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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는 6·2 지방선거 이후 새로운 정치에 대한 뜨거운 논의를 꾸준히 보도했다. 한국정치에 어떤 가치와 정책을 담을 것인가 여러 갈래 고민도 담았다. 한국정치의 대변신을 위한 토론과 논쟁의 제2부 '의제와 담론' 편을 시작한다. 이념적 스팩트럼을 통해 정당 간 통합의 가능성을 타진해본다. 세 번째는 '진보적 자유주의론'이다. <편집자말>
 최태욱 한림대 국제대학원 교수
최태욱 한림대 국제대학원 교수 ⓒ 남소연

"민주대연합은 이제 증명된 것 아닌가요? 김대중-노무현 두 대통령을 존경하지만, 우리가 또 백마를 타고 올 초인을 기다릴 수는 없지 않나요? 현실이 다당제인데 왜 양당제를 명령하는지 이해가 잘 안 됩니다."

 

최태욱(49) 한림국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빅텐트론이나 야권단일정당에 회의적이었다. 그는 2012년 총선과 대선에서 진보집권을 위해 무조건 합치라고 요구하는 건 폭력적이라고 느끼고 있었다. 다당제 현실을 인정한 조건에서 진보집권전략을 세우기 위해서는 '무지개 연합정치론'이 가장 현명한 선택이라고 봤다.

 

최 교수는 복지국가 건설을 위한 정책과 선거제도 개혁을 내건 연합정치를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연합정치의 사상적 키워드는 '진보적 자유주의'가 좋겠다고 강조한 것. 분단국가 현실을 고려할 때 사회민주주의보다는 진보적 자유주의에 동조할 사람들이 많다는 게 그 이유다.

 

그는 "2012년 총선과 대선에서 이길 일에만 연연하지 말고 장기적으로 시간이 좀 더 걸리더라도 실력을 쌓아 흔들리지 않는 진보적 연합정치의 길을 만들었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오마이뉴스>는 지난 16일 서울 대치동 한림국제대학원대학교 연구실에서 최 교수를 만났다. 그는 현실화되기 어려운 빅텐트나 야권단일정당보다는 실현 가능성이 높은 무지개 연합정치에 진보가 힘을 기울였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민란운동의 목표도 2012년 진보집권이 아니라 제도개혁이었으면 좋겠다고 말이다.  

 

다음은 최태욱 교수와 나눈 일문일답을 정리한 것이다.

 

- 2012년 총선과 대선을 앞두고 진보진영의 집권전략 논의가 무성하다. 어떻게 보고 있나.

"빅텐트론이나 민란의 충심은 이해하나 현실적으로 어려운 일이다. 장기적으로도 바람직하지도 않다고 생각한다. 결국 양당제 구도로 가자는 건대, 1987년 민주화 이후 우리는 단 한 번도 양당제가 된 일이 없다. 그 이유는 지역주의 정당이 있기 때문이고, 부분적이지만 비례대표 의석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스스로 나는 진보다, 이렇게 생각하는 사람들은 빅텐트 안에 들어가지 않을 것이다. 민란운동에도 참여하지 않을 것 같다. 무엇보다 다당제는 우리의 현실이다. 비례대표제가 더 확대되는 방향으로 제도개혁이 이뤄져야 한다."

 

- 야권에 정당이 다섯 개다. 흩어진 상태로는 힘이 분산된다는 논리는 어떻게 보나.

"지역과 인물에 기반을 둔 정당시스템에서 이념과 정책 중심의 정당구조로 개편돼야 한다는 게 내 생각이다. 그래야 여러 사회세력의 다양한 이익을 반영할 수 있다. 6.2 지방선거 이후 감지되는 변화가 있다. 늘 어정쩡한 태도를 취했던 민주당이 보편적 복지를 내걸고 좌클릭 중이다. 한나라당도 개혁적 중도보수정당을 표방했다. 제도개혁이 없는 상태이기는 하나, 정책을 내세우는 다당제 구도로 발전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또 백마 탄 초인을 기다려야 합니까?"

