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 호주에서 처음으로 절감 했었다. 땅덩어리가 큰 나라에 대한 부러움. 물론 대한민국 땅덩어리가 컸다면 서울이라는 거대한 메가시티(mega city)는 만들어지기 힘들었을 테고, '불꽃스피드'를 동반한 인터넷 네트워크 구축도 힘들었을 것이다. 하지만 땅이 넓은 나라에서 확연히 보이는 공간의 여유는, 삶의 윤택함과 여유로움으로까지 느껴졌던 기억이 있다.
하지만 남북한을 합친 한반도 면적의 5배 정도인 에티오피아에서는 도로 등 인프라가 구축되어 않아 '공간'의 여유는 극복해야 할 대상이었다. 대부분의 아프리카 국가들이 그러하듯.
에티오피아 수도 아디스아바바의 아우토비스테라(중앙버스터미널)에서 출발하는 여정은 새벽 다섯시에 모인 사람들의 북적거림으로 시작된다. 각자의 도착지를 향하는 버스에 올라타고, 먼동이 터 올 무렵 버스가 차면 그제서야 떠나게 된다.
털털 거리는 버스를 타고, 세 사람 자리에 넷이 붙어 앉아 당일치기로 도착 가능한 곳이면 괜찮은 여정이다. 하지만 1박2일 혹은, 이틀 내내 가야 하는 여정이라면, 더구나 초행길이라면 정신 차리고 눈과 귀를 열어야 한다.
수도인 아디스아바바로부터 케냐와의 국경마을인 모얄레까지도 그랬다. 이틀이 걸리기 때문에 하룻밤을 딜라(Dila)라는 마을에 머물러야만 했다. 겪은 후엔 아무것도 아닌 일이지만, 처음 겪을 때는 늘 허둥거리고 당연한 것도 헷갈리게 마련이다.
사진 곳의 이 곳이 하루 묵어간다는 딜라인 것 같기는 한 데... 옆에서 나랑 얘기하던 여대생도 인사를 하고 내려버리고 사람들이 딜라라는 마을에 들어서면서 계속 내리는 것 같았다.
'어떻게 해야하지? 도대체 이 사람들은 왜 내리는거야? 모얄레 가는 사람들이 아닌가? 정류장이 따로 없나?'
혼자서 드는 물음표들을 차마 뱉지 못한 채 차장이 멀리 떨어져 있기에 잠자코 있기로 했다. 결국 버스터미널 같은 곳에서 버스는 최종적으로 정창를 했고, 사람들은 각자의 길을 가느라 버스에서 내리기 바빴다. 내리는 사람들에게 물으니 영어로는 말이 통하지 않았다. 내가 할 줄 아는 이들의 언어 암하릭(Amharic)으로는 인사나 하고, 일상적인 단어구사만 할 수 있을 뿐이어서 난감했다.
'이 곳에서 각자 하루 알아서 자는건가? 그러면, 버스 위에 올려진 내 짐은? 내일 몇 시에 다시 와야 하지? '
내 눈이 물어볼 적절한 사람을 물색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 보다는 사람들이 날 발견하는 게 더 빨랐다.
"너, 어디가는 중이야?" "모얄레요."
승무원인 듯한 남자가 다행히 영어로 물었다. 그는 목적지를 듣더니, 잠깐 주위를 살핀다. 승객들이 버스에서 거의 다 내렸다. 눈에 띄는 내 행로를 궁금해 하며 우리의 대화를 듣고 있던 한 무리의 사람들이 나서며 얘기한다.
"괜찮아 우리랑 같이 가면 되지. 내일 아침에 같이 오면 되. " "그래, 이 사람들 따라가. 내일 아침 다섯 시까지 이 사람들이랑 함께 오면 되. 짐은 그냥 두고 가도 상관없어. "
혼자서는 한숨 나올만한 일. 어디서든 하루를 어디서 묵어야 할 지가 가장 난감한 문제 증 하나다. 하지만 이렇게 사람들의 도움을 입어 저렴한 곳에서 하루를 머물고, 다같이 새벽에 이동한다는 것은 나로선 큰 수확이 아닐 수 없다
때로는 이렇게 손을 대지 않고, 코를 풀기도 한다. 무언가 결정을 해야 하는 귀찮고 신경 쓰이는 과정이 생략되어지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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