권이라는 권리적 측면에서 이해하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

 

더 나아가 정부는 성적 불평등을 해소하기 위한 노력을 해야 한다. 여성이 남성과의 성관계에서 주도적이지 못한 것도 이러한 성적 불평등 때문이며, 현재의 한국 사회에서 많은 여성들이 임산, 출산을 선택하지 않는 요인 중의 하나도 임신, 출산을 한 여성들은 사회 활동 자체를 잘 할 수 없게 하는 불평등 때문인 탓이다.

 

저출산 문제를 탓할 것이 아니라, 저출산이 양상되는 이유에 정부가 착목할 때, 정부는 비로소 저출산 문제 해결의 올바른 해법을 찾을 것이다. 그럴 때, 임신중지와 같은, 국가가 여성의 몸을 통제할 수 있다는 희한한 발상에서 기초한 대책이 나오지 않을 것이다.

덧붙이는 글 | 개인 블로그에도 올려져 있습니다. (hizook97.egloos.com)


#낙태#임신중지#재생산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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