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례식장에서 신랑과 신부의 자리가 바뀌어 서 있는 경우를 자주 봅니다. 성당에서는 주례신부를 바라보았을 때 신랑이 오른쪽, 신부가 왼쪽에 서서 혼배미사를 봉헌합니다. 혼례식장에서는 신랑이 오른쪽, 신부가 왼쪽에 서 있는 경우도 있고, 그 반대로 서서 혼인 예식을 하는 경우도 종종 볼 수 있습니다. 과연 신랑과 신부가 서 있어야 할 자리는 어디란 말입니까?
어느 쪽에 서 있던 지간에 혼례식을 무사히 마치고 행복하게 살기만 하면 되지, 그것을 낱낱이 따질 필요가 있나 라고 하면 할 말이 없습니다. 그 말 속에 의전이나 의례에 대한 관심이 없다는 뉘앙스가 들어 있기 때문입니다.
한 10여 년 전에 내가 원장으로 있던 문화원의 회원 둘이, 친구로 만나서 부부가 된 일이 있습니다. 나 보고 주례를 맡아 달라고 해서, 혼례식을 주관한 일이 있습니다. 신부가 오른쪽에 선 아버지 손을 잡고 들어왔는데, 신랑이 몇 걸음 걸어 나가서 신부를 맞이해서 들어올 때 왼쪽에 서게 되었지요. 신랑은 왼쪽, 신부는 오른쪽에 선 것입니다. 맞절을 시키기 전에 신랑이 오른쪽, 신부가 왼쪽에 서라고 말하였더니, 신부가 그게 맞다고 쫑알거리는 것이었습니다. 주례가 시키는 대로 따르라고 가볍게 말하고 바로 세워서 혼례식을 진행하였습니다.
그렇다면 신랑이 오른쪽, 신부가 왼쪽에 서는 게 맞습니까? 그리고 그 이유는 무엇일까요?
예절에서 방위와 상하석의 구분은 매우 중요한 의미가 있습니다. 위 아래가 가려지고 상∙하석을 알아야 적절한 예우를 할 수가 있는 것입니다. 의전을 전문으로 다루는 청와대나 외교부, 행정안전부의 관련 부서에서는 매우 중요하게 다루고 있습니다. 이런 의례와 의전 절차는 언제 어디서나 매우 중요하고, 실수를 하면 외교마찰로 이어질 수도 있습니다.
예식에서 방위는 이렇게 정해져 있습니다. 실제 동서남북과 관계없이 제일 윗자리를 북쪽으로 봅니다. 북쪽을 상석으로 하고 그 앞쪽이 남쪽이며, 남쪽에서 북쪽을 바라보았을 때 오른쪽이 동쪽, 왼쪽이 서쪽입니다. 혼인예식장에서는 주례석이 북쪽입니다. 동쪽은 해 뜨는 곳이니까 양(陽), 즉 남자이고, 서쪽은 해 지는 곳이니까 음(陰), 즉 여자입니다.<성균관 전례연구위원회 지음 성균관 발행 우리의 생활예절 71쪽)
따라서 혼인예식장에서는 주례가 북쪽에 서 있으므로 신랑은 동쪽 곧 오른쪽에, 신부는 서쪽인 왼쪽에 서야 맞는 것입니다. 알기 쉽게 설명을 위해서 오른쪽 왼쪽이라는 표현을 하였지만, 정확한 설명은 동쪽과 서쪽이라고 해야 옳습니다.
따라서 혼인예식장에서 신랑 쪽 가족과 친척은 동쪽 자리에, 신부 쪽 가족과 친척은 서쪽에 자리하는 게 좋겠습니다. 다만 하객들은 신랑 쪽이나 신부 쪽을 가리지 말고, 하객석의 적당한 자리에 앉아서 양쪽의 균형을 맞추고 좋은 분위기를 만들어 주면 좋을 것입니다.
참고로 예절의 방위를 살펴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제례 때는 신위를 모신 곳이 북쪽이고, 혼인 예식에서는 주례가 서 있는 곳이, 사무실에서는 제일 상급자가 있는 곳이, 행사장에서는 단상을 북쪽으로 보는 것입니다. 모든 건물은 어느 방향으로 지어졌든지 간에 북쪽에서 남향으로 지은 것으로 보고 방위를 가리면 됩니다.
제사를 지낼 때 지방을 붙입니다. 그 지방을 보면 아버지가 서쪽 어머니가 동쪽으로 되어있습니다. 죽었을 때는 살았을 때의 반대방향이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의례상 공수를 할 때 남자는 왼손이, 여자는 오른손이 위로 올라오게 맞잡습니다. 물론 상가에 갔을 때는 그 반대로 잡습니다. 공수할 때 왼손과 오른손의 위아래를 혼동하지 않는 기억 방법이 있습니다.
남자 옷은 왼쪽이 오른쪽을 덮어 단추를 잠그고, 여자 옷은 오른쪽이 왼쪽을 덮어 단추를 잠급니다. 평소에는 그 방향대로 공수하면 실수를 하지 않게 됩니다.(상가에서는 그 반대로 합니다.)
이상의 설명을 살펴보면, 신랑은 동쪽에 서고 신부는 서쪽인 왼쪽에 서야 한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제사를 지낼 때 써 붙이는 지방도 남녀의 방향을 알 수 있습니다. 손을 맞잡는 공수법에도, 남녀의 옷을 만들 때에도 남녀의 방향이 정해져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앞에서 말한 것처럼 성당에서는, 단 한 번도 신랑과 신부의 위치가 틀린 것을 본 일이 없습니다. 그러나 혼례식을 전문으로 하는 예식장에서 틀리는 것을 자주 보게 되는데, 안타까운 일입니다. 마치 운전을 전문으로 하는 직업 운전자들 중에서 불법 난폭 운전하는 사례를 많이 보는 것과 같습니다. 매일 운전을 하는 운전 전문 직업인이라면, 운전하는 솜씨가 바르고 안전하게 잘 해야 하지 않습니까? 그런데 난폭운전과 불법운전을 자주 보게 되니 안타깝습니다.
예식장도 마찬가지입니다. 혼례식을 전문으로 하는 예식장 업주는 이런 기본적인 지식과 교양을 갖추고, 직원들을 잘 교육하고 훈련해서 조금도 예의에서 벗어나는 일이 없게 해야 마땅합니다. 어떤 예식장에 가 보면 직원들이 밝은 표정과 미소로, 혼주는 말할 것도 없고 하객들에게도 정성껏 대하는 것을 느낄 수 있습니다.
그런 예식장에 가게 되면 기분도 좋고, 훌륭한 곳에서 혼례식을 한다는 느낌도 들어서 흐뭇합니다. 문제는 그런 정도의 예식장이 많지 않다는 데 있습니다.
운전을 하거나 예식장업을 할 때는 그 업의 전문가답게 제대로 배워서 잘 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래서 열심히 배우고 배운 것을 성실하게 실천해야 합니다. 그래야 인격이 높아지고 국격이 향상되는 것 아닐까요?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기자의 개인 홈페이지 www.happy.or.kr에도 게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