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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M대우차비정규직지회 소속 황호인씨가 1일 오전 6시 10분께 GM대우 부평공장 정문 아치에 오르고 있다. 이들은 해고자 복직과 정규직화를 요구하며 현재 고공 농성을 진행하고 있다.
 GM대우차비정규직지회 소속 황호인씨가 1일 오전 6시 10분께 GM대우 부평공장 정문 아치에 오르고 있다. 이들은 해고자 복직과 정규직화를 요구하며 현재 고공 농성을 진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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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M대우 비정규직회 황호인, 이준삼씨가 1일 오전 6시 10분 께 부평공장 정문 아치를 점거했다.
 GM대우 비정규직회 황호인, 이준삼씨가 1일 오전 6시 10분 께 부평공장 정문 아치를 점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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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해를 한 달 남겨 놓은 1일 오전 6시 10분께 젊은이들 한 무리가 현수막과 사다리를 들고 GM대우 부평공장 정문을 향해 내달렸다. '비정규직 차별 철폐, 해고자 복직' 현수막을 들고 자욱한 안개를 뚫고 달린 이들은 전국금속노조 GM대우차비정규직지회 조합원들과 사회단체 회원들이었다.

부평공장 정문에 도착한 이들 중 두 명은 정문 아치 위로 올라가 '해고자 복직과 불법파견 중단'이라고 적힌 대형 현수막을 펼치고 구호 등을 외쳤다. 그 두 명은 황호인(40)씨와 이준삼(32)씨. GM대우 부평공장에서 일하다 해고된 비정규직지회 조합원들이다.

고공 농성에 돌입한 황호인 조합원은 현장에서 <부평신문>과 한 전화 인터뷰를 통해 "회사로부터 해고를 당해 무려 3년 동안 천막농성 등을 해보았지만, 문제 해결의 실마리를 찾을 수 없었다"며 "GM대우가 우리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게 하는 방법으로 어쩔 수 없이 이런 행동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아치 아래에서도 출퇴근하는 정규직 조합원들에게 유인물을 배포하면서 '해고자 복직과 정규직화 실시'를 요구하는 구호 등을 외쳤다.

경찰은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오전 7시 30분부터 응급차량과 매트리스를 실은 차량 등을 공장으로 이동시켰다. 이른 아침 기습적인 시위라 경찰이나 회사 측과의 마찰은 크게 발생하지 않았다. 이후 회사 측 직원 100여 명, 경찰과 일정한 거리를 두고 대치하고 있는 상황이 계속 지속됐다.

이어 비정규직 지회 조합원들과 인천지역 사회단체는 오후 1시에 고공농성 중인 비정규직 조합원 앞에서 연대 집회가 열었으며, 이때 고공농성자가 정문 아치 위에 앉아 농성을 지속할 수 있도록 판자를 올려주려는 시도가 있었다. 이때 이를 저리하려는 회사 측 노무팀 70여 명과 연대 단체 100여 명과 충돌이 있었다.

오후 4시 50분 현재 고공 농성은 계속되고 있으며, 오후 6시부터 촛불문화제가 열릴 예정이다.

현대차 이어 비정규직 투쟁 '재점화'

2007년 9월 설립한 GM대우차비정규직지회는 부평공장 서문에서 3년 넘게 '비정규직 해고자 복직' 등을 요구하며 천막농성을 벌여왔다. 이들의 이번 정문 아치 점거농성은 울산 현대자동차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공장 점거 농성을 인천에서 다시 점화한 셈이다.

현대자동차 울산공장 사내하청(비정규직)노조 지회장을 비롯해 비정규직 수백 명은 공장 일부를 17일째 점거하고 농성하고 있다. 울산 현대차 비정규직 투쟁은 지난 7월 대법원이 '현대차 사내하청이 불법 파견'이라는 판결을 내리면서 촉발됐다.

GM대우 비정규직들도 이러한 대법원 판결과 현대차 비정규직 투쟁을 보면서 투쟁 수위를 높인 것으로 보인다. GM대우차비정규직지회는 '해고자 복직과 원청 사용자성 인정, 비정규직 철폐' 등을 요구하며 135일의 교통정보 수집용 탑 고공농성, 마포대교와 한강대교 시위 등 강도 높은 투쟁을 벌인 바 있다.

GM대우 비정규직 지회 조합원들과 인천지역 사회단체 관계자들이 GM대우 비정규직 문제의 조속한 해결을 주장하고 있다.
 GM대우 비정규직 지회 조합원들과 인천지역 사회단체 관계자들이 GM대우 비정규직 문제의 조속한 해결을 주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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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M대우 비정규직 투쟁, 전국 현안으로 부상할까?

3년 넘게 해고자 복직과 정규직화 실시 등을 요구하며 천막농성을 진행해온 GM대우 비정규직 투쟁은 최근 소강국면에 접어든 분위기였다. 농성 3주년 기념집회에서 GM대우 정규직노조와 사무노조 등과 연대해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천명했지만, 해법은 좀처럼 나오지 않았다. GM대우 측은 '원청의 사용자성'을 전혀 인정하지 않으면서 '하청 업체 직원에 대해서는 고용을 책임질 수 없다'는 의사를 고수해왔다.

