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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철수 카이스트 석좌교수가 지난 15일 저녁 서울 충무로 CJ인재원에서 열린 CJ도너스캠프와 함께하는 오마이뉴스 '나눔특강'에서 "고민의 순간들과 그로부터 얻은 교훈들"을 주제로 강의하고 있다.
 안철수 카이스트 석좌교수가 지난 15일 저녁 서울 충무로 CJ인재원에서 열린 CJ도너스캠프와 함께하는 오마이뉴스 '나눔특강'에서 "고민의 순간들과 그로부터 얻은 교훈들"을 주제로 강의하고 있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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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닉슨 대통령과 중국의 마오쩌둥이 정상회담을 앞둔 시점에 어떤 신문사에서 전문가들을 대상으로 회담의 성공 여부에 대해 여론조사를 했습니다. 80%의 전문가가 실패할 것이라고 예상했습니다. 그러나 미국과 중국은 이 정상회담을 계기로 국교를 맺게 되었죠. 그 신문사에서는 전문가들을 다시 불러 "정상회담이 있기 전 여론조사에서 당신이 뭐라고 답했는지 기억나느냐?"는 설문을 했습니다. 그랬더니 80%의 전문가들이 '자기는 정상회담이 성공할 것이라고 썼다'고 답변했죠.

이런 현상을 사후 판단 편향(creeping determinism)이라고 합니다. 사람들은 누구나 자기가 편한 대로 믿으며 자기 보호를 위해서 스스로를 속이며 살아갑니다. 그래서 현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이 자기를 잘 모르죠."

'한국의 2030세대가 가장 닮고 싶어하는 창의적인 사람' 안철수 한국과학기술원(KAIST) 석좌교수의 인생 충고는 '너 자신을 알라'였다. 안 교수는 지난 11월 15일 <오마이뉴스>와 CJ 도너스캠프가 공동 주최한 나눔특강에서 "선택에 앞서 고민을 하는 순간이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순간"이라며 "인생의 방향을 건 선택을 할 때에만 자기 합리화의 덫에서 벗어나서 진짜 자기 모습을 알 수 있다"고 말했다.

안 교수는 이날 의대 교수에서 컴퓨터 바이러스 백신 프로그래머를 거쳐 백신 프로그램 회사 CEO, 경영학을 가르치는 교수가 되기까지 자신이 부딪혔던 고민들의 과정을 설명하며 더 나은 선택을 할 수 있는 방법을 소개했다. 그는 "운은 기회와 준비가 만나는 순간" 이라며 "어려운 시기 다음에는 100% 기회가 오지만 준비가 되어있지 않다면 그 기회는 다른 사람에게 흘러간다"고 말했다.

고민이 진짜 '나' 알게한다

안 교수의 인생 첫 번째 고민은 지난 1984년, 의대에 들어가 박사과정 첫 학기 때 컴퓨터 백신 프로그램의 세계를 만나면서 시작됐다. 오전 3시부터 6시까지는 컴퓨터 백신 프로그램을 만들고 6시부터 오후 10시까지는 의사로 사는 삶이 7년간 지속됐다. 안 교수는 "프로그래머를 할 것인가 의사를 할 것인가 선택해야 하는 시기가 찾아오자 무서웠다"고 말했다.

"어떤 것이 더 의미 있고, 재미 있고, 잘할 수 있는 일인지를 기준으로 6개월 동안 고민했어요. 제가 살면서 가장 고민을 많이 하고 교훈을 많이 얻었던 시기죠. 무엇보다 그때 내가 어떤 사람인지 알게 되었습니다."

명확한 기준이 있었지만 10년이 넘게 걸어온 의료인의 길을 접는다는 것은 사실 쉬운 일이 아니었다. 안 교수는 인생 진로를 놓고 선택할 때 필요한 요령으로 두 가지를 꼽았다. 하나는 '그동안 살아 온 과거를 잊는 것', 다른 하나는 '주위 평가에 연연해서는 안 된다는 것' 이었다.