 

- 2012년 진보집권플랜에서 빅텐트나 야권단일정당이 대안이 될 수 없다고 본다면, 어떤 전략적 노선이 있어야 한다고 판단하나.

"이 기획의 제목대로 '무지개 정치연합'이다. 정책중심의 연합정치! 비민주 진보대통합론이 매력적이라고 본다. 2단계 접근법이다. 민주당을 제외한 진보정당들과 시민사회가 뭉쳐 하나의 정당을 만들고, 민주당이 정책정당으로 변화한 뒤에 '통합'이 아니라 '연대'하는 방법으로 함께할 수 있다고 본다. 정책적으로 복지국가연합, 제도측면에선 선거제도개혁연합. 양측이 2012년 총선과 대선에서 상당한 권력을 쥐게 되면 복지국가 건설을 위해 공조하는 조건으로 연대를 해볼 수 있다고 생각한다. 2012년에 어렵다면, 다음 주기 때라도 하면 된다."

 

- 야권단일정당을 주장하는 민란운동의 경우, 2012년 총선에서 민주진보진영이 다수 의석을 구성해야 여러 제도개혁이 가능하다고 판단하고 있다. 따라서 그 제도개혁을 위해서라도 우선적으로 야권이 합치라고 요구하는 것 같은데.

"민주대연합은 이미 증명된 것 아닌가. 또 그걸 해야 하나? 김대중-노무현 두 대통령을 존경하지만, 우리가 또 백마를 타고 올 초인을 기다릴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 현실이 다당제인데 왜 양당제를 명령하는지 이해할 수가 없다."

 

- 야권단일정당이 안 된다고 보는 근거는 뭔가.

"진보신당과 민주노동당이 안 할 것 같다. 국민참여당은 잘 모르겠지만, 아마도 안 할 것 같다. 문성근씨는 시민사회의 압력으로 야권에 단일정당을 만들라, 뭉쳐라, 요구하지만, 솔직히 이거 폭력적이라고 본다. 정당은 자발적인 결사체인데 100만명이 모여 무조건 합치라고 요구한다는 게 민주주의 원리에 맞는 건가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설사 국민의 요구가 무서워 야당들이 뭉쳤다 치자. 이 정당이 의미 있는 정당으로 발전할 수 있을까. 또 깨질 게다. 그걸 계속 반복해서 되풀이해야 하나. 만날 그 타령이면 정치가 발전되겠나. 조롱이 아니라 안타깝다는 얘기다."

 

- 2012년 총선에서 다수 의석을 만들고, 그 다음 단계로 진보의 재구성을 모색하는 방안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

"이명박 정부가 맘에 안 든다고 억지정당을 만들면 거기에 무슨 이념이 있을 것이며 어떤 정책기조가 있겠나. 그럼 또 깨진다. 오래가지 못할 것이다. 참으로 열정적인 운동이지만, 참으로 안타까운 운동이다. 나는 민란운동이 성공할 거라고 보지 않는다. 다만 압력수단으로 작용은 할 것이다. 압력수단이라면 나도 참여할 수 있고 열심히 하시라 독려할 수 있지만, 결과적으로는 정치제도가 발전하는 쪽으로 운동이 이행돼야 한다고 본다."

 

"그림자내각은 정당마다 다 있어야 한다" 

 

 최태욱 한림대 국제대학원 교수
최태욱 한림대 국제대학원 교수 ⓒ 남소연

 

- 2012년 진보집권을 꿈꾸며 그림자내각(쉐도우캐비닛)을 만들어보자는 '드림팀' 제안도 있다. 일종의 시민정치놀이를 해보자는 제안이다. 어떻게 생각하나.

