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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 4일 오후 7시. 울산 현대자동차 공장 정문 앞에서는 촛불문화제가 열렸습니다. '48시간 공동행동'을 주제로 토요일 오전 8시부터 일요일을 지나 월요일 아침 8시까지 정문 앞에서 연좌 농성을 진행하는 것입니다.
 
지난 11월 15일부터 현대자동차 울산공장 1공장 점거파업이 시작됐고 매주 토, 일 현대차 사측의 1공장 점거 파업 침탈이 예상되어 전국 노동 형제들과 불법파견 정규직화를 돕고자 하는 많은 사회단체가 모여서 노숙농성을 해왔습니다. 이번 12월 4일(토)과 5일(일)에는 '촛불아 모여라'는 주제로 '제3차 48시간 비상시국 농성'을 한다고 했습니다.

 

'[긴급지침] 08시 현재 1공장 침탈중. 지금 즉시 정문 앞으로 집결 바랍니다'

 

1공장 점거 파업을 이끌고 있는 이상수 지회장이 4일 오전에 문자를 보내 왔습니다. 저는 현대자동차 사내 하청에 10여 년 다니다 정리해고된 상태고 7월 22일 대법원에서 불법파견 판결이 나서 다시 비정규직 노조에 가입 복원을 해 둔 상태입니다. 그러나 가족 생계 문제로 날품팔이 다니느라 이번 1공장 점거 파업하는 데 그리 크게 도움 주지 못하고 있는 상태입니다. 그러나 저도 불법파견 정규직화의 꿈을 안고 조금이나마 그 불법파견 정규직화 투쟁에 동참하고자 매일 오후 8시부터 9시까지 야간조 출근시간에 맞춰 구정문 앞에서 촛불을 들고 있습니다.

 

이상수 지회장으로부터 그런 문자를 받고 일하면서도 걱정이 태산 같았습니다. 무사해야 할 텐데. 파업에 참가하는 비정규직 노동자가 많이 다치면 어쩌나 하는 생각으로 하루를 보냈습니다. 몸은 비록 거기 없지만 마음만은 늘 그들과 함께 있습니다.

 

토요일 일당벌이를 마치고 오후 7시에 하는 촛불문화제에 가보았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정문 앞에 모여 촛불문화제를 지켜 보았습니다. 전국에서 활동하는 문화단체가 와서 재밌는 공연을 했습니다. 투쟁도 재밌게 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노동자가 해방감을 맛볼수 있을 때가 바로 투쟁할 때가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다른 비정규직 노동자에게 공장 안 상황을 물어보니 다행히 조합원들이 온 몸으로 침탈을 막았다고 했습니다.

 

1공장 점거 파업이 시작된 지 3주가 지났습니다. 그 사이 판이 많이 커져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금속노조와 민주노총이 함께 하고 있고 전 세계 노동단체도 현대자동차 비정규직 노동조합의 1공장 점거 파업에 관심을 가지고 있다는 소식이 들려 오고 있을 정도 입니다.

 

또 한가지 주목할 것은 가족대책위원회(가대위)의 활동입니다. 현대자동차 비정규직 노동조합이 1공장 점거 파업에 들어간 후 많은 가족이 걱정을 합니다. 1공장 점거 파업은 갑자기 일어난 것으로 제대로 준비해 들어간 투쟁이 아니었기에 가족들의 걱정이 더 많은 게 아닌가 생각됩니다.

 

11월 15일에 갑자기 결정된 1공장 점거 파업엔 1공장, 2공장, 3공장, 4공장 노조원 1000여 명이 동참했습니다. 그 후 2공장, 3공장으로 불법파견 정규직화 투쟁을 확대 시켜내려고 2공장, 3공장 노조원 500여 명은 각 공장 점거 파업에 나서기도 했습니다. 사측의 강경 진압으로 많은 노동자가 다쳐 병원에 입원하기도 하고 경찰에 넘겨지기도 했습니다. 지금은 정문 앞에서 노숙 농성을 하며 함께 투쟁 중에 있습니다.

 

촛불문화제가 끝나고 현대자동차 비정규직 노동조합 불법파견 정규직화 투쟁 가족대책위원회 대표를 만나보게 되었습니다.

 

"오마이뉴스에 올리고 싶은데 이야기 좀 나눌수 있을까요?"

