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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일 저녁 서울 재동 인문학 카페 '코'에서 '조국 교수의 <진보집권플랜>을 읽는다' 토크쇼가 열리고 있다. 왼쪽부터 최재천 변호사, 조국 교수, 한홍구 교수, 서해성 소설가.
 19일 저녁 서울 재동 인문학 카페 '코'에서 '조국 교수의 <진보집권플랜>을 읽는다' 토크쇼가 열리고 있다. 왼쪽부터 최재천 변호사, 조국 교수, 한홍구 교수, 서해성 소설가.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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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세 가지 내용으로 이뤄져 있는 것 같습니다. 첫 번째는 '인간 조국'. 두 번째는 '통일이 밥 먹여 준다'. 세 번째는 '진보진영의 의제를 어떻게 구체적으로 현실로 바꾸나'인 것 같아요. 이 책의 가장 큰 장점 중 하나는 거의 모든 것에 비판을 하면서도 그 속에서 애정이 느껴진다는 겁니다. 제 별명이 여러가지문제연구소 소장인데 이 책을 보고 그 별명을 물려줘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지난 19일 저녁, 서울 종로구 재동의 한 카페. 소설가 서해성씨가 마이크를 잡고 재치 섞인 독후감을 풀자 맞은편에 앉은 사람들이 고개를 끄덕거린다. <진보집권플랜>(오마이북) 북토크를 듣기 위해 일곱 평 남짓한 방에 빈틈없이 들어찬 20여 명. 몇 명은 담요를 들고 야외에, 10여 명은 목소리만 들리는 복도에 자리를 잡았다. 한홍구 성공회대 교수와 소설가 서해성씨, 최재천 변호사가 북토크의 주인장을 맡았고 손님은 <진보집권플랜>의 저자인 조국 서울대 교수다.

조 교수는 북토크를 시작하며 "진보적인 시민들과 함께 이 정부 들어 심각해진 정치·사회·경제적 민주화의 침몰상태를 어떻게 막을 수 있을지 생각해보고 싶었다"며 <진보집권플랜>을 출간한 이유를 밝혔다. 오후 7시부터 2시간30분가량 이어진 북토크에서 세 사람은 '더 구체적인 방법을 제시하는 진보가 필요하다'는 명제에 의기투합하는 모습을 보였다.

촛불 시민들과 함께 <진보집권플랜> 짜보자

19일 저녁 서울 재동 인문학 카페 '코'에서 '조국 교수의 <진보집권플랜>을 읽는다' 토크쇼가 열리고 있다. 왼쪽부터 최재천 변호사, 조국 교수, 한홍구 교수, 서해성 소설가.
 19일 저녁 서울 재동 인문학 카페 '코'에서 '조국 교수의 <진보집권플랜>을 읽는다' 토크쇼가 열리고 있다. 왼쪽부터 최재천 변호사, 조국 교수, 한홍구 교수, 서해성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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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정치적 민주주의가 급속히 후퇴하고 있거든요. 미네르바 사건이나 PD수첩 제작진을 기소한 걸 보면 이 정부는 인권이나 기본권을 보장하지 않은 상태에서 '입 닥치고 법 지켜라'를 법치라고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법학자로서 화가 치밀었습니다. 인권문제도 급속히 후퇴하고 있지요. 인권은 좌와 우, 진보와 보수의 공통 영역입니다. 그런데 이명박 정부에서는 인권문제나 차별문제에 대한 비판을 하고나면 꼭 문제가 발생했습니다."

조 교수는 자신이 평생 공부했던 법치의 개념이 무너지고 있는 지금의 세태를 바라보는 심정을 "이렇게 참고 살다 죽으면 사리가 나오겠다 싶었다"고 표현했다. 이명박 정부 들어 되돌려진 민주주의를 보며 화가 나는 것은 조 교수뿐만이 아니었다. 조 교수는 "주변에 개혁적인 사람들도 '2012년에 (정권교체) 되겠어?' 하는 '울증'을 가지고 있는 것을 느꼈다"며 "2012, 2017년에 진보가 집권하든 못 하든 지금과 같은 절차적 민주주의의 후퇴는 막아야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사회·경제적 민주화는 더 심각합니다. 이번에 대법원에서 비정규직 정규직화하라고 판결 내렸는데 현대자동차는 대법원 판결을 안 지키고 있습니다. 현대자동차에서 안 지키면 노동부가 불법파견 전수조사 해야 하는데 안 하고 있지요. 입법부에서는 대법원 판결을 무력화할 법안을 준비합니다. 노무현 정부의 실패는 이런 사회·경제적 민주화를 이루지 못한 데 있다고 봅니다."

조 교수는 "사회·경제적 민주화는 정치권에서 해결해야 하는 일이지만 지금은 그러기 어려운 현실"이라며 "촛불시위에서 촛불을 들었던 사람들이 생각을 달리해보고 이명박 정부에게 메시지를 던지고 갈라져 있는 진보정당에도 메시지를 던져야 한다"고 말했다. 민주주의 사회의 주권자로서 일반 시민들이 나설 필요가 있다는 얘기다.