"사람이 열심히 살다보면 뭘 가지게 됩니다. 그러면 그 다음의 결정은 그것을 놓지 않는 범위 내에서 하려고 하는 게 사람이더라고요. 중요한 결정을 할 때는 성공이든 실패든 과거를 잊어야 합니다. 또 주위 평가를 지나치게 의식할 필요가 없는 것 같아요. 제가 카이스트에서 학생들을 가르쳐보니까 1, 2학년 때는 문제가 없는데 3학년이 되고 자기 전공이 적성에 안 맞는다는 것을 알게 되는 뒤늦게 알게 되는 경우가 있어요. 그런데 (주위 시선 때문에) 과감하게 전공을 바꾸지 못하면 곧 방황하게 되더군요."

"자기 현실을 잘 파악하고 준비해야 기회를 잡는다"

결국 안 교수는 의료인을 그만두고 컴퓨터 백신 프로그램을 만드는 기업을 만들었다. 좋아서 시작했지만 앞길을 전혀 예측할 수 없는 길이었다. 안 교수는 "진로를 바꾸었을 때 정신적·육체적 어려움과 더불어 그동안 인맥도 다시 만들어야 한다는 것 등등 모든 것이 어려웠다"고 설명했다.

"보통 고통이 아니더군요. 카이스트 교수로 왔을 때도 적응하느라 한참 고생했어요. 그런데 유일한 선물이 하나 주어졌습니다. 새로운 일을 하는 사람이 그전까지 그 일을 하던 사람보다 모든 게 불리한데 한 가지 유리한 점이 있다면 너무 당연한 상식들도 다시 보게 되고 새로운 해석을 하게 된다는 거에요. 제 경우에는 거기서 차이가 생기고 그게 큰 경쟁력이 되었습니다."

안 교수는 "회사를 만들 때부터 이 회사의 존재 의미가 무엇인지 계속 생각했다"며 "10년 안에 안철수 연구소가 없다면 이 세상이 뭔가를 잃어버리는, 그런 회사를 만들어보고 싶었다"고 말했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일터이기도 하고 돈도 버는 곳이지만 무엇보다 사회를 풍요롭게 만드는 기준이 되는 회사를 만들고 싶었다는 얘기다.

안철수 카이스트 석좌교수의 강의에 참석한 350여 명의 수강생들이 강의를 듣고 있다.
 안철수 카이스트 석좌교수의 강의에 참석한 350여 명의 수강생들이 강의를 듣고 있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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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 교수가 만든 안철수연구소는 창업 이후 매년 거의 2배씩 성장을 기록하며 10년만에 '한국의 존경받는 기업 10개'에 포함됐다. 그리고 자신의 경영 지식을 더 많은 사람과 공유하기 위해 경영학 공부를 해서 지난 2007년부터는 한국과학기술원(KAIST)에서 경영학과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다. 의사 출신 컴퓨터 프로그래머가 10년 만에 성공한 벤처기업을 만들 수 있었던 비결은 무엇이었을까. 안 교수는 '직원들에게 많은 기회를 주려고 노력했던 것"과 분식회계 등 편법을 사용하지 않고 위기때 근본적인 문제를 고치려고 했던 것'을 이유로 꼽았다.

"회사나 인생이나 문제는 어려운 시기에 고쳐야 하는 것 같아요. 어려운 시기 다음에는 모든 사람에게 기회가 오더군요. 그런데 그때 자기가 준비가 되어있지 않으면 그 운이 다른 사람에게 흘러갑니다. 나한테 먼저 온 기회를 내가 못 가지고 다른 쪽으로 흘려보내게 되면 상대적인 격차가 벌어지면서 내가 추락하게 되는 것 같습니다. 결국 기회가 온 것을 자기 것으로 만들기 위해서는 자신의 현실을 잘 파악하고 준비해야겠죠."

안 교수는 강연회에 참석한 청중들에게 "여러 번 진로를 바꿨다고 해서 그동안 보냈던 시간이 인생의 낭비는 아니다"라며 가급적 많은 경험을 해 볼 것을 강조했다. 그는 스티브 잡스의 스탠퍼드대 축사를 예로 들며 "젊었을 때 마음가는대로 살았던 여러 분야의 경험들이 나이가 들어 어느 순간 뒤돌아보면 연결이 된다"고 말했다. 안 교수는 "엘리트들에 비해 좌충우돌하며 인생을 살아온 사람들은 나이가 들면 들수록 더욱 경쟁력을 갖게 된다"며 강의를 마쳤다.


태그:#안철수, #나눔특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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