이런 상황에서 대법원이 원청 사용자성을 일부 인정하고, 현대차 사내하청 비정규직들이 공장을 점거하는 투쟁을 벌이면서, 소강국면에 접어든 GM대우 비정규직 투쟁이 다시 점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이번 투쟁에 대해 신현창 GM대우차비정규직지회 지회장은 "2009년 파생상품 투자를 통해 3조 원에 달하는 경영 손실을 초래하고, 모기업인 GM의 파산을 이유로 부평공장 내 1000 여 명의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사실상 해고했다"며 "생산이 정상화됐지만, GM대우는 사내하청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회사 직원이 아니다'라는 이유로 3년 넘게 천막농성을 하고 있는 비정규직지회와는 일체의 대화도 하지 않았다"고 과정을 설명했다.

이어 "법원이 사내하청 노동자들에 대한 원청의 사용자성을 인정한 만큼, GM대우는 지금이라도 해고된 비정규직을 복직시키고 정규직화해야 한다"면서 "이번 투쟁은 GM대우 비정규직 문제를 전국화하기 위한 투쟁"이라고 말했다.

GM대우 부평공장 정문 주변.
 GM대우 부평공장 정문 주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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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M대우 비정규직 투쟁이 현대차보다 어려운 까닭

GM대우차비정규직지회가 4년 가까이 천막농성을 벌여왔지만, 현대차 비정규직 문제처럼 전국 이슈로 부상하지 못하고 있다. 2008년 이후 비정규직 1000명이 넘게 '정리해고'된 상태라 투쟁 동력이 부족하고, GM대우 정규직 노조를 비롯한 지역 노동계와 시민사회 등의 지원을 제대로 못 받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정규직 노조는 수년째 '대화 통로를 가지고 있다'는 의사만 되풀이할 뿐 이렇다 할 해법을 내놓지 못했다. 특히 올해 임금·단체협약 협상과정에서 비정규직 문제는 거론되지도 못했다.

전국금속노조 GM대우차지부 관계자는 <부평신문>과 한 전화 인터뷰를 통해 "개인 소견으로 비정규직 문제는 사회적 대타협을 하지 않고서는 해결하기 어렵다. 단사 차원에서 해결할 방안이 아니다"라고 한 뒤 "비정규직 문제에 대해 논의는 계속해오고 있으나, 노조 전임자 문제 등 정규직 직원들의 문제도 상당히 많다"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황호인씨는 GM대우 부평공장 정문 아치에 올라가 점거 농성을 벌이고 있다. 아치는 장기 농성을 할 수 없는 조건을 갖추고 있어, 추락 등의 위험에 황 씨가 노출돼 있다.
 황호인씨는 GM대우 부평공장 정문 아치에 올라가 점거 농성을 벌이고 있다. 아치는 장기 농성을 할 수 없는 조건을 갖추고 있어, 추락 등의 위험에 황 씨가 노출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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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규직 노조, 비정규직 투쟁 엄호할까

GM대우 관계자는 비정규직지회의 요구에 대해 "우리는 하청업체와 계약을 종료한 것이다. 그들에 대한 정리해고 등은 우리의 잘못이 아니다. 그들은 도급업체 직원이지 GM대우 직원이 아니다"라며 "현재는 추가적인 인력 공급 등의 계획은 없기 때문에 비정규직의 정규직화와 복직 계획은 전혀 없다"고 밝혔다.

1일 농성 현장에서 만난 정규직노조 관계자는 "우리는 전혀 몰랐다. 사전에 교감이 없었다. 우리도 아침에 조합원들에게 선전물을 나눠주러 왔다가 점거 농성 현장을 목격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농성 현장에서 만난 민주노총 인천지역본부 관계자는 "추영호 (GM대우차지부) 지부장도 비정규직 동지들의 이번 점거 농성 투쟁을 어제 들었을 것"이라며 "경찰에 의해 농성이 중단될 수 있지만, 사측에서 농성자를 끌어내리는 것을 정규직노조에서 막아줄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지역 시민사회와 노동계가 함께 연대해 투쟁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이번 점거 농성이 민주노총 인천지역본부 차원에서 사전에 논의되고 지역에서 연대할 분위기라 사측에 의한 강제 해산은 쉽지 않아 보인다. 경찰 진압도 마찬가지다. GM대우차비정규직지회는 이달 말까지 정문 앞 집회 신고를 마친 상태다. 또한 이들이 점거한 정문 아치의 경우 건조(建造)물이 아닌 광고물이기 때문에 건조물 침입죄나 업무방해 혐의 등을 적용하기가 쉽지 않다.

그렇지만 추운 날씨뿐만 아니라, 아치가 앉을 수 없는 형태라 이들의 장기간 농성은 불가능해 보인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부평신문(http://bpnews.kr)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GM대우, #비정규직, #현대자동차, #정규직노조, #GM대우 부평공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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