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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위 상임위원으로 '시변' 대표 김영혜 변호사와 뉴라이트 활동가 홍진표씨가 선정됐다. 인권위를 북한인권위로 축소시키거나 아예 형해화시키는 임무를 맡은 'X맨'의 파견이다. 인권위 '물갈이'가 계속되겠지만 인권의 정신마저 앗아갈 수는 없다."

 

조국 전 국가인권위원회 비상임위원이 19일 자신의 트위터에 남긴 말이다.

 

청와대가 "친정부적"이라는 평가를 받는 김영혜 변호사를 인권위 상임위원으로 임명한 데 이어 한나라당이 뉴라이트 활동을 해온 홍진표씨를 상임위원으로 내정함에 따라 각계에서 반발이 줄을 잇고 있다.

 

전국 231개 시민사회 단체로 꾸려진 '현병철 인권위원장 사퇴 촉구 인권시민단체 긴급대책회의'는 19일 이미경 민주당 의원과 함께 기자회견을 열어 "국가인권위가 재활용시장인가, 한나라당은 홍진표 인권위원 추천을 철회하라"고 촉구했다.

 

대책회의 측은 "한나라당은 정치적으로 보수이념을 앞세우며 온 나라를 좌우, 보혁 구도로 몰고 낙인찍기식 편 가르기에 앞장서 왔던 인사를 인권위원으로 추천하여 국가인권위를 정치세력의 대리장으로 변질시키고 있다"며 "국가인권위 독립성 침해라는 중대한 현 사태의 본질을 외면하고 앞으로 국가인권위를 철저히 정권의 정치도구화하겠다는 뜻을 드러낸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한나라당의 상임위원 추천은 전면 무효"라며 "즉각 이 추천을 철회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홍진표 후보, 반북 활동 주로 해"

 

이처럼 홍 후보 추천에 대한 반대 기류가 거센 것은 '편향된 극우적 시각'을 보여준 그의 행보 때문이다. 특히 홍 후보는 북한에 대해 적대적인 의견을 표해왔다.

 

홍 후보는 노무현 정부 시절 남북정상회담을 제의한 것에 대해 "만나서 뭘 하려고 하는지 도무지 알 수가 없는 속칭 '묻지 마' 정상회담…만남을 구걸하는 방식이 얼굴을 뜨겁게 한다"는 글을 <문화일보>에 기고한 바 있다. 남북대화를 요청한 것을 구걸로 보는 시각에서 '북한'은 우리의 안전을 위협하는 대상일 뿐이다.

 

군대를 동원할 수 있게 제정된 'G20 경호 특별법'에 대해서도 홍 후보는 "G20회의가 테러공격에 노출되면 군이라고 해서 참여 제한을 할 이유는 없다"며 "북한 정권의 존재를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 북한은 서울올림픽과 한일월드컵을 겨냥하여 1987년 KAL기 테러와 2002년 서해상의 도발을 감행하는 등 한국이 개최하면서 국제적 시선이 집중되는 대규모 국제행사를 늘 표적으로 삼았다('G20과 계엄령의 추억', <동아일보>)"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배여진 국가인권위 제자리 찾기 공동행동 집행위원은 "홍 후보는 반북 활동을 주로 해왔다"며 "MB가 바라던 구도 그대로 '아무것도 모르는 위원장·법치주의 내세우는 김영혜·북한 인권 강조하는 홍진표'가 맞춰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배 위원은 "현병철 위원장 취임 이후 인권위가 북한 인권을 강조해왔지만 정작 북한 주민들의 식량권 문제에 대해서는 전혀 발언하지 않는 등 북한 정권을 정치적으로 압박하려는 도구로서 인권을 이야기해왔다"며 "이러한 상황이 더욱 심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홍 후보가 앞세운 '북한인권'이 북한 압박 수단으로 전락할 수 있다는 우려다.

 

<전교조 없는 세상에서 살고 싶다> 책 펴낸 홍진표 상임위원 후보자

 

극우보수적 사고를 보여준 예는 또 있다. 2008년 당시 자유주의연대 사무총장이었던 홍 후보자는 <문화일보>에 게재한 '좌편향 교과서 반드시 수정해야'라는 제목의 글에서 "사회적으로 공유된 결론들에서 크게 벗어나는 교과서들의 등장과 영향력 확대는 지난 10년간 진보 우세의 사회 분위기와 궤를 같이하고 있다"며 "특히 경쟁 체제인 교과서 시장에서 상당한 채택권을 행사한 전교조 교사들의 이념 성향에 맞추려는 일부 교과서 출판사들의 상업적 접근이 큰 성공을 거두기도 했다"고 밝힌 바 있다.

 

그 편향성이 한 집단에 대한 비난으로 이어지기에 더 문제다. 홍 후보는 2006년 조전혁 한나라당 의원과 함께 <전교조 없는 세상에서 살고 싶다>는 책을 펴내며 전교조를 '없어져야 할 대상'으로 규정했다.

 

이러한 홍 후보가 추천됐다는 소식을 접하자 인권시민단체들은 즉시 성명서를 내고 "홍진표의 상임위원 내정은 인권위를 정치적인 도구로 만들어 이용하겠다는 의도가 숨어 있는 것"이라고 맹비난했다. '이념'이 아닌 '인권'의 잣대로 사안을 바라봐야 하는 상임위원직에 홍 후보자가 내정된 것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것이다.

 

문경란 전 상임위원은 위원직 사퇴의사를 밝힌 지난 1일 "인권은 진보·보수로 나눠서는 안 된다"며 "공권력이 기본권을 침해할 때 돌보라고 만든 것이 인권위인데 정파적으로 판단하면 쓴 소리가 가능하겠냐"고 수차례 강조했었다.

 

약자의 편보다는 권력의 편에 섰던 홍 후보

 

이념적 치우침 외에도 문제는 또 있다. '권력'보다는 '약자'의 편에 서서 그들의 인권이 침해되지는 않는지 살피는 것이 인권위의 일임에도, 그동안 홍 후보는 '권력'의 편에 주로 서 왔다는 점이다. 

 

김용철 변호사의 양심고백으로 불거진 삼성 비자금 사건에 대해 그는 "삼성을 기어이 손보겠다는 식의 일부 시민단체와 민노당의 감정적 접근방식이 특검법에 버젓이 반영됐다"며 "정치권 뺨치는 사제단의 폭로방식…사제단이 마치 곶감 빼먹듯이 단계적으로 명단을 흘리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많은 불이익을 감당해야 했던 양심고백과 이를 지지하는 이들의 목소리를 "삼성을 손보겠다"는 접근으로만 보며 거대 권력인 삼성을 비호한 것이다. 

 

지난 1월 법원이 'PD수첩'의 '광우병' 방송에 대해 무죄 판결을 내린 데 대해서도 "'PD수첩'은 '언젠가는' 발생할지도 모를 병이 당장이라도 닥칠 것처럼 방영했다"며 "'한라산이 언젠가 폭발할 수 있다'를 법원이 인정한 것이나 다름없다"고 비판했다. '검찰·국가'라는 권력에 의해 프로그램 제작자들에 대한 인권침해가 발생한 사안임에도 여지없이 강자의 편을 든 것이다.

 

이 같은 족적들을 남긴 홍 후보에 대해 인권시민단체들이 "홍진표씨의 이력 어디에도 '인권'은 찾아볼 수 없다"며 "최악 중의 최악, 막장 인사"라고 외치는 이유다.


태그:#인권위, #현병철, #홍진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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