또한 조 교수는 "진보들이 내세우는 '사람 살기 좋은 세상'은 맞는 말이지만 잘 감이 와 닿지 않는 말"이라며 "진보진영이 6·2 지방선거에서 어떻게 이겼는지를 잊지 말아야 한다"고 말했다.

"입맛은 하방 경직성이 있거든요. 한 번 좋은 걸 맛보면 그것보다 맛없는 음식이 뭔지 알게 됩니다. 무상급식에서 배워야 합니다. 이걸 통해서 사회·경제적 민주화가 뭔지, 복지국가가 뭔지 다 깨달았어요. 무상급식처럼 진보의 정책을 아주 간명한 구호로, 유권자 누구나가 이해할 수 있게 정책을 만드는 게 필요합니다. 이런 게 이뤄져야 사회·경제적 민주화를 이룰 수 있는 정부가 들어서지 않겠는가 생각합니다."

밥 주고 욕망 이뤄주는 진보의 길로

19일 저녁 서울 재동 인문학 카페 '코'에서 '조국 교수의 <진보집권플랜>을 읽는다' 토크쇼가 열리고 있다.
 19일 저녁 서울 재동 인문학 카페 '코'에서 '조국 교수의 <진보집권플랜>을 읽는다' 토크쇼가 열리고 있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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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사람은 과거 진보가 진보적인 의제를 현실화하지 못한 부분을 지적했다. 한 교수는 "사람들이 민주화가 밥 먹여주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졌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며 "민주화 운동의 투사들이 집권을 하니까 (세상이) 더 좋아졌어야 했는데 그러지 못했던 것이 문제"라고 말했다.

"저는 제 인생에서 가장 잘한 일 중 하나가 군대에서 살아서 돌아온 것인데요. 이런 것 좀 해봤으면 좋겠어요. 군대 제대하는 애들한테 퇴직금을 주는 겁니다. 대부분 휴학하고 온 거거든요. 국가에서 군인들 제대할 때 한 학기 등록금 대줘보자. 나는 우리에게 <진보집권플랜> 같은 콘텐츠가 정말 많은데 그동안 그걸 보여주는 일을 제대로 못한 거라고 생각해요."

조 교수는 "다른 나라에 비해 지나치게 많은 장군 수를 반 이상 줄이면 제대군인에게 대학등록금 줄 예산을 확보할 수 있다"고 덧붙이며 '밥 먹여 주는 진보'에 이은 '욕망을 충족시켜 주는 진보'가 되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19일 저녁 서울 재동 인문학 카페 '코'에서 '조국 교수의 <진보집권플랜>을 읽는다' 토크쇼가 열리고 있다. 왼쪽부터 최재천 변호사, 조국 교수, 한홍구 교수, 서해성 소설가.
 19일 저녁 서울 재동 인문학 카페 '코'에서 '조국 교수의 <진보집권플랜>을 읽는다' 토크쇼가 열리고 있다. 왼쪽부터 최재천 변호사, 조국 교수, 한홍구 교수, 서해성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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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보는 밥을 먹여줍니다. 다만 밥을 만들어주는 방법이나 밥을 나누는 방법들이 다른 것이죠. 밥 이외에 다른 가치가 있다는 것을 알려줘야 합니다. 우리 모두 법정 스님의 '무소유' 말씀에 감동하지만 한편으로는 그 말씀이 적힌 책을 사지 않습니까. 한 사회에 살고 있는 사람은 누구나 욕망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걸 정확하게 인식을 하고 그게 어떤 방식으로 충족될 것인가에 대해서 제시를 해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땅 파고 집 짓고 하는 방식에 설득 당할 수밖에 없습니다."

이날 조 교수는 한국 진보 정치인들이 나아가야 할 길에 대해서는 뚜렷하게 주장하면서도 정치인으로서 자신의 역할은 '나침반'과' '접착제'로 선을 그었다. 접착제는 현재 다섯 개의 당으로 분열되어 있는 진보개혁 세력을 붙이는 것을, 나침반은 뚜렷한 방향이 없는 진보에 방향성을 주는 것을 의미한다.

소설가 서해성씨는 "나침반을 가지고 계속 북쪽으로 가면 자북으로 갈 뿐 진짜 북극에는 다가가지 못 한다"며 "진북으로 가기 위해서는 보정을 거쳐야 하는데 민주주의 사회에서 주체적 시민의 상상력이 그 역할을 하는 것 같다"고 말하며 북토크를 마쳤다.

"독일의 시인 괴테는 여름 밤마다 어머니 무릎을 베고 별 이야기를 들었다고 합니다. 괴테의 어머니는 별과 별 사이를 잇는 수많은 얘기를 해줬고 괴테는 얘기를 들으며 별과 별 사이에 다리를 놓곤 했다고 합니다. 과학이 못하는 일을 상상력은 할 수 있습니다. 무한한 가능성의 다리를 놓아볼 수 있는 열정이 전제되지 않으면 어떤 일도 이뤄내기 어렵다고 생각합니다. 조국 교수가 말한 주체적 시민들의 상상력이 지금의 추운 겨울을 이겨낼 수 있는 비결이 되리라고 봅니다."


태그:#조국, #서해성, #한홍구, #진보집권플랜, #북토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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