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규직화를 요구하며 14일째 울산공장 1공장 점거 파업을 벌이고 있는 현대차 비정규직노조가 28일 오후 기자회견을 열어 "특별교섭에 참가하기로 했느나 정규직화에 대한 성과 있는 합의 없이는 농성을 중단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회사측은 곧이어 정규직노조와 한 면담에서 농성 해제를 먼저 할 것을 고수해 협상에 난항이 예상된다.
앞서 금속노조, 정규직노조, 비정규직노조 등 3주체는 26일~27일 릴레이 회의를 통해 몇가지 안을 마련했고, 비정규직노조 조합원들은 이 안을 놓고 토론을 벌여 이같이 결정했다.
3주체 합의 내용은 ▲현대차에 특별교섭 개최와 창구 요구 ▲특별교섭단 구성 ▲농성장의 비정규직 고소고발, 손해배상, 치료비 등 해결 ▲농성자의 고용 보장, 비정규직 지회 지도부의 사내 신변 보장 ▲불법파견 교섭에 대한 대책 요구 등이다.
현대차 비정규직노조는 "전체 조합원 토론을 거쳐 쟁대위에서 최종 입장을 정리했다"며 "금속노조, 현대차지부, 비정규직지회로 구성된 특별교섭단을 구성하고, 현대자동차에 교섭을 요구하자고 결정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노조는 "불법파견 정규직화를 위한 투쟁 과정에서 발생한 고소고발, 손해배상, 고용보장, 지도부 신변보장도 필요하지만 정규직화에 대한 성과 있는 합의가 가장 먼저 논의돼야 한다고 결정했다"고 강조했다.
기자회견이 있은 뒤 현대차 강호돈 부사장은 현대차 정규직노조 간부들과 한 면담에서 "지난 13일간의 불법점거로 현재까지 1만5900여대의 생산차질, 1800억 원 이상의 매출손실을 입었다"며 "신차 효과 상실과 사회, 정치적 문제로 확산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또 "회사는 대화를 통한 문제해결 노력에 적극 공감하지만 교섭이라는 것이 사용 종속관계를 전제로 근로조건과 관련된 사항에 대해 논의하는 것이므로, 오해의 소지를 없애기 위해 별도의 '협의' 명칭이 적합하다"며 여전히 비정규직노조를 인정하지 않았다.
다만 강 부사장이 "협의 주체는 회사, 현대차지부, 협력업체, 하청지회로 구성되는 것이 원칙"이라고 말해 비정규직노조를 협상 테이블에 초대했다는 것이 변화라면 변화다.
"2006년, 농성 풀었더니 구속, 탄압"
현대차 비정규직노조는 기자회견에서 "지난 2005년~2006년 파업 당시 대화를 전제로 일시 파업을 중단하고 농성을 풀었지만 그 이후 회사가 칼을 들이댔다"며 "지도부를 구속하고 고소 고발을 철회하지 않았고, 조합원을 징계하고 노조를 박살냈다, 회사를 믿지 못하는 것은 회사의 과오"라고 상기했다.
지난 2004년, 노동부는 현대차의 하청노동자가 불법파견이라고 결정을 내렸다. 노동부가 당시 현대자동차의 127개 사내하청업체 9000여 명의 사내하청노동자들이 전원 불법파견이라는 판정을 내린 것. 하지만 이후 정부나 회사측은 그 어떤 조치도 취하지 않았고, 결국 다음해인 2005년 9월 3일 현대차 비정규직노조 조합원 류기혁씨가 노조사무실에서 목을 매 자결했다.
이후 조합원들이 회사내에서 고공농성을 벌이며 불견파견 철폐를 요구했지만 농성 해제 후 노조 간부 13명이 구속돼 실형까지 사는 등 고초를 겪었다. 비정규직노조는 이런 점을 상기한 것.
한편 민주노동당 소속 울산시의원 7명과 전교조 출신 정찬모, 이선철 교육의원은 '교섭을 통한 불법파견 노동자의 정규직 전환과 현대자동차 파업의 평화적 해결을 촉구하는 결의안'을 발의했다.
이들 9명은 결의안에서 "현대자동차가 불법파견 노동자의 정규직 전환을 위한 교섭에 나설 것과 농성자에 대한 인권을 보호하고 물리적 대응을 중단할 것"을 촉구했다. 또한 "울산광역시가 노사간 대화의 창구를 열 수 있도록 적극적인 중재자 역할을 할 것"을 요구했다.
민주노동당 분석 자료에 따르면 현재 울산시민 114만여명 중 20세이상 시민은 89만명이고, 이 중 정규직 노동자는 41만명, 비정규직 노동자는 22만명으로 추산된다.
이와 관련 민노당 울산시의원단은 "시민의 대의기구인 울산시의회는 비정규직 문제는 울산시민의 문제이며, 비정규직 파업사태의 평화적 해결이 울산의 노사관계를 변화시키고 경제발전의 메시지가 될 것이라고 믿는다"며 "또한 좋은 일자리 창출과 시민의 복리증진에도 기여할 것이라고 확신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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