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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들에게 드리는 글〉
▲ 책겉그림 〈어머니들에게 드리는 글〉
ⓒ 고인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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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딸은 초등학교 1학년 후반기를 보내고 있다. 내년이면 2학년, 그 다음해는 3학년. 차츰차츰 높은 학년으로 올라갈 것이다. 아빠인 내가 걱정하는 건 그것이다. 학교생활과 학교수업을 잘 따라가는 것. 물론 억지나 거짓으로 학교수업 하는 것도 염려거리 중 하나다.

이오덕 선생의 <어머니들에게 드리는 글>에도 그런 게 나타나 있다. 선생이 가장 걱정한 것은 그것이다. 아이들이 어른들로부터 모방 행동을 배운다는 것. 아이들이 곤충과 동물을 못살게 구는 것도 어른들에게 배운 것이고, 아이들이 글짓기 할 때 어려운 문장을 쓰는 것도 모두 어른들에게서 본뜬 것이라는 거다.

왜 그게 나쁜 일일까? 그것이 우리 사회를 전체적으로 병들게 하는 일이기 때문이란다. 조기교육이나 지능학습도 학교에서 붙여야 할 재미를 잃게 만드는 교육이라는 거다. 문제는 그뿐만이 아니다. 선생은 학부모들에게도 쓴 소리를 해 댄다. 아이들을 학원과 참고서와 시험 점수로 내 모는 부모들을 못된 부모라며 야단친다.

요즘 들어 나도 그걸 느끼고 있다. 딸아이가 학교에서 돌아오면 보여주는 게 있다. 학교에서 받은 '참 잘했어요'라는 도장과, 국어책 쓰기 공책이다. 가끔 담임 선생님은 딸아이에게 학교에서 배운 걸 두 번씩 써오게 한다. 그럴 때면 딸아이는 싫다는 기색도 보이는데, 나로서도 못마땅할 때가 많다. 앵무새처럼 되풀이하게 하는 교육이란 생각 때문이다.

오늘은 딸아이가 어려운 낱말을 내게 물어왔다. '집중호우'가 무엇인지, '계약'이 무엇인지. 전에도 몇 차례 한자로 된 말을 내게 물은 적이 있다. 앞으로는 더하지 않을까? 이오덕 선생도 그런 어려운 한자말이 아이들을 병들게 한다고 질책한다. 그 때문에 죽어 있는 한자말 대신에 살아 있는 우리말을 가르치도록 당부한다.

"'상봉한다'든지 '해후한다'고 하면 죽은 말입니다. '그 집은 마을 들머리에 있다'고 하면 살아 있는 말인데 '그 가옥은 동네 입구에 위치해 있다'고 하면 죽은 말이지요. '풀밭'을 '초원'이라 해도 죽은 말이 되고, '이겼다'고 하면 될 것을 '승리했다'고 말해도 안 됩니다. 그러니까 유식한 말, 책에서만 나오는 말을 쓰지 말아야 합니다." (45쪽)

그런데 이게 쉬울 것 같지 않다. 신문에 쓰여 있는 말들이 모두 어려운 한자말들로 가득 차 있고, 유명 소설에도 어려운 말이 줄을 잇고 있기 때문이다. 또 외국 책을 우리말로 번역해 놓은 책들도 그런 문제점들이 들어 차 있다.

그래서일까? 선생은 동화책 같은 것을 베껴 쓰는 숙제는 차라리 하지 말라고. 학교에서 내준 문제가 아이의 수준에 너무 어려운 것들도 아예 하지 말라고 말이다. 그때마다 학부모가 대신 해 주면 아이들을 사기꾼으로 키우는 꼴이고, 아이들의 창의력에도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말한다. 차라리 그 대신에 아이들이 하고 싶어 하는 것을 하라고 당부한다. 

"아침마다 지게도 지고 꽁 지키로 앞밭에 간다.
꽁은 온 산에서 껄껄하고 운다.
밭에서 워, 워, 하고 쫓으니
꽁은 이쁜 소리로 울며 날아가고 있다.
콩 잎사귀들은 모두 해님을 쳐다보고 있다."(144쪽)

이는 안동 대곡분교 3학년 이승녕 학생이 쓴 '꽁 지키기'란 시다. 이오덕 선생은 이런 시야말로 눈물이 날 만큼 아름다운 시라고 치켜세운다. 이유가 뭘까? 그 학생이 쓴 글이야 말로 수필이나 책에서 베껴 쓴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머리로 쥐어 짠 것도 아니요, 삶에서 직접 우러나온 글이기 때문이란다. 그래서 그럴까? 시골 아이들이 쓰는 글에는 사투리도 가끔식 묻어나야 한다고 말이다. 그게 좋은 글이라고 말이다.

아무쪼록 우리나라 교육계가 먼 앞날을 내다보는 정책을 펼쳤으면 좋겠다. 학교 선생님들도 아이들의 창의력에 힘을 보탰으면 한다. 나와 같은 학부모들도 아이들의 앞길에 무엇이 좋을지 찬찬히 생각해 봤으면 좋겠다. 어른들을 위한 공부가 아니라 아이들을 위한 공부로 말이다. 아이들의 머리를 쥐어짜는 교육이 아니라 아이들의 삶에서 우러나오는 교육으로 말이다.


어머니들에게 드리는 글

이오덕 지음, 고인돌(2010)


태그:#교육, #이오덕 선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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