 

바쁜 와중에도 가족대책위 대표는 기꺼이 저에게 시간을 내주었습니다. 젊고 당차게 보이는 어느 비정규직의 아내였습니다.

 

- 11월 15일 갑자기 1공장 점거 파업이 시작되었습니다. 3주째가 지나고 있는데요. 가족대책위는 언제 어떻게 꾸려지게 되었나요?

"15일 이후 돌아오지 않는 신랑 때문에 답답해서 컴퓨터를 뒤져보다 우연히 가족들이 모여보자는 소식을 보고 달려간 게 계기가 되었어요. 그날은 3명이 나와 시작되었지요. 그 다음날 모임엔 20여 명, 그 다음날엔 더 많이 불어났어요. 같은 처지의 사람들과 있으면 그나마 안심이 되고 대화가 되니 모임에 더 오게 되더라고요. 같은 비정규직의 가족으로서 우리는 모일 수밖에 없고 모여야만 합니다."

 

- 그동안 어떤 활동을 해왔는지요?

"가대위 이름으로 소식지도 만들어 시민들에게 나누어 주었고 매일 집회에 참석하고 있어요. 아침 출투, 저녁 출투를 하자고 의견을 모았어요. 인권보장위와의 면담도 있었어요. 다음 주는 서울에 가서 야 5당 대표들과 만나서 이 현실을 보고 말을 해달라고 울산에 내려와 달라고 부탁을 하고 우리의 사정을 알리려 해요. 가만 있으려니 속에서 울화통이 터질 거 같아요. 그리고 쌍용차 간담회도 있었고 제일고 일일주점과 위문도 했어요. 많은 활동이 계획되어 있어요."

 

- 1공장 점거 파업한 지 3주째 지나고 있잖아요. 가족으로서 심정이 어떤가요?

"제일 큰 문제는 가족끼리 밥을 먹지 못하고 추운데서 잠도 제대로 못 자고 아픈데 치료도 받지 못하는 것이에요. 처음엔 그냥 내려와 달라고 울면서 전화했지만 지금은 내려오면 이혼한다는 우스갯소리도 하는 분도 계시더군요. 말로 다 표현하진 못해도 걱정이 이만저만 아닙니다.

 

우리 가족들이 추운데 있다는데, 내 신랑이 내 아들이 맞고 있다는데, 누가 집에서 맘 편히 있을 수 있겠어요? 어린 아기를 들쳐 업은 채 참석해도 불평하는 사람 하나도 없어요. '꼭, 이기고 내려온나. 이기기 전에는 내려오지 마라. 그곳에 차라리 뼈를 묻어라. 이기기 전에는 절대로 내려오면 안 된다' 어떤 여성분이 남편에게 그렇게 전화하는 소리를 들었어요. 그만큼 우리에겐 절박한 문제죠."

 

- 지난 2004년에 노동부가 불법파견 판정을 내린 바 있고 7월 22일엔 대법원에서 불법파견 판결을 내렸는데 아직 현대자동차 쪽에선 외면하고 있습니다. 현대자동차 쪽에 하고 싶은 말이 있으면 해주세요.

"저는 '정몽구'라는 이름을 불러볼 자신도 없는 아주 평범한 시민일 뿐이었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정몽구'라는 말을 하면 화가 나네요. 우리 비정규직에게 조금만 눈길을 돌려 고용안정과 복지에 신경 좀 써 줄 일이지... 뭐가 잘났다고 돈이 많으면 얼마나 많다고 우리 신랑들에게, 우리 아들들에게 이렇게까지 해야 합니까? 고 정주영씨가 살아 계셨어도 이렇게 까지 했을지 궁금하네요. 혼자 만든 현대차입니까? 그렇게 떳떳하다면 우리 비정규직들 앞에 나와 보라고 요구합니다. 지금 당장 교섭장에 나와 주시기를 요구합니다. 지금 당장 얼굴 한 번 보입시다."

 

대표는 매우 격분해 있었습니다. 그래서 잠시 따뜻한 차 한 잔 마시고 마음을 가라앉힌 후 다시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 불법파견 판결 후 현대자동차 정규직 노동조합도 일정 부분 책임이 있다고 보이는데요. 현자 노조와 정규직 노동자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을 듯합니다.

