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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동강변에 위치한 경천대는 태백산 황지에서 발원한 낙동강 1300여리 물길중 경관이 가장 아름답다.  "낙동강 제1경"의 칭송을 받아 온 곳으로 하늘이 만들었다 하여 일명 자천대(自天臺)로 불린다.

 

일행과 함께 경천 전망대를 찾았다. 전망대는 경천대 관광 최고봉인 무지산(159m) 정상에 설치되어 있다. 지상 3층의 전망대에 올라가면 경북 상주시 사벌면과 중동면 사이를 가로질러 S자로 한가롭게 흐르는 낙동강이 보인다.

 

눈부시게 하얀 건너편 백사장! 어릴 적 섬진강가 백사장에서 친구들과 하루 종일 뛰놀다 등에 화상을 입어 몇 번이나 껍질이 벗겨졌던 백사장 모습과 같다. 조그마한 고무공을 가지고 양편으로 나눠 축구시합을 하면 발이 푹푹 빠져 잘 달리지 못한다.  달려가다 넘어져도 서로 깔깔거리며 즐겁기만 했던 모래사장 모습 그대로다.

 

물속이 훤히 들여다보여 금방이라도 조개와 다슬기를 잡을 것 같은 낙동강.  흙탕물로 범벅이 되어  강 중간에는 부유물과 오물을 제거하기 위해 오탁방지막이 띄워져 있다. 절벽 그림자가 드리워지는 강을 배경으로 지어진 드라마 '상도'촬영장은 그림 같은 모습이다. 

 

그러나 거울처럼 맑은 물이 흘러야할 강물은 상류의 4대강 공사 현장에서 내려오는 흙탕물과 거품으로 얼룩져 있다. 이곳은 하늘이 만들어줬다는 '경천대(擎天臺)다. 그런데 하늘이 놀라 '경천(驚天)'하지 않을까? 옛말에 '하늘의 뜻을 따른다'는 것을 순천(順天)이라고 했고 '하늘의 뜻을 거스르는 것'을 역천(逆天)이라했거늘! 옆에서 구경하던 한 관광객의 한탄이다.

 

"자연에도 기가 있고 기가 막히면 병이 납니다. 천년만년 흘러온 강을 저렇게 파헤치니 언젠가 벌 받을 겁니다."

 

건너편 중동면 반달모양의 들판 아래로 흐르는 강바닥과 절벽뒤쪽으로는 수십 대의 포클레인과 덤프트럭들이 부지런히 오가고 있다. 공사현장을 욕하며 지켜보는 사람들의 가슴이야 찢어지건 말건 상관할 바 아닌 듯이. 강변 곳곳에는  쌓아놓은 모래들이 산더미 같다.

 

정부에서는 하천에 토사가 많이 퇴적되어서 홍수를 제대로 흘려보내지 못하므로 범람이 우려된다고 주장하며 준설공사를 하고 있다. 그러나 강변에 쌓인 사구는 불필요한 퇴적물이 아니고 물을 정화하는 여과지이다.

 

<대한하천학회지>에 의하면 안동댐에서 낙동강 하구둑까지는 323㎞이다. 낙동강에서 준설하려는 4.4억 톤은 323㎞ X 6m(깊이) X 227m(폭)이다. 수심 6m는 아파트 2층 높이이며 사람이 접근하기에 위험한 깊이다.

 

현재는 여름철에 마을 사람들이 강가에 놀러가서 고기도 잡고 멱도 감는 즐거운 휴식 공간이지만 이처럼 엄청난 양의 모래와 자갈을 퍼낸다면 강가 백사장은 모두 추억 속으로 사라질 것이다. 대신 낙동강 저수지에는 모터보트, 요트, 수상스키 등의 부자들의 위락시설이 들어설 것이다.

 

정부에서 4대강 사업을 고집하는 이유 중 하나는 하상에 퇴적되어 있는 오염물질 때문에 하천수질이 악화되기 때문이라는 논리를 내세운다. 하지만 모래와 자갈은 물을 맑게 해준다. 물이 모래와 자갈층을 흐르며 정수기 역할을 한다.

 

게다가 물고기들이 알을 낳을 수 있는 장소를 제공하는 역할도 한다. 생태계의 보물단지나 다름없다. 사람들이 평소에도 함부로 모래를 퍼 담는 것을 꺼리는 것도 그런 이유다.

 

2004년에 나온 경기개발연구원의 연구에 의하면 준설에 의한 팔당호 수질개선 효과는 미미하며 오히려 오염원 차단이 더 중요하다는 결론을 낸 바 있다. 준설은 준설과정에서 생기는 수질오염, 재퇴적 가능성, 준설토 처리의 어려움, 과도한 비용 등 여러 가지 부정적인 영향이 너무 커서 효율성이 없다는 것이 학계의 공통적 의견이다.

 

정부는 4대강 사업에 22조 원을 투자할 때 34만 개의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다고  했다. 통계청 발표에 따르면 2003년과 2008년 사이 건설업에 1조 원이 추가로 증가할 때 건설업 일자리는 2149개~3848개 증가하는 데 그쳤다. 경천대 인근에서 벌어지는 공사현장에 서서 일하는 인부는 거의 보이지 않고 덤프와 포클레인만 오간다.

 

강은 원래 구부러지며 흐른다. 유속도 빨라졌다 느려지기를 거듭하며 우리와 호흡하는 생명체다. 오천 년 세월과 함께 한 아름다운 우리 강은 생명이 충만한 강이었다. 개발논리로 낙동강 주변에 산더미처럼 쌓아놓은 모래 높이만큼 한숨도 높아만 간다.

덧붙이는 글 | '희망제작소'와 '네통'에도 송고합니다


태그:#4대강공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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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과 인권, 여행에 관심이 많다. 가진자들의 횡포에 놀랐을까? 인권을 무시하는 자들을 보면 속이 뒤틀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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