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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병철 내정자는 학장·학회장 등 주요 보직을 두루 역임하여 조직관리 능력이 뛰어나 인권위 조직을 안정화시킬 수 있을 것이다."

 

지난 해 7월, 청와대가 밝힌 현병철 국가인권위원회 위원장 내정 사유다. "인권 문외한"이라는 비판을 받는 현병철 위원장을 부득불 위원장직에 앉힌 이유가 바로 '조직관리'인 셈이다. 그러나 인권위는 그 어느 때보다 소란스럽다. 외부의 "사퇴 촉구" 목소리가 사그라지지 않고 있음은 물론이고 내부의 내홍도 심화되고 있다.


계약직 그만둔 자리에 '경력직 공무원'채용 공고...계약직 두 번 죽여

 

가장 최근에 갈등을 빚은 것은 지난 19일 발표된 '전입 희망자 채용 공고' 때문이다. 인권위의 한 계약직 직원이 계약 기간 만료로 그만두게 된 상황에서 인권위가 채용 공고를 내며 지원 자격을 '경력직공무원'으로 한정해서 발표한 것. 그동안 인권위에서 계약직으로 일하던 이들에게는 자격조차 주어지지 않았다.

 

공고의 불공정성 외에도 또 다른 문제가 불거졌다. 인권위를 떠나게 된 당사자가 내부 게시판에 "그만 두는 날짜가 얼마나 남았다고 그걸 못 기다려서 전입을 받으려고 공고를 내다니, 저를 두 번 죽이시는군요"라며 "앞으론 이러지 마세요, 사람에 대한 예의가 아닙니다"라고 쓴 소리를 남긴 것에 대해 인사담당자가 "부적절하다"고 문제 제기를 한 것이다.

 

'현 위원장의 라인'이라는 평을 받는 인사담당자는 "개인의 인사 관련 사항 등을 공개적으로 거론하는 것은 지양되어야 할 것"이라며 "계약직공무원을 특별채용으로 임용할 수 있도록 하라는 식의 공개게시는 국가공무원 신분에 맞지 않는 행동이라고 생각된다"고 밝혔다.

 

"현 위원장 조금만 똑똑했어도 이런 식의 인사 하지 않을 것"

 

곧장 반발이 일었다. 한 직원은 내부게시판에 "몇 번이고 공고 글과 답 글을 보며 망연자실하고 있다"며 "이 상황이 요즘 인권위 돌아가는 상황과 자꾸만 일치돼 가슴이 아픕니다, 그리고 동료들이 무서워집니다"라고 글을 올렸다.

 

게시판에 글을 올린 또 다른 직원도 "올 초 위원장이 직원들의 사기 진작 방안을 마련하라고 지시한 바 있었는데, 그러니까 계약직은 직원이 아닌 것"이라며 "위원회가 이렇게 편 가르기를 하고 있는데 이 난국에 하나로 뭉칠 수 있겠습니까! 쌓이는 것이 불신이고, 깊어지는 것이 분열"이라고 비판했다.

 

한 직원은 <오마이뉴스>와 만난 자리에서 "5급 공무원이 다른 직원들의 불만에 대해 '자중하라'는 식으로 이야기한 것은 정말 문제가 많다"고 말했다. 인사담당자가 현 위원장의 위세를 등에 업고 과도한 '오버'를 했다는 것이다.

 

또 다른 직원도 "현 위원장이 조금만 똑똑했어도 이런 식의 인사를 하지 않았을 것"이라며 "아래 직급에서 진급시켜 그 자리를 채웠으면 조직도 세우고 현 위원장에게 충성할 사람도 생기고 일석 이조였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결국, 현 위원장의 라인 세우기는 성공했을 수 있으나 이후 인사관리 등의 측면에서 현명한 처신을 하지 않아 직원들이 반발이 높아지고 있는 것이다.

 

조직 이끌어 갈 '핵심의제' 세우지 못한 현 위원장

 

이것만이 아니다. 조직 관리 능력은 인사 뿐 아니라 조직을 힘있게 끌고 나가는 추동력에서도 발휘된다. 그러나 현 위원장은 인권위를 이끌어 갈 '핵심 의제' 조차 만들어내지 못하고 있다.

 

현 위원장이 지난 해 8월 "생활밀착형 인권을 추진하겠다"고 언급한 이후 1년이 훌쩍 지났음에도 '생활밀착형 인권'의 큰 그림은 아직까지도 그려지지 않았다.

 

지난 7월 취임 1주년을 맞아 인권위가 연 기자간담회에서 '생활밀착형 인권 의제'가 뭐냐는 질문에 현 위원장이 "노인·아동·장애인·이주민 등 사회적 소수자를 배려하는 일"이라고 흐릿한 대답을 내놨을 뿐이다.

 

인권위의 한 직원은 "현 위원장은 '생활밀착형 인권'의 개념에 대해 정립한 적이 한 번도 없다, 뿌리도 없고 가지도 없는 허황된 안"이라며 "위원장이 이야기를 던졌으면 사람을 부려서 참모들이 그림을 그리게 하던가, 똘똘한 참모가 알아서 안을 만들던가, 본인 스스로가 각을 잡든가 해야 하는 데 세 개가 모두 안 되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현 위원장 본인은 물론이고 현 위원장의 '라인'인 참모들 역시 무능하긴 마찬가지라는 것.

 

직원은 "국정감사 때 반박자료를 저렇게밖에 못 만드나 놀랐다"며 "현 위원장 스스로도 '내 주변에는 저런 사람 밖에 없나' 생각이 들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처럼 현 위원장은 정부가 그에게 내걸었던 기대치인 '조직관리' 마저도 제대로 해내고 있지 못한 상황이다. 인권위 내부 관계자는 "한 달만 있으면 유남영 상임위원이 퇴임하는데도 불구하고 운영규칙 개정안을 내 놓아 평지풍파를 일으킨 것만 봐도 조직관리가 매우 허술함을 알 수 있다"며 고개를 저었다.


태그:#인권위 , #현병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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