"처음엔 1공장 점거 파업에 많이 신경 써주시는 듯보였어요. 날이 갈수록 시큰둥해지는 게 눈에 보일 정도입니다. 물론 현장에서 수고하시는 대의원이나 활동가분도 많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답니다. 하지만 현자 노조 이경훈 대표가 나서주지 않으면 상황이 많이 힘들어질 거 같아요. 한 주 정도는 매일 김밥이 올라왔는데 그 다음부터 미루어졌다고 남편이 그랬어요. 김밥은 하루 지나면 쉬어 버려요. 하루 지났는지 이틀 지났는지 모르지만 그 김밥 먹고 설사 난 비정규직 노동자가 많다고 해요. 쉰 냄새도 나더래요.

 

생명줄 달린 문제니까 김밥 정도 넣어 주는 게 불가능한 일은 아니라고 생각해요. 그런데 등돌리는 듯한 느낌을 요즘 많이 받아요. 우리는 죄인이 아니잖아요. 범죄자 아니잖아요. 그래서 억울하기도 해요. 하지만 탓하진 않겠어요. 지금 당장 힘들더라도, 사측의 압박이 심하더라도 우릴 돕는 분들도 많거든요. 그 분들 덕분에 힘내고 있어요. 1년에 몇천 명이 정년퇴직을 해야 한다던데 그 자리에 비정규직으로 메워지면 안 되지 않습니까? 비정규직 없는 공장을 만드는 게 정규직도 함께 사는길 아닐까요? 저희들에게 연대해 주는 직영분들 고맙습니다."

 

- 1공장 점거 파업 들어간 후 대검찰청과 경찰, 노동부가 불법파업이라며 강경대처할 것이라고 발표했는데요.

"노동부 장관인가요? 우리의 파업이 불법파업이라 했던... 공권력을 투입하겠다던... 참 웃기지도 않는 현실입니다. 우리 남편은 불법파견돼 8년 동안 일해 왔어요. 왜 그 사실엔 아무 말 하지 않을까요? 그 사람들, 울산 현대차 1공장 직접 내려와서 보라고 말하고 싶어요. 우리가 왜 이렇게까지 해야 하는지 알 수 있을 거잖아요. 생각할수록 화가 치밀어 올라요."

 

- 3주째 파업에 참여한 분들이 500여 명에 이른다고 합니다. 그 분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씀이 있으면 글로 좀 적어 주세요.

"1공장 안에 계신 분들. 저희 가족들 생각에 많이 힘드신거 잘 알아요. 배고픔에 허덕여도 배고프지 않다고 웃으며 말하는 당신의 모습에 대단함을 느낍니다. 당신들의 그 위대한 투쟁에 박수를 보냅니다. 가족이었던 우리가 이제는 동지의 이름으로 같은 길을 가네요. 사랑합니다. 1공장 점거 파업 사수 투쟁을 온 몸으로 말하고 있는 여러분! 당신들의 그 투쟁에... 당신들의 그 멋진 모습에... 당신들의 눈물에... 당신들의 그 환한 모습에... 우리 가족들 위인들보다 더 멋지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힘내세요. 그리고 꼭, 승리하고 내려 오세요. 투쟁!"

 

그녀는 끝내 눈물을 훔치고야 말았습니다. 옆에 다른 가족분은 인터넷으로 다음날 갈 열차표를 예매하느라 바밨습니다. 바쁘신 중에도 대화에 응해 주신 가족대책위 대표 분께 감사 드립니다.

 

가족 대책위는 서울 양재동 현대자동차 본사 앞으로 상경 투쟁을 간다고 합니다. 가족 대책위 구성원을 살펴보니 대부분 젊은 여성분이었고 간혹 나이 드신 어머니도 계셨고 할아버지도 계셨습니다. 쌍둥이 아들이 모두 1공장 점거 농성에 가 있다는 분도 계셨고 사위가 거기 있다며 딸과 함께 오신 분도 계셨습니다. 어린 아기 업고 오신 분도 여럿이었습니다. 안스럽기도 하고 대견하기도 한 가족대책위 활동. 서울 양재동 현대자동차 본사 앞 활동에 바쁜 나날을 보내실 가족분들. 별 탈 없이 잘 마무리 짓고 다시 내려오시길 바랍니다.

 


태그:#현대자동차, #비정규직, #불법파견, #정규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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