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민주당 노동위원장을 맡고 있는 홍영표 의원이 현대차의 한 관계자를 만났다. 홍 의원은 "현대차 같은 글로벌 기업이 불법파견노동을 방치하면 되느냐?"고 따지면서 물었다.
"현대차 사내하청을 다 정규직하면 얼마의 비용이 들어가느냐?""5000억 원 정도 들어간다."올해 당기순이익 3조8703억 원을 낸 현대차가 '5000억 원' 때문에 한국사회 최대 노동현안으로 떠오른 비정규직문제를 외면하고 있는 걸까?
과연 '비용' 때문에 사내하청 정규직화 못하나?이와 관련, 홍영표 의원은 30일 야 5당과 민주노총이 공동으로 연 토론회에 참석해 "현대차가 계산한 5000억 원은 사실과 다른 것 같다"며 "추가급여는 물론이고 복리후생비 등 간접비용까지 다 합쳐도 2000억 원 정도밖에 들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홍 의원은 "1인당 추가비용이 3000만 원이라고 가정하더라도 2400억 원밖에 안 들어간다"며 "좀 더 정확한 분석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홍 의원은 글로벌기업 현대차가 몇천억 원의 추가비용 때문에 노사갈등의 핵심인 '사내하청 정규직화' 문제를 방치하고 있는 것은 아니라고 보고 있었다. '다른 이유'가 있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구조조정이 필요한 시기에 비정규직을 범퍼로 활용해 쉽게 정리해고를 하려고 하는 것이 첫 번째 이유다. 또한 현대차가 정규직화 협상을 못하는 데에는 '총자본'의 요구가 있다. (제조업 분야에) 광범위한 사내하청이 있기 때문에 현대자동차만의 문제가 아니다. 그래서 불편파견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 그대로 가져가려 한다."이와 관련, 이날 토론회 발제자 중 한 명인 이상호 금속노조 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현대차는 사내하청 노동자의 정규직화에 필요한 자금을 충분히 가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현대차는 "사내하청 1만 명을 정규직화할 경우 3조 원의 비용이 들어간다"고 주장해왔다. 하지만 이상호 연구위원은 "그런 주장들이 사실이 아니라는 것은 현대차의 재무재표와 경영실적만 봐도 금방 확인된다"고 반박했다.
현대차는 2010년 상반기에 매출 17조9783억 원에 영업이익 1조5660억 원, 당기순이익 2조5170억 원을 기록했다. 전년도 매출액과 대비해도 27.4% 늘어났고,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은 각각 93.1%와 142.8%의 큰 증가세를 보였다. 홍영표 의원이 제시한 자료에 따르면, 현대차는 3분기까지 매출 26조8255억 원, 영업이익 2조3179억 원, 당기순이익 3조8703억 원을 기록했다.
현대차그룹의 또 다른 계열사들인 기아차와 현대모비스, 현대제철도 매출과 영업이익, 당기순이익에서 큰 폭의 증가를 나타냈다. 게다가 2010년 1분기 말 현재 현대차는 6조6216억 원, 현대제철 1조8272억 원, 기아차 1조7853억 원의 현금성 자산을 보유하고 있다. 이들의 보유액은 유가증권 상장법인 560개사가 보유한 현금성자산(67조8917억 원)의 15%를 차지하고 있다.
이상호 연구위원은 "하지만 그러한 성장에 어울리는 고용은 하지 않고 있다"며 "2006년 12월 말 당기순이익 1억 원당 고용된 노동자수가 3.54명에서 2009년 12월 말 현재 1.79명으로 줄었다"고 지적했다.
이 연구위원은 "(반면) 고용되어 있는 소속 노동자 1인당 당기순이익은 2006년 말 2800만 원에서 2009년 말 현재 5600만 원으로 두 배나 증가했다"며 "이는 현대차그룹이 영업실적의 지속적인 호조에도 불구하고 고용창출을 회피하고 필요노동력을 비정규직이나 외주화를 통해 대체했음을 보여준다"고 주장했다.
이어 이 연구위원은 "지난 10년간 현대차 자본의 사상 최대 실적과 급속성장을 받쳐주는 핵심 원천은 필요인력을 정규직으로 채용하기보다 비정규직으로 대체하고 사내하청 노동자들을 불법파견으로 이중착취하면서 생긴 수익"이라고 일갈했다.
현대차의 올해 당기순이익의 10%나 보유 현금성 자산의 2.5%만 있어도 사내하청의 정규직화가 가능하다는 것이 이상호 연구위원의 결론이다.
하지만 토론자로 참석한 김정진 진보신당 부대표는 "'총자본 대 총노동의 대결'이라고 하는데 그런 표현을 할 정도의 계급전쟁이 벌어지고 있는 것은 아니다"라며 "오히려 현대차는 (홍영표 의원이 얘기한) 2000억 원이 아까워서 정규직화를 안 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노조진영도 사내하청 정규직화의 기준과 절차 고민해야"이날 토론회에서 최근 대법원과 고등법원에서 판결한 것처럼 구 파견법에 따라 2년 이상 근무한 사내하청 노동자의 경우 현대차가 직접 고용해야 한다는 데는 큰 의견 차이가 없었다.
또 다른 발제자인 박수근 한양대 교수는 "사내하청이라도 합법적인 노무도급이라면 이들은 원청회사와 고용관계가 없기 때문에 그들의 노동조합이 직접 고용을 단체교섭에서 요구한다면 원청회사는 이에 응할 의무가 없다"고 주장했다.
박 교수는 "하지만 합법 또는 불법의 파견이라도 2년을 초과하여 파견법에 의해 직접 고용이 간주되었거나 고용할 의무가 원청회사에 발생한 경우에는 해당 근로자 또는 이들이 조직한 노조은 원청회사에 이를 이행하라고 단체교섭에서 요구할 수 있다"고 말했다.
또한 이상호 연구위원은 현대차 사내하청 문제 해결과 관련 "회사 일방의 임의적이고 선별적인 정규직화를 막아내고 공정하고 투명한 정규직화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 연구위원은 "노조 3주체와 현대차 최고경영진의 특별교섭이 이루어진다고 하면 과연 어떤 기준과 절차를 통해 사내하청의 정규직화 문제를 해결할 것인지가 교섭 타결의 관건이 될 것"이라며 "민주노조운동진영도 이 문제에 대한 고민과 논의를 미루지 말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적어도 2007년 7월 1일 이전 입사자 중 2년 이상 사내하청 노동자의 경우 소위 기존 정규직과 동일한 형태의 정규직화가 되어야 할 것이다. 다만 신파견법의 적용을 받는 2년 이상 근무자와 2년 이하의 사내하청 노동자에 대한 해결방안은 불법파견의 철폐와 직접고용으로 전환을 기본원칙으로 하여 노사정 모두의 인내와 결단을 모아낼 수 있는 공정하고 투명한 해결방안이 만들어져야 할 것이다."특히 이 연구위원은 "시민사회단체, 학계 및 법조계 주요 인사들이 참가하는 전사회적 차원의 조정과 중재기구가 더 필요할 것"이라며 "특히 현대차의 문제에 한정시키지 않고 위장도급과 불법파견에 대한 전반적인 논의를 할 수 있는 제시민사회·노동·경제·정당단체의 '원포인트 사회적 협의기구'를 구성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