"정책과 이념이 분명한 정당이 있다면 반드시 필요한 정책들이 패키지로 묶여 있을 것이다. 예를 들어 진보적 자유주의 노선을 취하는 정당이라면 분배 친화적인 성장정책, 진보적 자유주의 입장에 선 복지국가론, 대외정책, 노동과 경제정책들. 자신의 이념노선에서 튀지 않는 정책들이 마련돼 있어야 한다. 일종의 수권정당 매뉴얼 같은 것이다.

 

나는 모든 정당에 이게 있어야 한다고 본다. 당연히 국민에게 이걸 보여주고 내놔야 한다. 말로만 중도개혁정당(민주당), 개혁적 중도보수정당(한나라당) 하지 말고 그 이념과 노선에 부합하는 정책들을 내놔야 한다. 한나라당은 개혁적 중도보수라고 했지만 감세정책에 대해 일언반구 못하고 있다. 그러면서 무슨 중도보수? 시민들의 비난을 피할 길이 없다. 따라서 나는 그림자내각은 당연히 필요한 것이고, 이렇게 되면 개인의 정치가 아니라 정당의 정치가 된다고 생각한다. 필요한 운동이다."

 

- 이념정당의 필요성을 강조했는데, 현존하는 정당 가운데 이념정당은 어디라고 보나.

"진보 쪽에선 그나마 민주노동당과 진보신당이 이념정당을 표방한다고 본다. 그러나 사민주의나 공산주의 같은 분명한 자기 노선이 있는 이념정당인지는 모르겠다. 사민주의나 그밖에 어떤 주의를 공식화한 일이 없다. 진보, 민주주의를 강조할 뿐이다.

 

그러나 결과적 평등을 강조한다. 이걸 강조할수록 좌파, 부정할수록 우파라 할 수 있는데 한국적 현실에선 이 두 정당이 가장 이념정당에 가까운 것 같다. 자유선진당은 그야말로 보수당, 한나라당은 보수였는데 '헷갈리는 중' 같다. 민주당은 잡탕이고, 국민참여당은 유시민 참여정책연구원장이 진보적 자유주의 노선을 걷겠다 했으니 앞으로 내놓은 내용을 봐야 한다. 어쨌거나 국민참여당이 자기 노선을 공식화한 첫 정당이 되지 않을까 싶다."

 

왜 진보적 자유주의인가

 

- 한국적 맥락에서 진보적 자유주의 노선을 설명한다면.

"진보적 자유주의는 사회주의를 수용하지 않는다. 경제적 자유 역시 개인과 집단의 이익을 위해 무한정 뻗어나가는 걸 막는다. 국가의 개입이 필요하다는 게다. 경쟁이 효율적이라고 보고, 개인이 제일 중요한 가치다. 사적 소유? 당연히 보호돼야 하고 소중하다. 독일에서는 진보적 자유주의를 '질서 자유주의'라고 부른다. 사회적 시장경제라는 틀로 독과점과 재벌을 규제한다. 현대판 사민주의는 진보적 자유주의 노선과 궁극적으로는 큰 차이가 없는 게 아닌가 싶다. 다만 사민주의는 국가기간산업을 포함한 국유화를 강조한다면, 진보적 자유주의는 일부 국유화를 포함할 수 있지만 전반적으로는 민영화 입장이다."

 

- 진보적 자유주의는 결국 유럽식 사민주의 노선과 닮은꼴이라는 건가.

"사민주의는 사회주의에서 출발했고, 자유주의는 개인주의에서 출발했다. 각기 다른 지점에서 출발했지만 복지국가라는 궁극에서 만나는 게 아닌가 싶다. 유럽식 사민주의는 민주주의 방식으로 사회주의를 이루고자 했으나 결국 사회주의를 포기하고 자본주의를 수용했다. 결국 복지국가 건설로 집약됐다. '복지자본주의' 노선이라고 본다. 진보적 자유주의도 시장의 실패에 따른 온갖 문제들을 뛰어넘으려면 결국 복지국가로 가야 한다는 생각이다. 각기 다른 지점에서 출발했지만 유럽식 사민주의와 진보적 자유주의는 복지국가에서 만난다. 그것이 21세기 이념의 현주소가 아닌가 싶다."

