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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겉그림 〈아깝다 학원비!〉
책겉그림〈아깝다 학원비!〉 ⓒ 비아북

우리 딸아이가 오늘 수리능력시험을 봤다. 초등학교 1학년 아이에게 그런 시험을 보게 한 교육당국도 이상하거니와, 딸아이 말을 들어보니 전날 학교에서 그 시험 문제를 스크린으로 다 보여줬다는 것이다. 어찌나 기가 차던지.

 

그에 대해 아내는 이제 초등학교 1학년인데 괜찮지 않냐는 식이다. 사실 아내는 몇 달 전까지만 해도 영어 학원강사였다. 나도 한두 번씩 들여다봤는데, 초등학교 아이들을 오래도록 붙잡아 놓는 프로그램이었다. 여러 번 반복하는 학습이니 확실히 암기되겠고, 성적도 쑥쑥 올라갈 것 같았다.

 

그래서 아내는 가끔씩 웃는 얼굴로 집에 들어왔을까. 자기 학원에 다니는 아이들 실력이 크게 향상됐다면서. 나로서는 당연하다고 말했다. 시험때만 되면 문제풀이에 열중인데, 누가 그걸 못 찍겠냐는 것이었다. 모르겠다, 나중에 아내가 우리 딸아이도 학원에 보내자고 졸라댈지.

 

'사교육걱정없는세상'에서 펴낸 <아깝다 학원비!>는 학원에 대한 오해와 진실을 명쾌하게 밝혀주는 책이다. 나와 같은 저학년 학부모에서부터 대학입시를 앞둔 학부모들은 필히 봐야 할 책이다. 학원시장을 알아야만 자녀들의 앞길을 충분히 대비할 수 있지 않겠는가?

 

우리나라 학원은 아이들의 시험성적을 올려주는 '따로 비법'이 있을까? 이 책은 단호히 '아니다'라고 한다. 다만 엄청나게 많은 양의 문제를 반복해서 풀기 때문에 점수가 좋을 수밖에 없다고 한다. 그야말로 확률로 아이들의 점수를 관리하는 셈이다. 아이들은 학원에서 개념과 원리를 공부하는 게 아니라 문제 푸는 기계로 전락하고 있고, 1년을 넘어서면 '학원의존형 학생', '학원 중독자'로 변한다는 것이다.

 

학원의존형 학생이나 학원 중독자가 되면 어떤 현상이 일어날까? 초등학교나 중학교 시절에 단기성적은 올라갈지 모르지만, 고등학교에서는 안 통하는 게 문제란다. 특히 대학수학능력시험은 깊은 사고력을 측정하는 것이라 그런 아이들에게는 치명타가 된다는 것이다. 그만큼 학원에 다니는 아이들은 수업과 자습의 연결이 안 될 뿐 아니라, 자기 주도적 학습 방법을 터득할 수 있는 기회도 놓친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해법은 있을가? 이 책은 단기간에 성적을 향상시켜준다는 '전과목시험대비종합학원'은 보내지 말고, 정 보내려고 하면 한시적인 도움을 받을 수 있는 과목만 수강하도록 조언한다. 그렇지 않을 경우, 부모가 나서서 아이들과 그날 배운 것을 복습하도록 하고, 중학생 때부터는 자기만의 공부기술을 터득하도록 도와야 한다고 조언한다. 그만큼 공부란 스스로 끙끙거리면서 실패를 확인할 때에만 자기 실력이 된다는 이유일 것이다.

 

하지만 수준별 맞춤지도나 개별적 멘토링 수업을 하는 학원도 있지 않을까? 그러나 양심적인 사교육 종사자들의 증언에 따르면, 대다수의 학원은 경영의 구조적 현실성 때문에 한계가 있다고 한다. 개별적 수업은 학원의 수익이 나지 않고, 내실 있는 강의를 위한 학원의 투자도 호락호락하지 않고, 그러니 단원별·내용별 분반을 실천하는 학원은 거의 어렵다고 보면 된단다.

 

맞벌이 가정은 어떨까? 학원 이외에 따로 대책이 없는 상황이지 않는가. 이 책은 그에 대해, 초등저학년의 경우에는 학습 위주가 아닌 흥미와 놀이 중심의 학원을 선택하도록 하고, 유아기부터 책 읽기에 흥미를 들인 아이라면 방과 후 학교 도서관에서 책을 읽도록 하고, 고학년으로 가면서부터는 게임과 같은 유해환경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아이 스스로의 공부 계획을 세우고 또 그에 대해 보상을 하는 지혜가 필요하다고 한다. 그렇지 않고 무작정 학원에 보내면 '학원 뺑뺑이'의 노예가 된다는 것이다.

 

"왜 대부분의 고등학생들이 수학을 포기하는 걸까? 고등학교에서는 중학교 때보다 훨씬 많은 양이 빠른 속도로 진행된다. 중3 수학의 전체 단원 수가 17개인데 고1 과정인 공통수학의 단원 수는 41개다. 양도 많아지고 함께 난이도도 높아지기 때문에 수학에 대한 부담이 늘어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하다. 게다가 고 1 수학은 중학교 3년 전체의 내용을 총괄하고 있기 때문에, 중학교 수학을 불완전하게 이해한 아이들은 공통수학을 더욱 어렵게 느낄 수밖에 없다."(141쪽)

 

내게도 중학교 수학은 따라갈 만했다. 하지만 고등학교 수학은 포기하고 말았다. 다만 고등학교 내신성적을 위해 문제와 답을 죽어라 외워댔을 뿐이다. 그 정도로 수학이 싫었는데, 이 책을 보니 그 한계를 알 것 같았다. 난이도의 급상승이 나를 그렇게 만들었던 것이다. 궁색한 변명일까?

 

그래서 수학만큼은 학원에서 선행학습을 받도록 해야 하는 건 아니냐고 말할 것도 같다. 하지만 이 책은 수학의 선행학습을 시키기에 앞서 몇 가지를 점검하도록 당부하는데, 아이가 지난 학기에 배운 내용을 정확히 숙지하고 있고, 심화 응용문제까지 모두 해결할 수 있는지를 먼저 점검해야 하고, 만약 선행학습을 할 때에도 진도보다 개념에 중점을 두는 곳인지 확인하라고 조언한다. 그것 없이는 아이들 스스로 제풀에 지치거나, 학원의 논리에 포섭되어 결국은 관찰이나 추론하는 능력도 모두 잃게 된다고 한다.

 

그 밖에도 이 책은 영어조기교육이나 단기조기유학, 외국어고를 위한 학원의 로드맵, 등 여러 가지 사안에 대한 진단과 대책 등을 조목조목 밝혀주고 있다. 나 같이 사교육 걱정하는 학부모를 위해서 이 책은 너무너무 좋은 책이다. 분명한 건 학원에서 만든 실력이 진짜도 아니고, 오래 갈 수도 없다는 데 있다. 지금 학원에 보내고 있는 학부모들은 이 책을 통해 자기 자녀를 점검하는 게 좋을 것 같다.


아깝다 학원비! - 대한민국 최초로 밝힌 사교육 진실 10가지. 그리고 명쾌한 해법!

사교육걱정없는세상 엮음, 비아북(2010)


#학원#사교육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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