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연곡을 거처 주문진의 오리진항(소돌포구)으로 들어가면 아들바위와 등대를 만난다. 바닷가 바위가 바람과 파도에 의해 깎여져 기묘한 모양을 하고 있다. 그런데 아들형상을 상상하고 찾아온 사람들은 어리둥절해진다. 아들형상의 바위를 찾을 수 없기 때문이다. 다만 코끼리 코를 연상시키는 코끼리바위와 두 뿔이 돋은 짐승상이 아니면 두 사람이 마주 보고 대화를 나누고 있는 듯한 형상의 바위를 볼 수 있다.

아들형상은 아니다. 짐승의 두 뿔 같기도 하고 두 사람이 마주 앉아 대화를 나누는 형상같기도 하다.
▲ 아들바위 아들형상은 아니다. 짐승의 두 뿔 같기도 하고 두 사람이 마주 앉아 대화를 나누는 형상같기도 하다.
ⓒ 김영명

관련사진보기


아들바위를 지칭하는 것은 후자의 바위인데, 아들이 없는 노부부가 이 바위 앞에서 기도를 드린 후 득남했다는 전설 때문에 붙여진 명칭이다. 그래서 신혼부부들이 많이 찾아온다고 한다. 아들을 선호하는 풍습이 남긴 설화이지만, 변해가는 세태를 보면 얼마 안가서 애틋한 사연이 담긴 딸바위가 등장할 날도 멀지 않다고 느껴진다.

쥬라기시대의 바위가 오랜 풍화 끝에 기묘하게 바위에 구멍이 생겼다.
▲ 코끼리 바위 쥬라기시대의 바위가 오랜 풍화 끝에 기묘하게 바위에 구멍이 생겼다.
ⓒ 김영명

관련사진보기


화상해안도로를 따라 지경해수욕장이 길게 펼쳐지며 남애해안 길로 이어져서 다시 7번국도로 나온다. 38선휴게소에서 잠시 휴식을 취한다. 올려다보니 큰 광고판 글씨가 눈에 띈다.

<동해안에서 제일 전망이 좋은 곳>

이런 문구를 함부로 써도 되는지 모르겠다. 객관적으로 증명되지 아니한 사실을 뻔뻔하게 내놓을 수 있는 사회는 아직 성숙되지 못한 사회가 아닐까?

하윤의 하와 조준의 조를 따와 하조대라고 불린다.해맞이 정자로 유명하다.
▲ 하조대 정자 하윤의 하와 조준의 조를 따와 하조대라고 불린다.해맞이 정자로 유명하다.
ⓒ 김영명

관련사진보기


7번국도를 따라 가다보면 하조대가 나온다. 조선 개국공신 하윤(河崙)과 조준(趙浚)이 숨어살던 곳이라 하조대로 불렀다고도 하며, 조씨 총각과 하씨 처녀의 사랑에 얽힌 이야기에서 명칭이 유래한다고도 한다. 전망이 좋은 돌출지역에 정자[1955년]를 세워, 정자 주변의 기암, 괴석을 보러오는 사람들이 많다. 많은 관광객이 찾은 토요일, 좁은 주차장에 넘쳐나는 차들이 길가에 주차하는 바람에 하조대를 빠져나오는데 애를 먹었다.

관음상 밑단의 두꺼비를 만지면 2가지 소원은 이루어진다고 한다.
▲ 해수관음상 관음상 밑단의 두꺼비를 만지면 2가지 소원은 이루어진다고 한다.
ⓒ 김영명

관련사진보기


하조대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곳에 낙산사가 있다. 해변에 있는 특이한 구조를 갖춘 사찰로서, 한국 3대 관음기도도량 중의 하나이다. 이 절은 2005년 일어난 큰 산불로 대부분 절 건물이 불타버렸다. 주요 건물들은 대부분 중건되었으나 아직도 곳곳에 산불의 흔적이 남아 있다.

산불을 이기고 낙산사 절 돌담 옆에 저절로 피어난 쑥부쟁이 흰꽃
▲ 쑥부쟁이 산불을 이기고 낙산사 절 돌담 옆에 저절로 피어난 쑥부쟁이 흰꽃
ⓒ 김영명

관련사진보기


그러나  해수관음상으로 가는 길옆의 까치밥나무는 빨간 열매를 해마다 열고, 토담 밑의 쑥부쟁이 꽃은 가을이면 흰 꽃을 보란 듯이 피우고 있다. 화마가 지나간 땅에 새 생명이 움트듯이 낙산사도 새롭게 태어나기를 빌어본다.

낙산사 해수관음상 가는 길목에 산불을 이겨내고 저절로 자란 까치밥 나무의 빨간 열매가 탐스럽다.
▲ 까치밥 나무 낙산사 해수관음상 가는 길목에 산불을 이겨내고 저절로 자란 까치밥 나무의 빨간 열매가 탐스럽다.
ⓒ 김영명

관련사진보기


해수관음상이 세워진 곳으로 가는 길목마다 새겨진 글귀가 생경스럽다.

<꿈이 이루어지는 길>
묘한 여운이 남는 글귀다. 한국불교가 중생들에게 쉽게 교리를 전파하기 위한 방편으로 삼은 기복 불교가 한국불교의 진면목처럼 비쳐지는 현실이 안타깝다. 모든 종교가 다 기복적 요소를 품고 있지만 유독 불교가 그런 측면이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복을 비는 길이 아닌 꿈이 이루어지는 길이라고 한다.
▲ 길 팻말 복을 비는 길이 아닌 꿈이 이루어지는 길이라고 한다.
ⓒ 김영명

관련사진보기


법당에서 복을 빌고 있는 수많은 신도들을 나무랄 수는 없다. 그러나 사부대중은 그 점을 조장해서는 안된다. 그것은 기복이 부처를 믿는 이유가 되어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복을 비는 길'을 '꿈이 이루어지는 길'로 바꾼다고 기복 불교의 가면이 벗어지는 것은 아니다. 복이나 꿈은 종교의 힘이 아닌 자신의 노력 여하에 달렸다는 것을 깨닫게 하는 것도 종교지도자들이 해야 할 일 아닐까.

화재방지를 위해 절 자체 소유하고 있는 소방차
▲ 낙산사 소방차 화재방지를 위해 절 자체 소유하고 있는 소방차
ⓒ 김영명

관련사진보기



태그:#동해안여행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1. 태어난 해: 1942년. 2. 최종학력: 교육대학원 교육심리 전공[교육학 석사]. 3. 최종이력: 고등학교 교감 명퇴. 4. 현재 하는 일: '온천세상' blog.naver.com/uje3 (온천사이트) 운영. 5. 저서: 1권[노을 속의 상념]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