 

- 굳이 진보적 자유주의라 할 필요 있나? 그냥 유럽식 사민주의 하면 쉽지 않나.

"역사적 현실을 보면, 사회주의 요소를 띄고 있는 사민주의를 사람들은 아직도 뭔가 빨갛게 본다. (웃음) 현대 유럽식 사민주의에 그런 요소가 전혀 없다는 걸 알면서도 사민주의를 표방하면 일단 색안경을 끼고 본다. 그러나, 개인의 자유를 강조하고 시장을 부인하지 않으면서 민주주의와 법치주의, 누구나 평등하게 누릴 수 있는 자유를 제도화하기 위해서는 '사회적 자유주의' 제도를 건설해야 한다고 하면 저항감이 없다. 분단체제를 살고 있는 우리 시민들도! 결국 설득의 문제라는 거다. 21세기 한국은 사민주의보다는 진보적 자유주의에 훨씬 쉽게 동화된다는 얘기다. 좋은 사회를 만들기 위해 동참할 수 있는 이념이 된다고 본다."

 

- 진보적 자유주의 노선에 걸맞은 정당은 어떤 정당일까.

"민주당이 진보적 자유주의 이념을 택하는 정당이 됐으면 좋겠다. 진보적 자유주의 노선을 선택하는 정당은 '중도진보정당'이기 때문이다. 아마도 생태민주주의나 녹색사회주의는 선택할 수 없을 것 같다. 두 가치는 진보정당에서 취할 이념이다."

 

- 왜 생태민주주의나 녹색사회주의는 진보정당의 이념이라고 치환하나.

"생태민주주의와 녹색사회주의를 하려면 완전히 코뮌시스템을 꾸려야 한다. 지역으로 내려가야 하고, 그 안에서 새로운 정치실험을 해야 한다. 진보적 자유주의 노선은 그렇게 못할 것이다. 생태나 녹색의 가치를 중히 여기는 진보정당은 그 어젠더를 계속 주장하면서 프로파간다해야 한다. 그러나 진보적 자유주의 노선은 거기까지는 아마 못 갈 것 같다는 게다. 그러나 진보정당들이 진보적 자유주의 이념을 갖는 중도정당들에 자극을 주는 왼팔 역할을 해야 한다고 본다. 왼쪽 편의 가치가 꼭 필요한 대중이 있고, 진보정당은 그들의 이해와 요구를 수렴하면서 그 판의 유력 정당이 돼야 한다."

 

손학규-천정배-유시민 가운데 진정한 진보적 자유주의자는?

 

 최태욱 한림대 국제대학원 교수
최태욱 한림대 국제대학원 교수 ⓒ 남소연

- 손학규 민주당 대표는 2000년 자신의 저서 <진보적 자유주의의 길>을 통해 진보적 자유주의론을 설파했다. 손 대표가 표방하는 진보적 자유주의, 어떻게 평가하나.

"정독하지 않았기 때문에 그분의 저서에 대해 평가할 자격은 못 된다. 다만 이념서적은 아니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정당의 이념방향을 제시하거나 사회경제적 차원의 정책을 묻고 따지기보다는 정치인들이 쓰는 흔한 에세이류로 봤다.

 

손학규 대표가 민주당의 좌클릭을 이끌어낼지 현재로서는 전혀 알 수 없다. 사회적 자유주의 입장에서 경제적 자유주의를 비판하면서 정부의 시장개입과 조정을 합법화하고 정당화하는 이념을 가졌다면 모를까, 그게 아니라면 진정성 있는 진보적 자유주의라 하기 어렵다고 생각한다.

