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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각배를 타고 물건을 관광객을 상대로 물건을 파는 아가씨
 조각배를 타고 물건을 관광객을 상대로 물건을 파는 아가씨
ⓒ 이강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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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를 태운 배가 제일 먼저 도착한 곳은 동굴이다. 관광객을 태운 수많은 유람선이 이곳을 찾는다. 꽤 큰 규모의 동굴은 관광객으로 발 디딜 틈이 없다. 물론 이제는 낯설지 않은 한국 단체 관광객의 떠들썩한 소리도 들린다. 전쟁이 잦았던 베트남에서 전쟁을 피해 온 사람에게 이 동굴은 좋은 피난처 역할을 했던 곳이기도 하다.

제법 큰 동굴은 조명을 받아 화려하기까지 하다. 여느 동굴과 크게 다르지 않게 수백 년에 걸쳐 만들어진 동굴이다. 동굴 중앙 조금 넓은 터에서는 그룹마다 관광안내원이 동굴에 대한 설명을 하느라 떠들썩하다. 안내원이 한 바위를 가리킨다. '손가락 바위'라고 설명한다. 관광객 틈에 끼어 걷다 보니 낙서가 보인다. 베트남어로 쓴 낙서에는 1958이라는 숫자가 보인다.

동굴을 찾아 각국에서 모인 관광객
 동굴을 찾아 각국에서 모인 관광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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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굴에서 나온 우리 일행을 태운 배는 하롱베이에서 선상 생활을 하는 동네(?)에 들어선다. 배가 모여 동네를 이루고 있다. 배에서 강아지까지 기르고 있다. 관광 안내원 말을 빌리면 이곳에 학교도 있다고 한다. 한국에서 한동안 유행했던 '섬마을 선생님'이라는 노래가 떠오른다. 베트남 사람은 배에서 근무하는 선생님을 위한 그들만의 칭호를 가지고 있을까?

이곳에서 아내와 함께 난생처음 카누를 타고 근처 섬을 돌아본다. 생각보다 노를 젓는 것이 어렵지 않다. 아마도 파도가 없어서일 것이다. 다시 배에 오르니 10분쯤 항해를 한 후 닻을 내린다. 이곳에서 하룻밤 묵을 모양이다. 수영할 사람들은 수영하고 수영을 즐기지 않는 사람은 갑판에서 저녁놀에 물들어 가는 하롱베이의 풍경을 사진에 담는다. 바다에는 조그만 조각배에 먹을 것을 싣고 관광객을 상대로 물건을 팔러 다니는 아가씨가 노를 젓고 있다.

배에서 생활하는 사람들이 모여 마을을 형성하고 있다.
 배에서 생활하는 사람들이 모여 마을을 형성하고 있다.
ⓒ 이강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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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는 배운 지 얼마 되지 않은 수영실력으로 겁없이 바다에 몸을 담근다. 시퍼런 바다가 무서워 너무 힘을 쓴 탓인지 팔에 쥐가 난다며 생각보다 일찍 배에 오른다. 독일에서 왔다는 젊은 여자는 제 세상 만난 듯 하롱베이를 휘저으며 능숙한 수영 솜씨로 바다와 하나가 된다.

저녁 시간이다. 14명의 관광객이 한자리에 앉아 식사한다. 은행에서 일하는 영국에서 온 부부, 이혼하고 유럽 니스(Nice)에서 공부하고 있다는 일본 여성, 베트남 전쟁이 끝난 후 호주로 피난 갔다가 호찌민시티에 사는 옛 친구를 찾아와 하롱베이를 찾은 나이 든 부인 등 세계각처에서 온 관광객이다. 특히 공산주의가 싫어 호주에 난민으로 가서 정착한 나이 든 부인이 공산주의가 된 호찌민시티에 사는 옛 친구를 찾아와 함께 여행하는 것이 인상적이다.

푸짐한 저녁을 먹고 나니 노곤하다. 주위에 정박해 있는 배에서 나오는 불빛이 이국의 정취를 느끼게 한다. 하노이에서 버스를 타고 4시간가량 시달리고, 난생 처음 카누까지 탔으니 몸이 노곤하지 않을 수 없다. 깨끗하게 정돈된 우리만의 공간에 들어와 하루를 마감한다. 달콤한 피로가 덮친다. 피로하다.

여행하면서 얻는 피로함은 달콤한 마약 같아서 수많은 사람에게 또다시 배낭을 짊어지게 한다. 집 떠나면 고생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관광객을 싣고 동굴을 찾은 수많은 관광선.
 관광객을 싣고 동굴을 찾은 수많은 관광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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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베트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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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드니에서 300km 정도 북쪽에 있는 바닷가 마을에서 은퇴 생활하고 있습니다. 호주 여행과 시골 삶을 독자와 함께 나누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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