 

정치인은 정책으로 말해야 한다. 손 대표가 정말 진보적 자유주의자라면 족보 있는 이념에 따라 정책으로 말을 해야 한다. 국가가 어떻게 시장에 개입할 것인지, 재벌이라는 어마어마한 경제권력을 어떻게 통제할 것인지 등에 대해 분명한 자기 입장을 밝혀야 한다. 그 점에선 유시민 원장도 마찬가지다. 말로 진보적 자유주의를 떠드는 것은 의미가 없다. 정책으로 진보적 자유주의 이념을 내놓지 않는다면, 그건 뻥이다."

 

- 정치인 가운데 진보적 자유주의를 설파한 분은 세 분이다. 유시민 원장, 손학규 대표, 천정배 민주당 최고위원이다. 모두 대권주자들인데, 누가 가장 진보적 자유주의자다운가.

"이미 언급한 대표 손 대표의 진보적 자유주의에 대해서는 정독하지 않았으므로 평가를 못하겠다. 다만 대표가 됐으니 남들보다 자기 입장을 설파하기는 좋은 위치다. 보여줘야 한다고 생각하고, 그 뒤에 평가하겠다. 유 원장도 <국가론(가제)>을 구상 중이라고 하니 지켜볼 일이다. 천정배 최고위원은 최근 <정의로운 복지국가>라는 책을 냈다. 비교적 진정성이 느껴지는 책이었다. 이분들을 모셔 <오마이뉴스>에서 좌담을 기획하면 어떻겠나.(웃음)"

 

- 천정배 최고위원은 진보적 자유주의가 야권연대를 묶을 사상적 키워드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현대판 사민주의는 결국 복지국가 건설이다. 진보적 자유주의도 사회적 자유를 제도적으로 보장하라는 요구를 담고 있다. 따라서 천 최고위원의 주장은 상당히 설득력이 있는 주장이라고 본다. 사회적 자유를 확대하라는 이념인 진보적 자유주의는 야권을 하나로 묶을 사상적 키워드라고 생각한다."

 

- 한국의 진보주의자들에게 자유주의는 거의 욕설로 취급되지 않았나.(웃음)

"정치세력이 자유주의 노선을 왜곡해온 측면이 있다. 반공주의, 시장의 자유, 재벌의 자유, 기업의 자유를 정당화하는 수단으로 자유주의를 갖다 썼다. 자유주의는 굉장히 진보적인 이념인데 이걸 왜곡했다."

 

- 한편으론 이런 의문도 든다. 자유주의면 자유주의지 진보적 자유주의는 또 뭔가.

"최장집 고려대 명예교수께서도 같은 지적을 하셨다. 그러나 한국적 현실에서 '진보적'이라는 형용사를 갖다 붙일 수밖에 없는 이유가 있다고 이해하셨다. 좀 전에 말했던 것처럼 자유주의 이념이 왜곡된 측면이 있기 때문에 이걸 바로잡는 하나의 노선으로 '진보적'이라는 말이 필요했다. 진보적 자유주의라는 이름으로 자유주의를 복권시키자고 말이다."

 

- '민란'은 시민혁명을 꿈꾼다고 밝혔다. 진보적 자유주의 이념으론 불가능한 상상인가.

"21세기 시민혁명은 사회적 자유를 확대하는 운동이라고 생각한다. 이건 시민들에 의해서만 가능하다. 1987년 6월 항쟁은 정치적 자유를 위한 시민항쟁이었다. 지금은 경제 권력에 의해, 또 정치권력에 의해서도 사회적 시민으로서 자유를 보장받지 못하고 있다. 이를 위한 시민혁명이 제도개혁을 통해 함께 이뤄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민란'의 목표가 제도개혁이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다."

 

박근혜식 복지, 진보의 복지... 뭐가 다를까

 

 최태욱 한림대 국제대학원 교수
최태욱 한림대 국제대학원 교수 ⓒ 남소연

- 2012년 대선을 앞두고 여론조사에서 부동의 1위를 차지하고 있는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도 복지국가론을 설파했다. 진보의 복지국가론과 어떤 차이가 있겠나.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가 복지담론을 미는 건 긍정적이라고 본다. 그밖에 한나라당 홍준표 최고위원, 원희룡 사무총장, 남경필 의원 등이 복지담론 강조하는 것을 비판하지 않는다. 그것이 시혜적이든 '70% 복지론(고소득층을 포함하지 않고 서민과 중산층 70% 대상)'이든, 없는 것보다 낫다. 그 역시 6.2 지방선거 이후 민심을 읽은 결과라고 생각한다. 민심이 이미 진보적으로 갔기 때문에 이에 호응하는 것뿐이다. 다만 진보개혁진영은 박근혜 전 대표와 한나라당 수준에 머물 게 아니라 더 경쟁적으로 더 많은 복지와 진보적 의제를 내놔야 한다. 상호 건설적 자극이 되도록 말이다."

 

- 야권에 흩어진 여러 정당이 연립해서 정부를 구성해야 개혁이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왜 연립정부라야 성공할 수 있다고 생각하나. 

"복지국가 건설은 진보진영의 공동목표다. 빅텐트론자든, 야권단일정당론자든, 비민주 진보대통합정당론자든 진보진영에서 대통령이 나오면 복지국가 건설을 위해 칼을 뽑아야 한다고들 입을 모은다. 그러나 복지국가를 하려면 돈이 있어야 한다. 증세부담을 갖지 않을 수 없다. 총선에서 다수 의석을 진보쪽이 차지하고 대통령까지 당선시킨다 해도 세금 문제로 국민들을 설득하려면 이게 일이 만만치 않다. 야당은 엄청 반대하게 될 거다. 만일 여소야대정국이라면 꿈도 못 꿀 일이다.

 

복지국가소사이어티에서 좋은 방안을 내놨는데, 먼저 복지정책을 과감하게 추진하고 복지의 맛을 한껏 보게 한 뒤에 복지세력이 생기면 그 힘으로 증세까지 관철한다는 계획이다. 이 계획대로 하려면 적어도 복지세력이 생겨날 때까지는 연합정치를 해야 한다는 것이다. 한국의 중도정당과 진보정당이 연정을 한다면 연정 기간 동안 당연히 복지정책이 많이 생길 것이다. 연립정부 구성에 의해 복지정책이 심화되고 확산된다면 정말 좋겠다!"

 

- 2012년 총선과 대선은 어떻게 전망하나. 진보가 집권하겠나.

"이기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실력을 키우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복지국가 건설을 위한 단계적, 체계적 방안들이 진보진영 내부에서 공유돼야 한다. 이런 것이 없다면, 설령 정권을 잡는다 해도 지속적인 복지국가 건설을 통해 개혁이 진행되는 나라가 될 수 없다. 계속 뒤집히는 정치만 되풀이될 뿐이다.

 

2012년만을 목표로 뛰어서는 안 된다. 최악의 경우 5년을 더 쉴지라도 무지개연합을 확실히 해내야 한다고 생각한다. 안정적으로 진보하는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 추진하다 실패하고, 또 추진하다 실패하고, 이래선 희망적인 한국사회를 만들기 어렵다."

 

- 2012년 총선과 대선에서 한나라당과 1 : 1 구도를 만들어야 승산이 있다고들 한다.

"장기적으로 무지개 연합정치가 되도록 해야 한다. 서로 다른 색깔을 가진 중도와 진보가 만나 정책적으로 연합정치를 잘 해내는 것이 훨씬 유효하다고 생각한다. 연합의 목적은 반MB여서는 안 된다. 복지국가 건설과 선거제도 개혁, 비례대표 확대로 분명히 던지고 연대해서 싸워야 한다. 여기에 대다수 국민이 동의한다면, 누가 대선후보가 될 것인가 이건 문제도 아니다. 국민이 알아서 뽑아줄 것이다. 최후의 1인이 될 사람은 당연히 나올 것이다."


#무지개 정치 모색#최태욱 #유시민#손학규#천정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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